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범
▲김창범 목사.

필자는 최근 독립지사 이회영 선생(1867-1932)이 세우고 운영한 신흥무관학교에 관한 얘기를 감동 깊게 들었다. 3천여 명의 청년 독립군을 양성한 이 학교는, 조선의 청년들에게 구국이념과 항일정신을 고취시키고 그들을 광복의 인재로 양성시켰다. 이회영 선생은 자신이 누리던 모든 부와 명예를, 조국의 해방을 위해 이 학교에 바쳤다. 그러나 이로 인해 굶주림을 참아야 했고, 결국 순국의 길을 걸었다. 이 학교에서 탁월한 지도자들이 배출되고, 그들은 여러 항일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고 한다.

북한 동포들이 자유 해방의 날을 맞이하도록 애끓는 심정으로 선교의 벌판을 달리는 한 선교사가 있다. 그를 만난 필자는 그의 순전하고 열렬한 마음을 보고 잠시 안이해졌던 생각을 다시 바꿨다. 북한선교는 내 동포를 구원하는 독립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 선교사가 말하는 북한 사람들에 대한 긍휼한 마음과 열정을 들으면서, 마치 이회영 선생을 만나는 기분이었다. 김정은의 압제 아래 신음하는 우리 동포를 구원하는 일이 어찌 일제하의 독립운동과 다르다고 하겠는가? 지금도 탈북민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그야말로 바로 독립군이 아니겠는가?

북한 선교를 소명으로 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하다. 생명이 끊어져 가는 북한 동포들의 현실을 보면 누구나 애끓는 심정을 감출 수 없다. 10년 넘도록 유라시아의 한구석에서 이슬람을 믿는 현지인 전도에만 몰두해 온 이 선교사가 어느 날 갑자기 북한 선교에 눈뜨게 된 것도, 순전히 애국심과 동포애 때문이었다고 한다. 살기 위해 땅끝까지 숨어들어 온 탈북민들의 행색 앞에 같은 핏줄, 같은 동포로서 그만 마음이 무너진 것이다.

처음엔 그도 탈북민들 만나는 일을 기피했다고 한다. 현지인을 구원하는 것이 선교 목표였으므로, 탈북민들을 외면했다. 게다가 위험한 적성국(敵性國)인 북한에서 온 사람들이 아닌가? 당시 유라시아 지역에는 1백 명 넘는 한국 선교사들이 있었지만, 모두 북한을 멀리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탈북민들을 한 명 두 명 만나보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들은 저마다 놀라운 사연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북한의 가족들이 먹지 못해 굶어 죽었다는 이야기, 시베리아 삼림 속에서 벌목꾼으로 살아야 했던 이야기, 끝내는 탈북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었다.

지금 북한은 중국에서 북한 식당을 탈출하여 귀순한 종업원 13명에 대한 보복으로, 탈북을 돕는 사람들에 대한 살인과 납치를 자행하고 있다. 이미 1명의 조선족 목사가 살해당했고, 7명의 탈북민 출신 남한 국민들이 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선교 현장은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터이다. 그래서 이 선교사는 긴장된 얼굴로 이렇게 말한다. “북한 선교는 마치 독립전쟁을 하듯 해야 합니다. 안이하고 이기적인 태도는 금물입니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 오늘날 북한 형편이 갈수록 더 처절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마땅히 독립운동을 한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임해야 한다.

특히 북한 선교를 애매한 평화운동으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을 둘러싼 선교 현실은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만난 탈북민 출신 강철호 목사(새터교회)도 동일한 주장을 했다. “일제 아래서 독립운동의 중심은 기독교였습니다. 오늘날 북한 해방 운동의 중심도 기독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탈북민들도 한국교회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하루하루 살기도 힘들다지만, 일제에 항거한 우리 독립군들만큼 힘들겠습니까? 여전히 압제당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생각과 자세를 바꾸어야 합니다. 선교적 독립운동을 한다는 마음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북한선교는 곧 독립운동이 되어야 한다. 그 옛날 신흥무관학교처럼 민족의 정체성과 비전을 집어넣으며 북한 독립군을 양성해야 한다. 즉 악의 세력과 싸우기 위해 하나님의 군사를 준비해야 한다. 독립운동이 증오보다는 내 동포를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듯, 오늘날 북한선교도 동일한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같은 하늘 아래서 어떻게 저런 일이 있는가? 마음 아파하는 현장 선교사의 심정으로 일어나야 한다. 북한은 7차 당 대회가 끝났지만, 동포들은 다시 고난 가운데 빠지고 있다. 죽어가는 동포 구원을 위해 선교적 북한 독립운동이 전개돼야 한다. 청년 독립군들이 들불처럼 일어나야 한다.

/김창범 목사 (더미션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