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운동연구가).

얼마 전, 한국 교계는 구원론 문제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미국 풀러신학교의 신약학 교수인 김세윤 박사가 내한하여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의 내용 때문이었다. 김 박사의 강의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구원파를 이단이라고 하는 한국교회가 실상은 구원파적 신념의 오류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한 번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영접하면 영원히 구원을 받는다는 신념, 그리고 의로운 삶의 열매가 없는 칭의론 등으로 인해, 한국교회 강단에는 온통 싸구려 복음이 판을 치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결국 진정한 구원이란, 크리스천이 받은 바 구원을 지속적인 순종과 의의 열매 맺는 삶을 통해 ‘두려움과 떨림’으로 이루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이러한 김 박사의 지적과도 맥을 같이하면서, 필자는 한국교회 구원론에 성결 신앙이 희미하다는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필연적으로 한국교회의 저하된 도덕성과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무기력함의 근본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므로 힘 있는 성결 신앙이 한국교회 내에 확립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점에서 성결 신앙 필요의 절박성을 강조한다.

1. 성결은 구원론의 실체다.

회개 없는 칭의, 열매 없는 믿음, 순종 없는 구원의 메시지가 진정한 구원의 도리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구원이란 죄를 향한 자유(freedom to sin)가 아니라 죄에서의 자유(freedom from sin)여야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성결이 빠진 구원론은, 웨슬리(John Wesley)의 말을 빌리자면, 덜된 크리스천(almost Christian)이지 결코 온전한 크리스천(altogether Christian)이 아니다. 온전한 구원론에는 죄론(롬 1-3장)과 칭의론(롬 4-5장) 그리고 성결론(롬 6-8장)을 함께 연장선상에서 다루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칭의의 은혜와 함께 성결의 경험은 구원론의 부가물이 아니라 그 실체요 필수 요소다.

2. 성결은 제자도의 필수 요건이다.

일찍이 본회퍼(Dietrich Bonhoeffer)는 “값싼 은혜(costless grace)는 교회의 치명적인 적으로서, 그리스도께로 가는 길을 닫아 버린다”고, “값진 은혜(costly grace)는 제자로의 부르심의 음성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나서는 신앙을 말한다”고 보았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의 공로로 구원받은 크리스천들은,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는 제자들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러한 제자들에게 있어서 필수 요건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눅 9:23) 예수님의 길을 따르는, 성결의 은혜로 무장하는 일이다. 

3. 성결은 성령론의 핵심이다.

그동안 개혁주의 신학 계통에서는 성령의 중생케 하심과 내면적 열매를 중심으로, 또 오순절 계통에서는 성령의 나타남과 은사 중심으로 성령론을 전개해 왔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성결교회 성령론의 강조점은 성결이었는데, 이 성결이야말로 복음적 성령론의 진정한 핵심인 것이다. 성결이 빠진 성령운동은 종종 퇴색되고 잘못된 길을 가기 일쑤다. 그러나 성결 중심의 성령운동은 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면서 진리 가운데로 힘 있게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어둡고 방황하는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요청은, 그곳에 성결의 능력을 바로 전하는 일이다.

4. 성결은 하나님 나라 확장의 원동력이다.

성결의 은혜는 영혼과 삶 속에 죄에서의 정결과 하나님께 대한 사랑, 그리고 사역의 능력을 부여한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성결의 은혜 안에 살아가는 크리스천을 내향적으로는 ‘그리스도 닮기’를 향하여, 그리고 외향적으로는 ‘세계 복음화’를 향하여 헌신하도록 이끄신다. 그러므로 먼저는 개개인의 심령 속에 성령이 통치하시는 하나님 나라(롬 14:17)가 이루어지고, 그리고 이어서 성결함 받은 크리스천 공동체는 성령 충만한 삶을 통해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을 교회와 세상 속에서 펼쳐나가게 되는 것이다.

한국 초대교회에 임했던 성령의 불이 평양대부흥운동을 가능케 했듯이, 오늘날 힘을 잃고 방황하는 한국교회에 진정한 부흥이 다시 일어나기를 우리 모두 염원하고 있다. 한국교회의 모든 강단마다 성결의 메시지가 힘 있게 선포되기를, 모든 목회자들의 삶과 사역 속에 성결의 능력이 충만하기를 간구한다. 왜냐하면 맛을 잃고 힘을 잃어가는 한국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책은 정결의 불, 사랑의 불, 능력의 불로 임하는 성령의 능력으로 교회를 무장시키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