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운동연구가).

‘성령의 주 되심’의 삶을 사는 가정을 목표로 성숙해 나가야 한다

영적으로 성숙한 크리스천 가정의 단계는 그리스도와 연합된 삶(the life of union with Christ), 즉 하나님의 뜻에 가족들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되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단계이다. 우리가 전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만을 위해서 자신의 의지를 지속성 있게 드린다면, 죄와 육체의 소욕, 그리고 율법의 요구는 우리 안에서 죽은 것과도 마찬가지다. “너희가 만일 성령의 인도하시는 바가 되면 율법 아래 있지 아니하리라”(갈 5:18). 그러므로 성결한 삶을 직접적으로 가능케 해 주는 요인은 바로 주님께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성결의 성패(成敗)는 얼마나 내가 그리스도의 영에 충실히 따라 행하고 있느냐에 있기 때문에, 그 실제적인 성공의 비결은 주님을 끊임없이 바라보는 힘, 즉 사랑인 것이다. 이처럼 성령에 의해 변화되어 차츰 그리스도를 닮은 자로 되어가는 것이 ‘성결케 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성령 충만한 생활, 즉 성령의 지배를 받는 생활로 들어가는 방법이다. 우리는 십자가를 통해서 들어간다. 신자에게 거하는 죄는 원칙적으로 십자가 위에서 죽었다.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조만간 죄의 죽음이 된다. 죄는 사실상 중생에 의해 왕좌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롬 8:13)라는 말씀처럼, 이제 성령의 도우심으로 크리스천은 죄의 생기의 근원을 말리며 평생을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화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성화의 적극적인 면은 활기를 주는 것, 즉 새 사람을 성장시키고 성숙시키는 것이며, 소극적인 면은 억제하는 것, 즉 옛 사람을 약화시키고 죽이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역사는 점차적으로 우리의 평생에 걸쳐 완성을 향하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크리스천 가정의 구성원 각자가 그리스도께 온전히 헌신하여, 성령의 온전한 통치를 받을 수 있도록 훈련되어야 한다.

그러면 성령의 인격적인 인도하심은 크리스천 가족들의 영혼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후안 카를로스는 이에 대해 “성령 안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을 뜻합니까? 성령 안에서 살고 걷는다는 것은 당신 속에 그리스도께서 계시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것입니다”(Juan Carlos Ortiz, 「주님과 동행하십니까?」)라고 하였다. 스티븐 하퍼도 “영적 발전의 목표는 우리 삶을 갈수록 더 하나님의 손에 맡기고, 우리의 삶에서 하나님의 역사를 갈수록 많이 보는 것이다. 우리 가운데 중단 없는 영교(靈交)의 위치에 도달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인데, 이는 우리는 우리에게 닥치는 일에 의해 너무나 쉽게 중심이 흩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 중심의 영성에서 삶 중심의 영성으로 옮겨갈 때, 하나님 의식의 순간들의 간격을 좁힐 것이다”(Steven Harper, 「성령과 동행하라」)라고 하였다.

이처럼 신자의 영혼이 삶 중심의 영성, 즉 온전히 그리스도께 헌신하여 중단 없는 성령의 임재 의식 속에서 살아갈 때, 주님께 붙들려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생각과 감정과 의지는 곧 성령의 뜻과 인도하심이 나타나는 통로가 된다. 이러한 경건의 삶은 곧 그리스도 닮기(Christlikeness)를 향해 성숙되어 가는 과정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성령은 성화의 영이다.

그런가 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과 부활에 나타난 권능의 근원은 성령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성령은 복음 증거의 영이다. “볼지어다 내가 내 아버지의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리니 너희는 위로부터 능력을 입히울 때까지 이 성에 유하라 하시니라”(눅 24:49);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행 1:8). 그러므로 지속적으로 성령과의 친교를 나누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게 될 때, 성령께서는 크리스천의 가정을 복음 증거의 삶으로 부르신다. 사도행전의 경우들처럼,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를 때 크리스천 부부와 자녀들은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복음을 증거하게 된다. “내 말과 내 전도함이 지혜의 권하는 말로 하지 아니하고 다만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으로 하여 너희 믿음이 사람의 지혜에 있지 아니하고 다만 하나님의 능력에 있게 하려 하였노라”(고전 2:4-5).

이처럼 크리스천 가정이 순간마다 성령의 임재를 의식하며 그분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삶을 통해 ‘성령의 주 되심’(Lordship of Holy Spirit)이 가족들 속에 이루어진다. ‘성령의 주 되심’이란 “그리스도인의 삶과 복음 전파의 주체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의 위격으로 각 신자 안에서 인격적으로 인도하시는 사역”(배본철, 「21세기 예수 부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성령의 주 되심’은 온전히 헌신된 크리스천 가족들이 순간마다 주 예수 그리스도와 동행하면서, 성령의 나타남과 능력 속에서 복음을 증거하는 삶으로 구현된다. 이렇게 한편으로는 ‘그리스도 닮기’를 향하여,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세계 복음화’를 향하여, 크리스천의 가정은 성령의 주 되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을 교회와 세상 속에서 펼쳐나가게 된다.

비록 크리스천 가정임에도 불구하고 온 가족이 성령의 충만함을 지니고 있지 못하면, 가족 간에도 행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해 나갈 가정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기독교 가정사역의 영적 목표는 크리스천 가정들이 그리스도 닮기와 복음 전파의 삶에 있어서 성숙되어가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위에서 제시한 몇 가지 지침은 가정의 영적 성숙과 성령의 통치를 위한 가정사역자가 지녀야 할 영적 안목의 척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크리스천의 가정들마다 이런 성령의 통치를 위한 영성훈련 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또 지속적으로 훈련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은 우리가 바라는 가정의 회복과 또 더 나아가 하나님나라의 확장에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