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제
▲정효제 박사(크로마국제학교(CCIS) 설립, 전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행정고시나 사법고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는 고시 합격자 전원의 명단이 신문에 실릴 정도로 그 수가 적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런 것도 아닌데 일반 행정직 9급 공무원도 100대 1에 육박하고, '입법직·일반 행정직류' 같은 경우에는 400대1을 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과연 공무원 만능 시대가 된 것인가?

국가 공무원이라고 하면 공복이라고 불린다. 말하자면 "나라의 머슴"이라는 뜻이다. 국가의 명령을 받고 백성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렇게 나라의 일꾼을 모집해 놓고 나면, 이제는 국가가 그들의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고 국민들을 위해서만 철저히 봉사하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공무원이 되고 난 뒤에 과연 국민을 위하여 진심으로 봉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가는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평소에는 봉사하지 않다가 공무원이 되었다고 갑자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전환할 수 있을까? 평소에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면 봉사하는 삶을 철저히 살아갈 것이라 기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봉사하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어려서부터 훈련하여야만 한다.

누구에게나 "내가" 세대라고 부르는 시기가 있다. 이 시기에 아이가 부모나 어른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라도 타면 버튼을 누르겠다고 "내가, 내가!"라고 하면서 까치발을 드는데, 그 일을 부모가 대신하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어른이 대신해 준 것이다. 밥 먹다가 물이 먹고 싶어서 아이가 직접 컵에 따라서 마시려고 하면, 부모가 물 쏟는다고 걱정하면서 대신해 준다. 청소라도 좀 해 보려고 하면, "너는 공부나 해!. 집안일은 엄마가 알아서 해!"라고 한다. 이런 한 마디가 아이들을 좌절시키고,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하며, 나아가서는 엘리베이터 버튼 하나 누르는 것도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게 한다.

아이가 이렇게 자라다가 사춘기가 된 뒤 엄마에게 "얘야! 슈퍼에 가서 우유 하나 사 올래?"라는 간단한 부탁이라도 받으면, 여지없이 "엄마가 해! 나는 바빠!"라고 대답한다. 이미 나는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고, "누군가가 대신해 주면 나는 편하다"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이런 의존적인 아이, 남을 위해서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아이로 성장하면, 어떻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봉사하는 삶을 기초로 하는 훌륭한 인재를 키워낼 수 없을 뿐더러, 공무원이 되어서도 자신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일해 주기만을 바라는 이상한 머슴을 만들 수밖에 없다. 어려서부터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본인이 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