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사역혁신포럼이 28일 오후 서울 서향교회(담임 문지웅 목사)에서 '한국 복음주의 교회의 청년사역 비전과 콘텐츠(분석과 평가)'를 주제로 제1회 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서는 정재영 교수(실천신대)와 이강일 소장(IVF한국복음주의운동연구소)이 발제자로 나섰다.

정재영
▲정재영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교회, 청년들 현실 문제에 관심 가져야"

먼저 '복음주의 청년사역의 확장을 위한 사회학적 제안'을 제목으로 발표한 정재영 교수는 "우리 사회 청년들의 현실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경제"라며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극복 없이는 청년 활동의 활성화를 논하기가 매우 어렵다. 또 이 문제는 단순히 경제 논리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학의 주요 개념인 '사회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보다 총체적으로 포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사회 자본이란 협력 행위를 촉진해 사회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회 조직의 속성을 가리키는 말로, 사회학자인 퍼트남은 '사회 자본은 생산성이 있기 때문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가능하도록 해 준다'고 말한다"며 "곧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는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많은 것을 성취해 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경제적인 압박은 사회적 참여를 약화시킨다. 퍼트남은 경제적으로 곤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저소득층은 잘사는 사람들에 비해 모든 형태의 사회생활과 공동체 생활에 훨씬 덜 참여한다고 말한다"며 "결국 사회 자본의 쇠퇴는 청년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까지도 위축시킴으로써 악순환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 교수는 "교회에서도 이러한 청년들의 현실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며 "현실 문제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고 교회 안에서는 신앙 이야기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의 신앙을 실천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경제 성장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성공의 꿈을 꾸기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며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대안 경제 운동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에 기존의 자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공동체 자본주의'이다. 공동체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성경적·시대적 대안으로, 경제 자유와 경제 정의의 유기적 조화를 지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같이 더 잘사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 약자의 천부 인권과 정직(Integrity)을 기본으로 하는 경제 정의하에서 개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가 최대한 보장되고 창의적 방법에 의한 자발적 나눔이 문화가 되는 자본주의가 공동체 자본주의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교회는 청년들을 '교회 일꾼'이라고 말하며 부속품처럼 가져다 쓰기 전에, 이들의 현실 문제에 공감하고 같이 아파하며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다양한 대안 경제 운동을 통해 현재 자본주의 문제와 위기를 극복하고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삶을 사는 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독 청년들이라면 세상의 가치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따라 자신의 인생을 계획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강일
▲이강일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신학적 입장은 차분하게 정돈돼 있어야"

이어 '복음주의 청년사역 혁신을 위한 세 가지 제안'을 제목으로 발표한 이강일 목사는, 청년사역 혁신을 위해 △구도 설정 △신학과 사역의 일렬 정돈 △자원 정신 복원을 꼽았다.

우선 구도설정에 대해 그는 "가령 선거에 있어 상황 파악에 따른 구도가 설정돼야 유권자들의 선택도 용이해 진다. 이처럼 청년사역도 전체 상황을 파악할 결과로 구도를 잡은 후에 과제를 제시할 수 있을 것"고 했다.

그는 "유감스럽게도 한국 주류 기독교 사회는 이때까지 상황을  '인본주의' 사회의 타락과 부작용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자연히 이른바 '신본주의'가 대응책이 되고, 모든 새로운 시도는 '인간적이고 위험한 것'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목사는 '신학과 사역의 일렬 정돈'에 대해 "온전한 청년사역의 관건은 복음 콘텐츠를 구성하는 신학과 방법론이 얼마나 서로 조응하는가에 달려 있다"며 "현재 복음 콘텐츠는 '내용과 방법' 혹은 '신학과 사역 방법론'에서 일치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종말론'을 예로 들어 이 같은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세대주의 전천년 종말론'이 일반 신자들 사이에 폭넓께 수용돼 있다. "천년왕국이 오기 전에 세상에 파국이 있는데, 이때 신자는 휴거해 공중 재림한 예수를 만나고, 지상에 남은 신자들은 7년 대환란을 겪다가 예수의 지상 재림 후 사탄이 결박된 후에 비로소 예수와 함께 통치하는 천년왕국을 맞이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만일 이런 세대주의적 종말론을 가지고 있는데도, 세상의 참여활동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세상의 파국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세상의 개선은 오히려 예수의 재림과 심판을 지연시키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신학계에서는 이미 세대주의 전천년 종말론의 문제점을 극복할 여러 가지 형태의 종말론이 소개됐다"고 했다.

이 목사는 "현재 복음주의 진영의 종말론 이해는 대체로 통합적이다. 하나님나라는 이미 시작됐으나 아직 완전히 도래하지 않아 긴장이 존재하는 시대 속에 우리가 있다는 이중적 이해가 주된 흐름"이라며 "그런데도 설교는 일상생활의 참여가 교회생활 만큼 강조되지 못하고 교회 중심의 전도와 봉사가 더 강조된다. 이중적 종말 이해가 일반적이라면 이것에 기초한 설교 메시지에는 '지금 임한 하나님나라를 근거로 세상사에 하나님나라 백성으로서 참여하는 것'이 돼야 한다. '세상에 있으나 세상에 속하지 않는'(요 17:14-15) 그리스도인의 삶은 분명히 예수님이 명하신 이중적 삶"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학적 입장은 차분하게 정돈돼 있어야 사역의 일관성을 견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자원 정신의 복원'관련, "기독교 사역은 목회자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회중의 호응과 그 이상의 자발적 헌신을 필요로 한다"며 "이런 자원 정신을 막아서는 요인에는 '성직주의'가 있다. 이것은 목회자가 교회사역의 모든 것을 과잉 대표하면서 생기는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고, 회중들이 자신들이 할 일마저 목회자에게 위임할 때 생기는 결과"라고 했다.

그는 "개신교의 역동은 목회자의 지도력으로도 일어날 수 있지만 결국은 자원 정신을 갖춘 평신도의 헌신에 달려있다"면서 "교회의 좋은 인력들이 교회 병행단체들에서 활동하기도 하고 그들이 다시 교회의 역량있는 일꾼으로 되돌아가는 상생의 모범이 생겨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