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의 직업관이 산업화·도시화 시대에 갖는 의미

이대웅 기자 입력 : 2015.10.10 16:47

한국개혁신학회, ‘종교개혁신학 국제학술대회’ 개최

▲국제학술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신학 국제학술대회’가 10일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담임 박노철 목사) 본당에서 ‘21세기에 있어 종교개혁의 의미(Reformation Today)’를 주제로 개최됐다.

한국개혁신학회(회장 주도홍 교수) 제39차 정기 학술심포지움을 겸해 열린 학술대회 오전 첫 세션에서는 독일 레겐스부르크대(Regensburg Univ.) 한스 슈바르츠 박사(Hans Schwarz)와 프랑스 칼빈신학교(Calvin Seminary) 폴 웰스 박사(Paul Wells)가 발표했다.

한스 슈바르츠 박사는 ‘마틴 루터의 소명 이해의 중요성’이라는 주제로, 종교적 직업만을 성직으로 이해한 중세적 사고와 달리 루터는 세속의 직업과 종교적 직업을 동일선상에서 ‘이웃과 하나님을 위한 봉사’로 봤음을 논증하면서 이것이 오늘날 갖는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슈바르츠 박사는 “바울은 단어 ‘소명(vacatio)’을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확대했지만, 초대교회부터 이 ‘직업’이라는 용어는 수도원의 소명으로 제한됐고, 루터가 살던 중세 말 당시 이 용어는 종교적·사회적·신학적으로 엄격하게 제한돼 교회 직제, 특히 수도승들에 대해서만 사용됐다”며 “루터는 이 개념을 각 개인을 포함한 세상적 활동으로 자유롭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스 슈바르츠 박사. ⓒ이대웅 기자

그는 “루터는 이를 통해 세속적 일을 필연적으로 부각시켰다기보다, 종교적 직업을 추구하면 어떤 특권을 소유할 수 있다는 관념을 거부한 것”이라며 “루터는 종교적 소명과 비종교적 사역을 구분하지 않았고, 모든 인간활동을 즉각적으로 하나님과 연관되는 것으로 봤다. 각자의 직업은 직접적으로 하나님에 대한 섬김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겼기에, 특정 직업에 고액의 보수가 지급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슈바르츠 박사는 “루터가 종교적 직업이 더 가치 있다는 발상을 거부한 것은, 모든 사람이 하나님 앞에 자신의 선한 행위에 근거하기보다 하나님을 신뢰함으로서 받아들여지고 의롭게 된다는 확신에서 비롯됐다”며 “그에게 선행은 ‘칭의를 위한 전제조건’이 아니라 ‘칭의에 대한 감사의 결과’이고, 이런 점에서 세상적 직업은 이웃을 섬김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직업에 대한 이해는 산업화·도시화 속에 대부분 사라진 채, 고용주와 고용인 모두 직업에 순수하게 종사하지 않고 무의미한 삶을 지속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이웃의 필요를 채워 주는 것으로서의 직업에 대한 루터의 강조점이 오늘날 일터에서 재발견될 필요가 있다”며 “루터에게 직업이란 급료를 받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내포했다”고 지적했다.

한스 슈바르츠 박사는 “루터에게 직업은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타인들과 이들 외의 공익을 보존하시는 한 가지 방식으로, 창조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도록 하나님께 명령받은 것이었다”며 “이웃을 돌보고 부모가 되어 자녀를 양육하는 행위는 우리가 받은 소명의 공통성을 보여 주고, 이러한 소명에 근거해 부자와 가난한 자, 권위 있는 자와 그 아래 있는 자의 차별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직업에 대한 루터의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개별적이고도 자기중심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행동을 반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우리의 사역이 공익을 도모하는 것임을 재발견하게 해 준다”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단순한 ‘지적 동의’가 아니라 이웃의 필요를 채움으로써 하나님께 행동으로 응답하는 것이 된다”고 정리했다.

폴 웰스 박사는 ‘존 칼빈이 말하는 중보자 그리스도의 삼중직’을 주제로, 칼빈이 말한 그리스도의 삼중직은 그리스도의 구원적 행위가 지닌 의미를 설명하기 위함이며, 칼빈 기독론에 있어 혁신적 요소를 대표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폴 웰스 박사. ⓒ이대웅 기자

그에 의하면, 칼빈은 제사장과 왕의 전통적 두 직분만을 강조하다가, <제네바요리문답서(1541)>와 1545년판 <기독교 강요>에서부터 선지자 직분을 추가했다고 한다. 웰스 박사는 “선지자 직분은 1559년 <기독교 강요> 최종판에서 ‘메시아의 타이틀에 관한 주해’에서 결정적 형태를 취하는데, 이처럼 삼중직 기독론은 개혁신학의 후속 발전 뿐 아니라 직분 중 하나를 다른 두 직분에 비해 강조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장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중직 교리에 대한 근원은 아무런 의심의 여지 없이 성부와 더불어 말씀의 아들 되심이고, 그리스도의 왕 되심은 다른 두 직분에 대해 우선권을 지닌다”며 “세 가지 직분은 신적 약속에 대한 기대감으로서, 성육하신 성자의 인격 속으로 행동하심으로서, 그리스도의 영원한 통치를 종말론적으로 선포하심으로써 언약에 있어 하나님의 구원 행위를 하나로 묶는다”고 밝혔다.

폴 웰스 박사는 “칼빈의 기독론은 그 지닌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성육신의 중심적이고 성경적 동기에 대한 해석 또는 다양한 측면을 지닌 프리즘과 같은 해석학적 기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지 못했던 것”이라며 “이에 대한 이유 중 하나는 그 중심적 동기가 신 중심적이고 인간론적 ‘아래에서부터의’ 기독론으로 기능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최근에는 인간 중심적 현대주의의 지배적 경향과도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고 전했다.

웰스 박사는 “그러나 현재적 상황에서 칼빈의 세 직분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첫째로 ‘숨겨진 그리스도’가 모든 종교적 열망에서 발견되는 다원주의적 종교의 흐릿한 애매모호함 대신에 건강한 그리스도와 복음을 존중하는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둘째로는 목표를 상실한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에 대한 실제적이고 인격적인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눈물과 재앙이 찾아오는 순간, 중보자 그리스도에 대한 이런 체험적인 지식은 어떤 사람에게도 희망을 갖게 하는 가장 확실한 안전망”이라며 “‘길이시고 진리와 생명 되신’ 그리스도께서 세 가지 직분이시기 때문에, 중재에 대한 칼빈의 다채로운 조율들은 삶 속에서 개인적 의미를 추구하는 누구에게나 감미로운 음악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윤·김영한 박사(앞줄 왼쪽부터) 등 주요 발표자와 좌장들이 자리한 모습. ⓒ이대웅 기자

세션 2에서는 J. V. 페스코 박사(웨스트민스터신학대)가 ‘성경 석의로부터 설교에 이르기까지: 칼빈의 에베소서 2장 8-10절 이해와 사용을 중심으로’, 김영한 박사(숭실대 명예교수)가 ‘오늘날 종교개혁 신학의 새로운 중요성’, 최갑종 박사(백석대 총장)가 ‘칭의와 그리스도의 믿음: 로마서 3장 21-31절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발표에 앞서 개회예배와 회장 주도홍 박사의 개회사, 이종윤 박사(종교개혁500주년기념사업회 대표회장)의 주제발표 ‘오늘날 설교의 개혁’도 있었다.

오후 세션 3에서는 로버트 레담 박사(웨일즈 복음주의신학교)가 ‘마틴 부처의 신학에 있어 선택과 확신’, 황대우 박사(고신대)가 ‘마틴 부처의 예정론’, 김재성 박사(국제신대원)가 ‘고통과 견인: 종교개혁의 유산과 한국교회’를, 세션 4에서는 리처드 C. 갬블 박사(리폼드신학대)가 ‘기독교와 국가: 로마서 13장 1-7절에서의 바울 신학에 대한 주석적 분석’, 이상은 박사(서울장신대)가 ‘칼빈과 바르트의 신학에 있어 교회와 국가의 관계’, 김대웅 박사(총신대)가 ‘다니엘서에 나타난, 하나님의 백성들에 대한 보호자들’, 김경렬 박사(총신대)가 ‘아사셀 염소는 속죄제의 일부인가?’를 각각 발표했다. 이후에는 모든 발표자들이 등단한 가운데 이승구 박사(합동신대)를 좌장으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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