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기호와 해석 영화 곡성

영화 <곡성(哭聲)>의 나홍진 감독이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손을 잡고 기도를 해 주는 것에서 가장 큰 힘을 얻었다"며 "중요한 곳에 갈 때면 어머니의 기도를 받는다"고 고백했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곡성>이 초청된 나홍진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문에 답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신약성경 누가복음 24장 말씀으로 시작하는 영화 <곡성>은 종교와 무속을 적극 끌어들여 '의심'과 '피해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관객들은 영화 감상 후 충격적인 반전이 담긴 결말에 각종 해석을 덧붙이고 있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구절'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에 대해 나 감독은 먼저 "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으며 자랐다"며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는 분명한 길을 보여 주기 위해 성경을 인용했다"고 전했다.

나홍진 곡성
▲나홍진 감독.

 

그는 "주인공은 심리적인 적을 극렬히 방어한다. 공성전을 생각해 보자. 성문을 잠근 뒤 아군은 들여 보내고 적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대문 밖의 적을 식별할 수 없으니 의심해야 한다"며 "누군가는 믿고 누군가는 못 믿는다. 믿음과 의심이 뒤섞인다. 이런 주제를 관통하는 은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신의 종교에 대해선 "기독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텐데, 지금은 <곡성>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모든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다"며 "이 영화는 신을 믿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모든 종교를 다 경험하고 알고자 했더니 내가 처음 접해 보는 신들에 대해서도 믿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영화 속 인물 '무명'에 대해선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무명이 '선이냐 악이냐', '사람이냐 귀신이냐'를 논의하실 것 같은데,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신에 여쭙고 싶은 질문 아닐까"라며 "'도대체 당신은 선입니까 악입니까? 존재는 하시는 겁니까? 존재하신다면 왜 방관만 하십니까?'를 물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나 감독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 쭈그려 앉은 무명의 초라함, 외로움의 느낌이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게 신의 모습이 아닐까"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더 필요한 게 신이 아닐까, 신이 있다면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명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인간의 존재 이유는 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니 신께 '하나님, 당신의 선과 존재 이유가 의심을 받고 있네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단 성경에 기반한 신은 아니고, 한국적인 신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진 기호와 해석 영화 곡성

'종구'가 아닌 '이삼'이 일본인을 찾아가는 장면에 대해선 "관객들에게 믿음과 의심에 대한 이야기를 2시간 동안 보여 드렸고, 그 결과도 보여 드린 상황"이라며 "진정한 메시아가 악마의 형상을 한 채로 온 것인지, 메시아의 형상을 한 악마를 진짜라고 믿으면서 경배한 것인지 질문을 던진 다음에 관객들에게 선택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외지인(일본인 쿠니무라 준)'에 대해선 "저는 예수를 모티브로 외지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유대인들에게 예수가 그랬듯, '곡성' 사람들에게 외지인은 세상을 뒤엎을 만한 위험한 존재로 성장한다"며 "신을 믿는다면 다가오는 외지인이 선이라 믿겠지만,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악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외지인이 뭘 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구원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가톨릭 신부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선 "이 영화가 오컬트라는 장르적인 채택을 했기 때문에, 이 장르를 비틀기 위해서는 가장 클리셰적인 종교가 필요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성경을 보면서 귀신의 존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천사가 있고 악마가 있다는데, 사람이 죽으면 천당이 아니면 지옥을 간다는데, 그럼 스피릿(spirit)은 뭐고, 고스트(ghost)는 뭐냐는 것"이라며 "예수님도 부활한 뒤 인간의 모습으로 존재를 드러내셨는데, 우리는 왜 예수님을 '영'이라고 부를까. 그런 여러 고민과 혼란이 있어 그에 대한 분명한 구분과 정리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곡성>은 이런저런 해석으로 볼 수 있도록 했고, 어떻게 해석하셔도 그 해석을 지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