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목사(꿈너머꿈교회 담임, 한국기독교장례문화연구원 원장, 행복한가정평생교육원 원장).

우리 집사람은 늘 행복해한다. 아침 저녁 식사를 하거나 잠시 집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또 차 한 잔 할 때면, 언제나 좋다고 끊임없이 말한다. 여기가 정말 좋다는 것이다. 우리 집이 제일 좋다면서 행복해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집은 큰 집이 아니다. 넓고 화려하지도 않다. 내가 돈이 많아서 아내를 위하여 멋있고 값비싼 가구들을 마련해준 것도 아니다. 급할 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2개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샤워실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아들도 맘 놓고 샤워하며 생활하기에 불편(?)해서 직장에서 가까운 여의도로 나가서 살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도 아내는 항상 좋다고 한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내가 잘해 줘서가 아니고, 금은보화가 있거나 세련된 집이라서가 아니다. 우리 집이 좋은 이유를 늘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 집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산이 보이기 때문이란다. 바로 구봉산이다. 이 산이 있어서 좋아하고 있다. 동탄에서 병점으로 연결되는 작은 산이다. 거실의 창문 밖에 보이는 이 산속은 항상 신선한 느낌을 준다. 겨울에는 흰 눈이 장관이다. 나무마다 눈이 덮여 있는, 아주 가까이서 보는 하얀 산. 잎이 다 떨어지고 초라한 가지만 보여도 오히려 귀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사시사철 계절의 변화 속에 신비롭기까지 한 것이다.

지금 이 계절의 푸르름은 더욱 영롱한 모습으로 마음을 즐겁게 한다. 어느 새 파랗게 잎이 돋아났고, 꽃이 피며, 그 색깔과 내음까지도 새로운 것이다. 산 초입이지만, 집에서 보이는 곳은 제법 깊은 산속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다양한 나무들이 한눈에 들어와서 좋고, 창문을 열면 꽃과 새들까지 함께 주님을 노래할 수 있어 좋은 것이다.

또 이유가 있다. 우리 집에서 교회는 아주 가깝다. 1분도 안 걸릴 정도다. 그래서 언제든지 자유롭게 왔다갔다할 수 있기에 좋아한다. 마음대로 기도하고, 또 교회를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쁜 일정 속에 집안일도 틈틈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갑자기 비가 와도 우산도 없이 그냥 휙 지나가면 될 정도이니, 하긴 나도 편한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에도 몇십 번이고 수시로 교회와 집을 왕래하면서 자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내는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발 빠르게 움직인다. 이처럼 튼튼한 아내여서 나도 좋다.

그리고 교회 옆과 뒤쪽으로 텃밭이 있기 때문에 또 좋아한다. 새벽예배를 마치고는 시원한 아침햇살에 밭을 일구며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는다. 그러면서 성경에 나오는 가라지 비유의 은혜를 체험하고 직접 느껴 보기도 한다. 이제는 땅콩을 심고 싶다면서 여기저기 물어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땀 흘려 심어 놓은 밭에서 열매를 거둬, 상추와 각종 이상한(?) 나물들로 맛있게 양념을 하여 반찬을 해 놓고 자랑을 한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어느 새 알기도 많이 알고 있다. 전혀 피곤해하지 않고 더 좋아한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들은 힘들지 않고 오히려 기쁘고 행복하기 때문이다.

30년 목회를 거쳐서 모처럼 이렇게 편하고 좋은 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내는 오늘도 감사하다면서 기도를 한다. 사랑하는 성도의 헌신과 섬김의 사랑에 감동을 하며, 이 밤에도 조용히 성전에서 기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게 된다. 기도할 수 있어서 좋고, 좋아하는 집이 있어서 참 좋은 것이다. 영육 간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이다.

역시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푸른 초장으로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 주님을 찬양한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더욱 우리를 풍성케 하고 있는 것이다. 아내가 좋아하니 나도 좋고, 그래서 우리는 시편 23편을 함께 찬양하며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