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제롬.

회당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만일 당신이 회당을 묘사하고자 할 때, '매춘의 집' 혹은 '악의 소굴' '악마의 피난처' '사탄의 요새' '영혼을 빼앗는 장소' '재앙의 무저갱' 혹은 무엇이라고 부르든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경을 라틴어(불가타)로 번역했던 성 제롬(347-420년)의 말이다. 성인으로 추앙받는 교부조차 유대인의 회당에 대해 이와 같이 저급한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면, 평신도는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회당에 대한 공격

회당이 '악마의 소굴'이라면 마땅히 파괴되어야 할 터. 교회의 자식들인 평신도가 회당을 공격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기독교가 4세기에 로마 제국을 압도하게 되면서, 회당에 대한 공격이 극적으로 증가한다. 그 결과 유대인에 대한 집단적인 강제 개종이나 추방, 혹은 살해가 뒤따랐다. 383~388년 로마에서, 388년 칼리니쿰(Callinicum)에서, 411~412년 에뎃사(Edessa)에서, 414년 알렉산드리아에서, 418년 미노르카섬의 마고나(Magona)에서, 그리고 419~422년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그리고 트렌스-요르단에서, 유대인 회당에 대한 공격으로 유대인들이 죽었다.

칼리니쿰 회당의 공격과 암브로스의 편지

이상의 회당 파괴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388년 칼리니쿰에서의 사건일 것이다. 지중해에서 약 200마일 떨어진 유프라테스 강가에 위치한 칼리니쿰에 있는 회당이, 지역 주교의 설교에 자극을 받은 기독교인들에 의해 불타고 교회로 바뀐 것이다. 로마의 행정관은 방화한 자들을 처벌하고 주교에게 회당을 재건할 것을 명령하였고, 이런 명령은 로마의 황제 데오도시우스 1세에 의해서 확인되었다. 데오도시우스 1세는 유대인들이 손상을 입은 것에 대해 보상을 거부할 법적 권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유대교는 그때까지 로마 제국에서 법적으로 인정받는 종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밀란의 영향력 있는 주교였던 암브로스(339-397년)가 황제에게 주동자들을 옹호하면서, 자신도 회당을 불태우고 싶던 바라고 썼다.

암브로스
▲암브로스.

 

암브로스는 왜 회당을 불태우고 싶어했나

그도 또한 회당과 유대인들을 독사와 마귀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브로스는 유대인과의 접촉 자체가 오염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누가복음 4장에 대한 그의 주석에 잘 나타나 있다. 누가복음 4장에 의하면 예수님은 자신의 사명을 나사렛 회당에서 처음으로 분명하게 드러내고 하나님나라에 관해서 설교했는데, 회중이 예수를 거부하고 그를 죽이려고 한 일에 대해서 암브로스는 다음과 같이 주석하고 있다: "회당의 유대인들은 마귀의 더러운 영에 사로잡힌 자들이 아닌가 -뱀에게 꽁꽁 결박되고 마귀의 덫에 사로잡힌 것처럼- 위선적인 육체적인 정결을 그 영혼의 내적인 것으로 오염시킨 자들이 아닌가?"

이와 같은 암브로스의 해석은 중세 토마스 아퀴나스의 『누가복음 주석』(Exiposito in Lucam)에서 인용되고 있다. 칼리니쿰 회당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는 암브로스의 주장은, 하나님께서 이미 유대교와 유대 공동체의 상징인 회당을 파괴하기로 하셨다는 것이었다. 암브로스는 기독교인들이 회당을 파괴하는 것이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며, 그래서 "그리스도께서 부인되는 곳이 없게 될 것이다"라고 썼다. 왜냐하면 "회당은 불신의 장소이고, 또 불경건의 집이며, 정신이상자의 피난처요, 하나님께 저주받은 곳이기 때문이다."

정연호 박사(홀리랜드대학 구약학 및 유대학 교수).
▲정연호 박사(홀리랜드대학 구약학 및 유대학 교수).

 

암브로스는 어느 주일에 교회와 회당에 관한 설교를 했는데, 그때 데우도시우스 황제가 참여했다. 얼마 전 암브로스에 의해서 출교된 바 있던 이 교황은, 이제 회개하고 암브로스의 영향력을 인정하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암브로스는 교황과 얼굴을 마주하면서, 유대인들의 주장을 옹호하는 그의 행동을 꾸짖었다.  회당을 불태우는 것이 도덕적인 행위이고, 만일 법이 회당을 불태우는 것을 금지한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암브로스는 만일 황제가 회당을 불태웠던 주교에 대한 처벌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황제와 그의 아들들이 다시금 출교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마침내 황제 데우도시우스는 암브로스가 요구한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