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목사(꿈너머꿈교회 담임, 한국기독교장례문화연구원 원장, 행복한가정평생교육원 원장).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늘 새로운 곳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나는 다행히도 많은 시간을 내서 여행을 할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감사하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시간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여행을 가기 위하여 내가 시간을 일부러 내지는 않는다. 공적으로 국내외 여행을 가야 할 기회가 제법 많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해마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공식적으로 비전트립을 간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하여 부르나이, 필리핀, 중국, 하얼빈 등을 수없이 다녀왔다. 또 지방회에서 2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에 나간다. 30년의 목회를 해왔으니 능히 15번 정도는 된다. 물론 다 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많다. 또 부흥단이나 선교회의 각종 단체에서, 해외 부흥회 인도와 신학교 강의 차 초청을 받아 나갈 일들이 종종 있다. 이에 미국, 밴쿠버, 하와이,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으로 제법 다녀오기도 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여행을 좋아해도 더 나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낼 수 없는 것이다.

금년 4월 내가 살아온 날이 60년이 된다. 보통 사람들은 회갑 때 아내와 함께 조용히 여행을 다녀오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단둘이 신혼의 맛을 느끼며 더 멋지고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다녀올 수도 있지만, 그럴 만한 시간 여유가 없다. 목회활동을 하면서 가야 할 곳도 많은데, 또 회갑의 개인적인 일로 교회를 비우고 나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회갑 기념의 여행을 다르게 준비하고 있다. 그 동안 목회의 과정에서 나와 함께했던,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의미를 갖는 여행이다. 나는 그들과 함께 해외는 아니지만 여기 한국에서, 서울에서, 분위기 좋은 한강변에서, 유람선 위에서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아들·딸, 또 우리 청년과 믿음의 식구들이 함께 준비하고 있다. 벌써부터 흥분이 되고 있다. 누구는 무슨 회갑 잔치를 하느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잔치가 아니다.

희로애락을 나와 함께 해온 사람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여서, 사랑을 나누고 긴 밤의 이야기꽃을 피우는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다. 시원한 물이 보이는 한강에서, 파란 싹이 돋는 한강공원에서, 아름다운 밤의 색깔을 수놓으며 주님을 찬양하는 것이다. 우리들의 찬양과 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이다. 추우면 모닥불을 피워 놓을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기에 그 날이 매우 기대가 된다.

나는 지금 또 하나의 여행을 하고 있다. 내가 막내이다. 부모님이 안 계신다. 하긴 가장 큰 형님이 35년생으로 80이 넘으셨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부모가 그립다. 부모님이 계신다면 아무리 바빠도 어디든지 함께 여행을 할 것이다. 지금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 대신에 형님과 누님 내외 등 8분을 모시고 내가 회갑 기념으로 한턱 쏘고 있다. 나를 여기까지 자라게 한 혈육의 식구들을 모시고, 부모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여 드리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기 제주도에 와 있다.

1981년 9월에 결혼을 하여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왔었다. 그 때는 단둘이 사랑을 속삭였는데, 이제는 나의 혈육의 식구들이 함께하고 있다. 우리 집안에 목사가 탄생된 것을 더욱 감사하면서, 강원도 시골 출신이 출세(?)했다고 대견스럽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일하시고 역사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양을 드리고 있다. 그 동안 여러 모양으로 겪어왔던 목회의 짜릿한 순간들의 맛을 기도로 극복하고 이겨낸 기쁨을 함께하고 있다. 이 값진 사랑을 나누고 있기에, 오늘 제주의 밤은 유난히 더욱 아름답다. 목회자의 가정으로 영적 계보를 이어가는 아브라함의 복을 느끼며 감사 기도를 드린다. 우리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5남매 혈육의 정을 나누는 제주의 밤이 아주 멋진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에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