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션 북한사역서밋이 첫날 일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한국컴패션(대표 서정인) 주최 ‘2015 북한사역 서밋(North Korea Ministry summit)’이 8일 오후 더케이호텔서울에서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박 2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한국컴패션은 지난 2013년부터 북한사역팀을 조직하고 ‘통일 이후’ 교회와 함께 북한의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전인적 양육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님 안에서 사랑으로 양육받은 북한 어린이들을 책임감 있고 영향력 있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의 북한사역과 달리 전인적 양육이 허용되는 때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번 서밋에서는 ‘소망의 땅 북한, 교회가 희망입니다’를 주제로 ‘3 First(First Frontier, First Generation, First Action)’를 주제로 3개의 메인 세션과 8개의 분반 세션, 피날레 집회가 진행된다. 이날 한국컴패션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비해 열 감지기와 손 세정제를 곳곳에 설치했으며, 면역력 강화를 위해 참석자들에게 비타민C를 나눠주기도 했다.

개회사를 전한 서정인 대표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행사를 취소해야 하는지 기도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며 “8백 명만 와도 감사 기도를 드리려 했는데, 하나님께서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까지, 가까이는 서울이나 멀리는 브라질에서까지, 1,100명이나 북한을 위해 함께하겠다는 마음으로 동참해 주신 것에 북한의 수많은 어린이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서정인 대표가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첫 메인 세션에서는 전우택 교수(연세대)가 ‘First Frontier: 소망의 땅을 바라봅니다’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여러분들에게는 지금 북한보다 메르스가 더 중요했을 텐데, 메르스는 국내에서 현재 치사율이 7-10%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에볼라 바이러스는 처음 발견된 1974년만 해도 치사율이 97%로 걸리면 죽는 병이었지만, 작년에는 35-40%까지 낮아졌다”며 “그러나 북한 어린이들이 전인적으로 건강하게 양육받아서 성인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전 교수는 “북한 어린이들은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고, 제대로 된 영양 섭취와 정상적인 교육 없이 살아가다 아사(餓死)하고. 작은 병이지만 치료받지 못하다 심해지고 합병증이 생겨 죽어가며, 여러 제한들 속에 지치고 강퍅해지고 사랑받지 못하다 어른이 되고 있다”며 “말 그대로 그들은 100% 치사율 앞에 서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1년간 북한 사람들에 대해 연구해 왔는데, 그들은 북한에서 ‘논리정연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에 쳐다 보지도 않는다”며 “그러나 이렇게 ‘면역력이 아주 강한 영역’ 대신 ‘면역력이 전무한 영역’이 있는데, 바로 가난하고 억눌리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해서 뭔가 해 주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훨씬 감동받고 그들을 인정하며, 마음을 열고 먼저 말을 걸 것”이라고 전했다.

전우택 교수는 “북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지 이야기해 보면, ‘그들을 지배하는 주체사상을 빼내고 곧바로 복음을, 예수님을 집어넣으면 된다’고 한다”며 “하지만, 그들에게 복음을 확 집어넣는 일이 불가능한 이유는, 방금 말씀드렸듯 말로 복음을 전한다면 귀 기울일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판 사영리’를 준비해 평양역 앞에서 복음을 외치겠다는 분들 있는데, 그 열정은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북한 사람들이 예수 믿을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그들은 가장 취약하고 어렵고 초라한 소외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그들을 묵묵히 섬기고 있는 이들이 전하는 복음애 마음을 열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복음을 전할 방법과 도구에 대해선 “말씀드린 대로 어린이와 취약계층, 장애인 등에 대한 섬김 활동이 가장 좋지만, 어차피 북한 어린이 8백만여 명을 한국교회가 모두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여러 국제NGO 등이 함께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그들이 와서 일할 때 어떠한 자세와 태도로 일해야 하는가인데, 이를 한국교회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우택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한국컴패션 제공

그는 “한국교회는 북한을 섬길 때, 더 크고 높은 자리에서 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많은 종교와 교파, 교단과 교회가 ‘우리가 북한 선교에 앞장서는 선구자가 되겠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섬기겠다’고 하는 순간, 북한 사람들은 그들에게 예민하게 굴고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한국교회가 평양에 교회를 짓는 경쟁을 하는 순간, 더 이상 기독교라 말할 수도 없게 될 것”이라며 “컴패션에서 북한 각 지역에 여러분들의 교회를 배치할 때, ‘가장 들어가기 힘들고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배정해 달라’는 경쟁에 나선다면 우리가 선포하는 복음이 북한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이라고 불리면서 너무 높은 종이 되고자 하는 마음, 그것이 한국교회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 아닌가”라고도 했다.

또 “북한이 열릴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기보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갖고 훈련해야 한다”며 “남한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한국교회가 외면한 채 북한에서 섬길 준비만 한다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상처받지 않고 사랑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므로, 훈련 없이 들어가 북한을 섬기려 한다면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전 세계에도 도움이 필요한 수많은 곳이 있고, 이미 들어와 있는 3만여 명의 탈북민들도 있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전우택 교수는 “문화적·사회적으로 기독교에 대해 전무한 지식을 가진 그들 앞에 복음과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려면, 우리 자신부터 이미 세속화된 우리 신앙을 버리고 다시 처음으로 예수님을 만났을 때의 그 신앙, 그 본질적인 기독교의 참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라며 “북한 사람들은 ‘예수님을 믿은 다음 어떻게 살아가나요’라고 물을 것이고, 우리가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지 누구보다 유심히 바라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음 세대가 줄어들고 있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어찌 보면 뻔하지만, 북한과의 통일은 결정적인 순간 ‘새로운 출애굽’처럼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며 “우리가 복음을 입으로 표현하기 전에, 우리의 몸과 정신에 어떤 흔적을 갖고 다가갈지를 생각하면서, 1박 2일간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도, 함께 나누는 대화에 임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북한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전 교수의 강연 후에는 탈북 청년의 바이올린 연주와 북한을 위한 기도가 이어졌으며, 4곳에서 분반 세션 1이 진행됐다. 임성빈 교수(장신대)가 ‘북한의 미래와 교회의 역할’, 주도홍 교수(백석대)가 ‘독일 통일의 교훈과 적용’, 국제컴패션 웨스 스태포드(Wess Stafford) 전 총재가 ‘북한사역, 교회 그리고 어린이’, <헬프>의 저자 브라이언 피커트(Brian Fikkert) 커버넌트대학 교수가 ‘성경적인 섬김: 상처주지 않고 돕는 방법’을 각각 발제한다.

오후 7시부터는 국제컴패션 글로벌애드보커시 스콧 토드(Scott Todd) 부총재가 ‘First Generation: 소망의 세대를 품습니다’를 주제로 강연하며, 우간다 컴패션의 전인적 양육을 통해 성장해 현재 NGO 디렉터로 사역 중인 리치몬드 완데라(Richmond Wandera) 목사가 배우 차인표(컴패션 후원자)와 대담을 나눌 예정이다.

이튿날 오전에는 유기성 목사(선한목자교회)가 ‘First Action: 소망을 위해 일어납니다’를 주제로 세 번째 메인 세션을 진행하고, 두 차례의 분반 세션 후 홍정길 목사(남서울은혜교회 원로)와 국제컴패션 지미 메야도(Santiago Jimmy Mellado) 총재가 피날레 집회를 인도한다. 집회에서는 북한 어린이 사역에 헌신을 다짐하고, 북한 사역을 통한 한국교회의 회복과 부흥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