한신대학교(총장서리 강성영) 학술원 신학연구소(소장 김재성 교수) 교수 세미나가 7일 오후 서울 한신대 신학대학원 컨벤션홀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을 주제로 열렸다. 권명수(한신대)·이경민(서울대) 교수가 발제했다.

"하나님과의 관계, 표피적이 될 가능성 커"

먼저 '기계와의 친밀 관계 시대'를 제목으로 발제한 권명수 교수는 "현대인은 연령 구분 없이 인터넷을 통해 서로 문자(text)를 보내며 소통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쉐리 터클(Sherry Tuckle)은 '서로 연결돼 함께 있기는 하나, 여전히 외로움을 느끼는 인간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고 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서 우리는 '로봇이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정이 있는가'와 같은 단순한 질문보다는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며 "인공지능이 점점 현실화하는 시점에서 '인간이 기계와 어떤 관계를 갖길 원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제기하고, 여기에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정보기술문명은 우리의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술문명에 노출된 정도가 크면 클수록 하나님과의 관계가 표피적 영역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심도 있는 내면의 영역을 탐구하거나 추구하는 데 미숙함을 드러낼 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권 교수는 "기독교는 성경 말씀을 중요시한다. 내 영혼 속에 말씀을 받아들여 묵상하고, 그분의 존재를 확인하며 교제를 나누는 데 필요한 것이 바로 독거(solitude)의 시간"이라며 "이는 우리의 영혼을 쇄신시키고 회복시켜 주는 시간이다. 그러나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전화기가 옆에 있어 그분과 함께 홀로 있을 시간과 공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영혼은 매우 초라하고 가난한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해 기술 발전이 이뤄지더라도, 기독교의 가치는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며 "교회는 사랑, 평화, 공생, 긍휼과 같은 가치를 지속적으로 가르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영혼은 구원을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에 인공지능 시대에도 영혼의 치유는 여전히 목회자의 손에 달려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교회의 목회자들은 하나님과 더 높은 차원에서 교감하는 방법을 찾아내어 성도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는 신자와 세상의 영혼들에게 만족을 줄 사명이 있다. 교회는 성도가 구원을 받아 영생을 누리는 존재로 나아가게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의 실존적 실천, 기술적 요인보다 더 중요"

이어 '인공지능 시대의 신학'을 제목으로 발제한 이경민 교수는 "모든 도구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유용하다. 따라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은 인류에 대한 위협이나 도전이 아니라 오히려 경축해야 할 일이다. 인공지능 기술이 이제서야 그나마 가치 있는 도구가 될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인간들이 도구로 개발한 핵무기가 인류를 위협하고, 역시 도구로 발명된 화석 연료 소모 장치들이 지구 전체의 환경을 불가역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인공지능의 도구적 발전이 어떤 미래로 귀결될지 우려되는 바도 있다"면서 "이런 각도에서 인간의 역사를 반추할 때 분명해지는 것은, 그 미래에 도달하기까지 인공지능의 기술적 요인과 함께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영역을 포괄하는 인간의 실존적 실천들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하리라는 점"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알파고로 표현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인간 지능의 확대이다. 하지만 계산 지능의 발달에만 국한된 매우 제한적이고 일면적인 연장"이라며 "계산 능력의 증가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은 훨씬 많이 발전하겠지만,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를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사태를 해석하고 문제를 인식하며 해법을 강구하는 데 계산 능력을 활용하고, 책임지고 그 문제를 풀어내는 것은 주체적 의지적 존재인 사람들이 할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진정한 의미의 지능은 지금-여기에서 풀어야 할 문제를 규정하는 것이고, 해결법들을 찾는 것이며, 최선의 실천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신학과 교회의 역할은 현존재들의 고통에 공감해 지금-여기의 유한성을 드러내고, 현실의 대안적 해체가 필연적임을 증언하는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학과 교회의 위기는 고통의 유한성과 구원의 필연성을 망각하고, 지금-여기에 매몰되거나 영합할 때 찾아올 것"이라며 "현대 사회가 알파고 현상에서 드러난 단면적이고 피상적인 인간 이해를 넘어서, 지능의 진정한 자리매김을 찾아 나아가는 데, 신학자들의 적극적 기여를 기대해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