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목사(꿈너머꿈교회 담임, 한국기독교장례문화연구원 원장, 행복한가정평생교육원 원장).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갈 기회가 있었다. 옷의 종류가 많다 보니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입어 보고 벗어 보고, 이리 보고, 저리 보고……. 많은 시간이 걸렸다. 딱 하나만 있으면 차라리 쉬울 텐데, 워낙 큰 백화점에 고급스러운 다양한 옷들이 있다 보니 더 어려웠다. 이처럼 옷 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물건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자동차에도 가격과 디자인, 색깔 등이 차별화된 여러 종류가 있고, 먹는 음식에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종류들이 많다.

사실은 물건 뿐 아니라 사람들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피부 색깔, 지역, 지위, 지식, 미모, 성격, 인격 등 여러 가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국의 교회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자랑이 되는데, 그 종류도 다양하다. 교인들 입장에서는 교회를 선택하기 위하여 직접 가 보고 알아 보고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다. 교파의 종류도 많다. 또 목회자의 믿음과 그 은사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교회들을 보게 된다. 심사숙고하여 교회를 택하고 신앙생활을 하지만, 역시 그 안에서 또 다른 믿음의 종류들을 보게 된다. 같은 교회, 같은 목사, 같은 설교를 듣고 같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서로 다른 것이다. 그리스도가 하나요 믿음도 하나인데, 실제 믿음에는 차이가 있고 여러 종류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필자는 믿음의 종류를 크게 2가지로 보게 된다. 알고 있는 믿음과 생활에서의 믿음이다. 지식의 믿음과 또 실제 생활에 적용되어 보이는 믿음인 것이다. 여기에서 아는 믿음, 즉 지식의 믿음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크게 다를 바 없다. 예수가 구세주인 것을 알고 세례도 받았다. 그래서 집사, 권사, 장로, 또 목사까지 되어서 교회를 잘 다니며 섬기고 있다. 주일성수를 하고, 기도를 하고, 십일조와 전도를 하고, 순종을 해야 하는 것도 다 잘 알고 있다. 이처럼 알고 있는 믿음은 기본 80점 이상으로 훌륭하다.

그러나 생활의 믿음은 그렇지 못하다. 실제 적용하는 삶에 있어서의 믿음은 낙제점수(?)가 제법 많다. 머리로는 아는데 실제의 삶은 여전히 힘들어하고 걱정하고 세상 사람과 다를 바 없다. ‘너희는 근심하지 말라, 이는 이방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말씀에 대한 지식은 있는데, 삶의 현장에서는 여전히 염려 걱정 근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메르스로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있다. 우려를 넘어 불안해하며 심지어는 예배까지 폐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기도하기를 쉬지 말라는 지식의 믿음은 있는데, 실제로는 모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7일부터 부흥단 주관으로 연회 교역자 산상성회를 개최했다. 필자가 부흥단장이라 오래 전부터 기도하고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메르스가 닥쳐왔다. 이에 믿음의 반응들은 크게 두 종류였다. ‘왜 성회를 강행하느냐’ ‘소나기를 피하라’는 것과, ‘어려움을 기도로 극복하자’ ‘하나된 아름다운 함성으로 기회를 만들자’ 등이었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 그것도 주의 종들 사이에서 기도하자는 집회를 포기하고 취소해야 한다는 일부 강성 목소리와 공격(?)이 마음에 걸렸다. 대내외적으로 정말 어려운 때이다. 하필이면 우리가 모여 기도하며 은혜를 나눠야 하는 그 때에, 모이지 못하게 하며 또 분열을 하게 하는 어두움의 세력을 보게 된다. 앞으로 시련과 더 큰 위험이 닥쳐올 텐데, 지금의 메르스가 예방접종이 되어야 한다. 오히려 약이 되어 끝까지 믿음을 지키는 순교적·시대적 사명을 감당하는 목회자와 주의 자녀들이 될 수 있기를 교훈 삼게 된다.

가나안 땅 정복은 상황과 현실이 어려웠다. 그래서 10명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2명은 달랐다. 똑같은 환경에서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믿음이었다. 홍해가 가로막고 있었다. 염려 불평과, 하나님이 우리를 위하여 싸우신다는 반응이었다. 역시 둘로 나뉘었다. 위기의 상황에서 어떤 믿음인가? 메르스의 위협에서 어떤 종류의 믿음을 보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