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는 10월 10일을 앞두고,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이하 HRW)가 “북한 정부는 기본적으로 노동권을 존중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섰다. 북한 정부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강제노동을 통해 일반 주민과 수용소 인원들을 통제하면서 경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인권 침해’를 권력 유지 전략의 일환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부국장은 “북한 정부는 자신들을 ‘노동자 천국’으로 선전하지만, 경제 건설을 명목으로 무임금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가 진정 노동당 창건일을 축하하고 싶다면, 주민에 대한 야만적 노동착취부터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 정부는 모든 주민들에게 과중한 강제노동을 부과하고 있어, 주민 대다수가 일생에 한 번은 강제노동을 경험하고 있다. 학생들은 파종 및 수확 시기에 한 달 동안 학교의 강요로 농장에서 무급 강제노동을 하고 있으며, 이 여파로 신체적·정신적 피해와 영양실조, 탈수, 성장장애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수용소와 교화소, 단기 구류시설에 갇힌 정치범들은 어렵고 위험한 조건 속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추운 겨울철에도 제대로 된 의복이나 주거 조건을 갖추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수감자들은 극소량의 음식 공급에 의료 지원도 없어 기아에 가까운 상태로 입소하는데도, 벌목장이나 광산, 농장 등에서 보호장비 없이 일해야 한다. 경비요원들의 감시 하에 노동을 강요받으면서, 정신적·심리적 학대를 당하거나 성추행에 노출되기도 한다.

일반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다. 도시든 지방이든 남성과 미혼 여성 모두 졸업 이후 정부가 지정한 기업에서 일할 것을 요구받는다. 명목상으로는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지만, 대다수 기업은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직업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부업을 찾아나서게 된다.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민 신동혁 씨의 그림 ‘세상 밖으로 나오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필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에서 강제노동은 대단히 일반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아, 주민들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강제노동 문제는 너무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북한인권의 감추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아직도 노동권 기준을 개발하고 정부들의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하지 않았다. HRW는 북한이 ILO 가입을 통해 회원국들이 채택한 노동자 기본권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선언에 따라 강제노동과 아동노동을 폐지하고, 집회의 자유 및 단체교섭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노동은 북한 노동당 창립 이래 정치적 강압 도구로 활용돼 왔으며, 최근 몇 년 전부터는 북한 경제의 중추로 자리잡았다. 1993-1995년 정부의 배급 시스템 붕괴 후, 북한은 기근 및 대대적 기아에 직면했다. 수십만 명에서 350만여 명 사이로 추정되는 주민들이 1994-1998년 일명 ‘고난의 행군’ 때 굶주림으로 죽어간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결국 기근에 시달리던 북한 주민들은 시장으로 나가 소규모 상업활동을 시작했다. 주민들 뿐 아니라 정당, 군대, 구금시설, 경찰, 국영기업, 학교, 대학 등 정부기관들도 더는 정부 예산에 의존할 수 없게 되자, 생존을 위해 비공식적으로 ‘회색 경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기관들이 비용 충당을 위해 강제노동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1-2007년 정거리 12호 노동교화소의 생산계획을 담당했던 한 수감자 출신 탈북민은 “생산에 필요한 1인당 노동일수에 따라 전국 수용소에 필요 인원이 배치됐다”고 밝혔다. ‘재교육을 통해 교화한다는’ 교화소는 경찰이 운영하는 구류시설로, 정치범 및 형사범들이 장기간 ‘노동교화’형을 사는 곳이다.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북한 정부가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체계적이고 광범위하며 흉악한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보고했다. 보고서에 언급된 인권침해에는 노예화, 몰살, 살인, 고문, 감금, 강간, 강제낙태 및 기타 성폭력이 포함돼 있다.

COI는 “일반 감옥에서 수감자들은 강제노동에 동원돼 광산, 공장, 농장, 벌목장에서 일하지만, 이 사업에서 나오는 수익은 교화소에 재투입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수감자들의 강제노동은 체계적으로 김 씨 일가의 성과와 가르침에 대한 강제 일일 교화시간과 묶여 있는 점에서, 정치적 강압의 일종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강제노동에 앞장서 온 북한노동당 창건일을 축하할 게 아니라, 전국에 만연한 강제노동 종식을 알려야 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나서서 착취에 기반한 북한의 경제시스템을 종식시킬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