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역사교과서에 기독교를 공정히 서술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김규호(선민네트워크 대표)·김윤기(한교연 명예회장)·황수원·이영훈 목사, 김영진 상임대표, 박명수 교수, 이병대 목사(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 ⓒ김진영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고시한 중·고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기독교 관련 역사 서술은 빠져 있었다. 교계 지도자들이 황우여 교육부장관 면담 등을 통해 노력했지만 결국 허사였다. 이에 교계는 남은 집필기준 개정안만이라도 관련 내용을 포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공동대책위원회’(고문 이영훈·양병희·황수원 목사, 이하 대책위)는 8일 오전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알렸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9월 23일 발표된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에 보면, 모든 종교는 다 언급돼 있는데 오직 기독교만이 단 한 단어도 나오지 않고 있다”며 “기독교의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현실에 깊은 실망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 교육과정에는 불교, 유교, 도교, 천주교, 천도교, 심지어 풍수지리까지 다 포함돼 있다”면서 “하지만 유독 기독교만이 여기에서 제외돼 있다. 이것은 한국의 역사교육이 기독교를 무시한 명백한 증거”라고 일갈했다.

이들은 “한국 기독교는 한국의 근대화, 독립운동, 대한민국의 건국, 산업화, 민주화에 한국의 어떤 종교 못지 않게 기여했다. 하지만 역사교과서는 이 같은 기독교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교육부는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을 분명히 설명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집필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다종교사회에서 정부의 공공정책은 모든 종교를 평등하게 대우해야 하며, 어떤 종교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와 교육부는 한국사회가 다종교사회라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종교가 차별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기독교는 정부의 응답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수원 대표회장(한국장로교총연합회)은 “역사교과서에 대한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기독교를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올바른 역사 기술에 대한 공적인 요구”라고 했다.

이영훈 대표회장(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역시 “역사라는 것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면서 “종교편향 논쟁을 벌이겠다는 게 아니라 바른 역사를 복원하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영진 상임대표(국회평신도 5단체협의회)는 “역사 속 기독교의 역할은 특히 일제 하 독립운동 과정과 개항 후 두드러졌다. 이것이 엄연한 사실임에도 역사교과서 교육과정에 이것이 빠졌다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왜곡된 역사를 미봉하고 사실을 묵과한 채, 과연 우리가 일본을 향해 역사의식을 운운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대책위 전문위원장)는 이처럼 역사교과서에서 좀처럼 기독교를 잘 다루지 않는 원인에 대해 △한국교회의 무관심 △역사교과서 집필자들의 역사관 등을 꼽았다. 특히 그는 “역사학계에 서구와 한국의 문화를 대립적으로 보는 역사관이 없지 않은데, 기독교는 서구의 문화로 분류된다. 결국 이것이 역사교과서에도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며 “한국교회가 여기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역사학자 양성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