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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이재근 | 복있는사람 | 292쪽 | 13,000원

“지형도(地形圖): 지표의 형태 및 지표에 분포하는 사물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그린 지도. 대표적 일반도로서 등고선으로 땅의 높낮이를 나타내며, 수계, 교통로, 취락, 토지 이용, 지명 따위를 표시한다.”

‘지형도’라는 말은 비단 지도나 지리학에서 뿐 아니라, ‘재계 지형도’, ‘계파 지형도’처럼 일정한 세력의 분포를 나타내는 데에도 사용된다. 책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도 그 제목처럼, ‘20세기 복음주의’의 연원과 특징, 그리고 그것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한국 개신교회 전반은 교파에 상관없이 여전히 복음주의적이므로, 그 복잡한 양상에도 불구하고 한국 개신교회의 특징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용어이자 실체로서의 복음주의에 대한 신학적·역사적 정의를 내리고 그 지형도를 그리는 것은, 한국 개신교인의 과거 및 현재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집필 의도를 밝힌다.

이 책은 본지에도 소개됐던 저자의 지난해 ‘20세기 세계 복음주의 지형도 그리기’ 연속 강연을 바탕으로 했다. 특히 “일종의 가이드를 제공하려는 목적”이었기에, 전문 학자군보다는 ‘복음주의’에 신앙 정체성을 두고 있는 신학생·목회자, 선교단체 간사·리더, 기독출판 및 언론계 종사자, 청년·일반 성도들을 대상으로 삼았다. 복음‘주의’라는 말이 주는 다소의 거리감을 극복하면서, 주요 인물들과 성경관, 신앙과 행동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한국 교계에서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남용되고 있는 용어 ‘복음주의’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잘 꿰어, ‘우리의 뿌리’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뿐만 아니라 이론적인 ‘지성과 변증’과 실천적인 ‘공공성’을 잇따라 배치했고, ‘뜨거운 감자’인 오순절을 설명하면서도 균형감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한국 성공회’가 영국이나 아프리카의 성공회와 분위기가 사뭇 다른 이유도 알 수 있다.

인상 깊은 대목은 “복음주의는 시대의 아들이었다(145쪽)”는 부분으로, 일제 강점기와 6·25,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지나온 한국의 복음주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복음주의가 성장한 뿌리와 배경에는 이런저런 계몽주의의 영향이 있었다. … 물론 복음주의자는 이 모든 과정에서 삼위일체 하나님의 다양하고 세밀한 역사와 개입과 주권이 있었다고 인정한다. 그럼에도 복음주의의 모든 현상이 시대의 배경과 조건 아래에서 일어났다는 사실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책을 읽고 나면 복음주의의 ‘세계 확산’ 이후, 확산된 세계 각 지역의 복음주의 발전과 현황도 궁금해진다. 저자는 말미에 ‘21세기 세계 및 한국 복음주의의 현실과 전망’을 간략하게 서술함으로써, ‘2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