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자연 목사
▲길자연 목사(덕연설교아카데미 원장, 영성목회연구회 총재, 왕성교회 원로).

지난 2012년 말 왕성교회에서 은퇴한 길자연 원로목사가 최근 덕연(德延)설교아카데미 원장으로서 활발한 제2의 사역을 시작했다. 길 목사는 올해 3월 설립한 이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교회 강단을 강화하고 목회자들의 설교를 돕기 위해 강의·연구·자료 제공 등의 사역을 감당할 방침이다. 오는 5월 2일부터 6월 27일까지는 매주 월요일(6월 6일 제외) 십자수기도원에서 1학기 학사 일정을 진행한다.

길자연 목사가 이 아카데미를 시작하게 된 것은 주변 지인들과 후배들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그는 "저는 한 번도 제가 설교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자꾸 주변에서 권면하니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며 "제가 아직 건강과 여러 면에서 5~10년은 더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으니,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신다면 그 시간 동안 이 아카데미를 통해 한국교회에 디딤돌을 놓아 보려 한다"고 했다.

길 목사는 이 아카데미가 가장 중점을 둘 부분으로 '영적 설교'를 꼽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교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설교는 학문적 설교가 아닌 체험적·영적 설교"라며 "제가 46년 목회와 설교를 하는 내내 고민해 온 설교의 세계에 대해 체험을 소개하며 함께 고민해 보려 한다"고 했다.

길자연 목사 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것이 '정치'다. 길 목사는 예장 합동 총회장, 총신대·칼빈대 총장, 한기총 대표회장 등 교단 안팎의 요직들을 두루 역임하며 약 20년간 왕성한 교계 정치 활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그는 그 시간 동안에도 목회와 설교에 대한 깊은 애정을 놓지 않았다.

길 목사는 "정치를 하다 보면 좋지 않은 경험을 하거나 오해를 받을 때가 많고, 영적으로도 큰 손상을 입게 되더라"며 "그런 상황에서 저를 버티게 해 준 것은 설교의 힘이었다. 영적 설교를 추구하는 생활을 통해 세속화되고 타락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저는 설교를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목회와 목사 인격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먼저 소천받은 자신의 아내 이야기도 꺼냈다. 길 목사는 "저는 지금도 제 아내를 사랑하고, 매일 산소에 올라가서 기도한다. 그런데 홀로 지내려니 낮에는 괜찮지만 저녁에는 정말 외롭더라"며 "그래서 일과를 마친 뒤 저녁에 6시간 이상 성경을 보고 설교 준비를 하는 습관을 만들었다. 덕분에 시간도 금세 가고, 영적으로 충만·신선해지고 있다"고 했다.

왕성교회 교인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길 목사는 "우리 교인들은 제가 어려울 때 저를 지켜 주고, 한 번도 제게 나쁘게 대한 적이 없다. 이번 아카데미 사역에도 전적으로 지원해 줬다"며 "어떻게 이런 큰 복을 받았는가 돌이켜 보니, 정치를 하기 전 20여 년간 목회만 하며 말씀을 붙들로 교인들과 엉켜서 살았던 덕분인 것 같다"고 했다.

길 목사는 후배 목회자들에게 "설교를 잘하고 싶어하지만 말고, 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목회는 찬양이나 교제가 아닌 말씀으로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거 우리 선배들은 너무나 큰 환란을 겪었으니 오직 말씀만 붙들었다"며 "설교 준비와 전달에만 관심을 갖기보다, 하나님을 만나서 감격하고 회개하고 변화되는 강력한 체험을 가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목사들은 매일 3시간 이상 기도하고 1시간 이상 성경을 읽어서 심령이 메마르지 않게 해야 한다" "극단적 표현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텍스트를 분석하는 자체가 인본주의다. 하나님 말씀에 심취돼, 그 안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잡아 설교해야 한다" "설교를 잘하려 하지 말고 성경적으로 하려고 해야 한다" "성경의 본래 뜻을 잘 알려면 원어를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씀을 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내야 한다" "위대한 설교는 목사를 칭찬하게 하지만, 좋은 설교는 그리스도를 찬양하게 한다" "그리스도의 종이라는 의식이 약해지면 안 된다" 등의 조언도 했다.

그는 덕연설교아카데미를 지속성을 갖추고 많은 목회자들을 변화시키는 기관으로 굳건히 세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길 목사는 "설교 아카데미들이 많지만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치는 이유는, 학문적으로만 접근하거나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저는 왕성교회 십자수기도원 시설들을 보완하고 콘텐츠를 보강해, 목회자들이 이곳에 머무르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영적으로 회복되고 설교 준비를 다 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저는 완벽하거나 잘하는 설교가는 아니지만 말씀의 본질은 안다"며 "후배들이 제가 젊은 시절 겪었던 방황을 반복하지 않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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