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들과 부모, 그리고 교사와 치료 이야기

이대웅 기자 입력 : 2016.04.20 16:22

[장애인의 날] 자폐 관련 도서들

버들부인과 아들 그림 자폐

20년 전만 해도 자폐증 발생률은 5천 명당 1명꼴이었지만(1994년 통계), 2010년 미국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남자아이 38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한 학급당 1-2명씩은 자폐증 또는 발달장애 아동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자폐증 발생률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자폐아동은 타인과 소통이 어렵기에, 그 가족들도 심리적 고통을 받고 스트레스도 높아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자폐아동이 늘면서 학교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아이를 낳으면 자폐일 확률이 2.64%에 이르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자폐증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

4월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장애인들의 재활 의욕을 높이기 위해 제정된 '장애인의 달'이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고, 지난 4월 2일은 유엔이 승인한 '세계 자폐인의 날'이었다. 이에 장애, 특히 자폐와 관련된 도서들을 소개한다.

진짜로 내가 하나님이라면 좋겠다 자폐
진짜로 내가 하나님이라면 좋겠다
정유진 | 그림 데니스 한 | 홍성사 | 236쪽 | 12,000원

"발달장애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초기 상담하면 거의 대부분 물어보시는 게 '치료하면 낫나요?'이다. '좋아지나요?'도 아닌 '낫나요?' 쿠궁! 발달장애가 감기처럼 앓고 나서 싹 나아지는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 가끔은, 아니 가끔이 아니라 자주, 엉뚱하지만 절박한 상상에 빠지곤 한다! 아… 진짜로… 내가 하나님이라면 좋겠다!"

특수교육을 전공하고 10년 이상 언어치료 기관에서 일한 저자가, 발달장애 아이들을 만나 치료 수업을 하고 부모님과 상담을 나눈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쓰고 있다. 아이들의 이름은 물론 가명으로 처리했고, 감사하고 희망적인 이야기들을 주로 담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37편의 길지 않은 글마다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발달장애 아이와 부모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고 그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편의 글마다 자신이 읽은 책의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저자의 '서재'를 찾아가 보고 싶을 정도로 인용하는 책들이 다양하다.

아픈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자는 무조건적으로 '엄마'의 존재를 존경하게 됐다고 한다. "내가 만난 엄마들은 대단하다 못해 위대하다. 그렇지만 그 위대함과 강함 뒤엔 결국 위로가 필요한, 상처받고 여린 여자인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 '엄마들'에게 저자는 지면을 빌려 전하고픈 말이 있다. "결국 아이의 모든 문제를 혼자 짊어지고 결정해야 해서 외롭고 답답한 듯 느껴지더라도, 그런 모든 결정을 지지하는 엄마 편인 사람이 주변에 있다"고.

중간중간 있는 그림을 그린 이는 데니스 한이다. 197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생후 1년 4개월 무렵 뇌막염을 앓은 후유증으로 인지 능력이 4-5세 수준에 머물게 됐지만, 화가로 활동하는 이모의 도움을 받아 뛰어난 색감과 형상의 그림을 그려내며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with- 데니스와 이모」라는 책도 냈다.

저자는 "너무 부족하지만, 엄마 한 명이라도 위로가 되면 참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책을 쓰기도 했다"며 "하지만 정작 내게 아이를 데려왔던, 책에 등장하는 엄마들에겐 책을 드리지 않을 생각이다. … 그동안 내가 만난 엄마들을 보며 느낀 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엄마들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관심을 두려워했다"고 했다. 장애인에 대한 우리네 인식의 현실을 잘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오픈 도어 자폐
오픈도어
김승언 | 한언 | 264쪽 | 16,000원

저자는 "자폐는 치료될 수 있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발달장애나 자폐증 아동들을 위한 치료 교육으로 국내외에 잘 알려진 한국특수요육원 원감으로서 '터치아이발달센터'를 운영하면서 30년간 수많은 자폐아동들을 만났고, 10년 이상 자폐아동들을 치료 교육하고 부모들과 상담해 왔다.

대부분 병원이나 치료기관에서 자폐아동들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적응하는 교육을 목표로 삼는 데 비해, 저자는 책 제목인 '오픈도어(Open Door)'처럼 자폐증의 원인과 비밀이 파악됐고 그러므로 자폐아동에 대한 치료의 길이 열렸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의 1장부터 자폐아동 4명의 '치료 사례'가 등장한다. 이후 자폐의 현황과 진실, 특징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자폐증 발생률은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는 등 대체로 도시화·산업화될수록 발생률이 높지만, 미국·영국·일본보다는 독일·프랑스·네덜란드 같은 나라들이 낮은 것으로 보아 아이를 키우는 양육 환경과 방법 등에 따라 발생률이 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폐아동 부모 중에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많았고, 부모들은 보통 나이가 많고 순했던 효자와 효녀가 많았다. 부모의 맞벌이로 조부모가 주로 양육하는 경우나 어린이집에서 조기 보육을 받는 경우, 반대로 엄마와 단둘이 주로 집에서만 양육하는 경우 등에서 자폐아들이 많이 발견된다.

저자는 자폐성 장애를 '사람결핍장애'라 부른다. 사람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사람이 결핍되어 자폐성 장애인이 됐다는 것. 신생아 시절 모자(母子)를 격리시키고, 핵가족화로 엄마 혼자 아이를 돌보면서 육아가 힘들어져 혼자 놀도록 유도하다 보니 사람이 결핍돼 간다는 것. 거기에 다양한 사물과의 감각적 접촉도 부족해지고, 기계와 스마트폰 등에만 과잉 노출되고 있다. 그 결과 사람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고, 특정한 사물 등에 집착하게 된다. 감각신경에 이상이 생기고, 뇌가 불균형하게 발달하면서 자폐증이 나타났다.

"아이는 엄마와 마주 보면서 세상을 알아간다. 사람과 소통하는 법도 깨우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배운다. 엄마와 마주보는 시간을 빼앗긴 아이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는다. … 이 사회가 아이를 사람들 품에서 사람답게 자라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기계와 미디어 속에 아이들을 가두었다. 아이는 사람이 아닌 기계와 로봇 같은 모습으로 변화했다."

치료는 이 결핍을 채워 주는 것으로, 그 핵심은 '접촉(Contact)'에 있다. 모성애 충전과 감각 통합, 대근육과 소근육 사용 방법, 상호 작용 능력 등의 향상에는 부모들의 스킨십 만한 것이 없다. 과잉행동 조절에도 접촉이 효과적이다. 특히 언어치료와 애착관계 형성은 엄마가 직접 해야 한다. 또 "자폐아동들은 교육보다 치료가 먼저"라며 "많은 사람들이 자폐증의 특징과 성향을 유전학적이고 타고난 것으로 보지만, 후천적 원인에 중점을 둬야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을 오르는 아이들
산을 오르는 아이들
남기철 | 아가페북스 | 248쪽 | 12,000원

자폐아에게 '등산'이 좋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아들과 함께 청계산을 오르기 시작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이자, 20년간 쉬지 않고 토요일이면 60여 명의 자폐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오르는 산행 이야기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토요일에는 산에 간다'는 원칙을 세우고, 20년간 '천사(자폐아들)'들은 '짝꿍(자원봉사자들)'들의 손을 잡고 산행을 쉬지 않았다. 진짜로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왔을 때도, 36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변함없이 산을 올랐다. 특히 이 '짝꿍'들은 산행을 하다 보면 '중독성'이 생겨, 한주 내내 천사들의 해맑은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려 토요일이면 저절로 청계산으로 발길이 향하게 된다고 한다.

20년간의 산행은 '웃픈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스님만 보면 다가가 목탁을 빼앗는 한 천사 때문에 결국 입구에서 목탁을 치며 탁발하던 스님이 토요일 그 시간이면 자취를 감췄고, 천사들이 실종돼 까맣게 속을 태운 일도 종종 있었다. 한 등산객이 장애인을 학대한다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인권위원회에 고발하는 어이없는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아들과 같은 자폐아들이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장애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갖은 규제들과 싸워가며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밀알천사'들의 청계산 산행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4-5시간 동안 진행되고 있다(02-445-7942).

버들부인과 아들 그림 자폐

버들부인과 아들
글·그림 유준경 | 홍성사 | 124쪽 | 18,000원

버들부인과 아들 자폐

 

"작은 체구에 세 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는 아이, 먹고 싶은 반찬이 있으면 포크로 뜨기보다는 손이 먼저 나가고, 대변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스윽 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 언제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 나의 십자가 준구."

저자의 첫 아들 준구는 돌을 맞기도 전에 경기를 일으키며 앓다가 뇌 손상을 입어 지적 발달장애를 얻었다. 그림을 전공했지만 치열한 양육 '전쟁'으로 붓 한 번 잡지 못한 채 지쳐갈 즈음, 같은 아픔을 가진 엄마들과 소통하고 싶어 다시 붓을 잡기 시작했다.

아들의 '자기만의 세계'는 '버들부인'조차 접근할 수 없이 고유하고 비밀스러웠고, 그래서 누군가 방해하면 그 세계는 삽시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그럴 때면 아들은 뾰족한 가시를 한껏 세우고 비명을 지르곤 했다. 이처럼 저자는 아들이 빠져드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조금씩 인정하고, 그와 소통하는 과정들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언젠가 찾아올 이별(자신의 죽음)을 대비하기 위해 만든 그림책"이라며 "장애가 있는 아이를 받아들이고 품게 되기까지 흘렸을 엄마의 눈물을 헤아려 주시고, 홀로 남게 될 우리 아이들을 이해하고 지켜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전한다. 실제로 전혀 어둡지 않은 그림에는, 저자의 애환과 눈물이 짙게 배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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