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 육성 정책을 추진하려던 대구시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이를 전격 철회했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먹고 쓸 수 있는 것들을 총칭하며, 최근 이슬람권 시장 개척을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실익에 대한 의문 제기, 무슬림 관광객 유입에 따른 테러 위험성 증가 등으로 반대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대구시는 4일 경북의 지자체(중구, 동구, 달서구, 군위군, 칠곡군) 및 대구테크노파크(바이오헬스융합센터) 등과 공동으로 준비한 '한국형 할랄 6차산업 육성 사업'이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주관하는 '지역행복권 선도사업'에 선정됐다며 "무슬림 비즈니스 시장 개척과 관광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형 할랄 6차산업 육성'은 경북 군위·칠곡 등과 함께 과일·채소 뿐 아니라 소·닭·염소 등의 육류를 가공하여 중동 수출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3년간 4만5천 명의 동남아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해 고용 300명, 생산 유발 효과 1,380억 원 상당을 창출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 사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국비를 지원받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이 SNS 및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에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다음 아고라에서는 반대 서명 청원에 2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에 대구시는 지난 5일 "대구시가 추진하려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알려져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드린 점 송구하다"며 "대구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우리 지역에서 생산되는 화장품, 식품 등의 제품을 할랄인증을 통한 수출로 요약할 수 있으며, 할랄산업단지 조성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익산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다른 점은, 익산시는 식품전용단지를 만들어 단지 내에 할랄식품 가공 단지를 구축하여 무슬림 근로자들을 채용해서 식품가공 공장을 운영하는 사업이며, 대구시에서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식품가공공장, 화장품생산공장, 섬유생산공장 등에 할랄인증(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여 지역주민이 직접 생산한 제품을 동남아 국가에 수출길을 열어주기 위한 사업"이라며 "대규모의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무슬림 근로자를 채용하는 사업이 아니다"고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도 대구시청 홈페이지, 포털사이트, 전화 등을 통한 반대 여론이 줄지 않고, 대구시의회도 자신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며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할랄사업은 실효성이 떨어져, 다른 지자체도 같은 이유로 주민들이 반대해 포기했다"고 압박해 왔다.

이에 대구시는 할랄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 부족 및 지역 갈등, 사업 실익 등을 고려해 사업 철회를 결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대구시는 "공모사업 선정 결과가 발표된 2월 4일 직후부터 IS 테러 우려 등의 사유로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한 반대 여론이 지속, 확산되고 있다"며 "할랄사업이 국가 관심 추진 사업이지만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갈등 우려와 사업 실익 등을 고려할 때, 지속적 추진이 곤란할 것으로 판단해 설 연휴 기간 중 관련 지자체 및 기관의 의견을 수렴해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 같은 결정을 지역발전위원회 및 농림축산식품부에 통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대구시가 할랄 육성 사업을 철회한 11일 한국관광공사는 2,032만 중국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할랄 방한 관광' 상품을 개발, 올해 1,000명 이상 관광객을 유치하기로 했으며 제주·부산 등과 연계해 중국 무슬림 특화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 주도의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전용단지 추진 계획이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혀 잠정 보류된 상황에서 또다시 할랄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정부는 할랄 육성 정책 추진과 지원 의지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역동적인 혁신경제'를 추진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로 농업 분야에서는 중동 이슬람의 할랄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수 차례 밝혔다. 이후 박 대통령은 2015년 3월 중동 순방 중 중동 할랄식품의 허브인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 환경수자원부 및 표준측량청과 '농업 및 할랄식품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UAE 측의 할랄식품 전문 기술 자문을 바탕으로 전북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할랄식품 전용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또 농식품부는 국내 할랄 도축장·도계장 건립에 55억 지원 등의 계획을 밝혔다.

각국의 할랄인증마크
▲각국의 할랄인증마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