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성공회가 동성 간의 관계를 인정하는 기도 허용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크리스천투데이가 15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영국성공회는 최근 성에 관한 논의의 2단계 진입을 위한 문서를 발간했다. 성공회는 지난해 성 문제와 관련된 교회의 위기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논의를 시작했으며, 이번 문서 발간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따라, 동성애자 및 이성애자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성된 각 교구는 3~5개로 구성된 13개의 클러스터 안에서 오는 4월부터 내년 3월까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논의는 “교회가 신앙적이고 영구적인 동성 간 관계의 형성을 확증하는 기도를 해주어야 하는가?”, “만약 그렇다면, 어디까지 허용하는 것이 올바른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 등을 주제로 다룬다. 또한 “만약 동성결혼이 현재 이뤄지고 있다면, 우리의 지역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동성부부에 대한 목회적·선교학적인 응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등도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은 매우 명쾌하지만, 어떤 ‘의도된 결과’를 암시하는 수단은 전혀 없다”고 했다.

영국성공회는 결혼에 대해 전통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비록 재혼은 더 어렵긴 하지만, 커플들은 자신의 신앙과 상관없이 교회의 행정교구에서 결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영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이후, 영국성공회는 이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고, 이는 법적으로 결혼할 자격을 얻은 커플들이 자신들의 교구 교회에서는 결혼을 허락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이 교회에 출석 및 헌신하고 있다고 해도 그러하다.

영국성공회가 지닌 또 다른 어려움 중 하나는 ‘모교회’로서의 위치다.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결혼이 불법이며 심각한 처벌을 받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교구들이 전 세계 성공회 교단의 일부로서 지닌 책임감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 “각국의 성공회가 처한 지역적인 상황 안에서, 어떻게 진실된 방식으로 봉사의 직무를 다할 수 있을 것인가?”도 논의해야 할 주제 중의 하나다.

전통적이고 성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노팅햄대학교 명예부교수인 이안 폴(Ian Paul) 박사는 “성경적인 내용이 우리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하고 있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왜냐하면 성경에 안정적이고 헌신된 동성관계에 대한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고대문서를 통해서 동성결혼이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불평등하고 남색적인 관계가 가장 일반적이지만, 평등한 동역자적 동성관계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동성 간 관계의 형태에는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성경은 인간 정체성의 중요성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지향’(orientation)에 대해 언급하기를 거절하고 있다. 대신 신학적 인류학의 중심에 성(gender)의 동질적인 정체성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쉐필드대학교 성경연구학 명예교수인 캐논 러브데이 알렉산더는 “성경에서 ‘멀찍이 걷는 것’은 나 또는 교회의 선택사항이 아니”라면서 “우리는 약 2,000년 동안 신앙의 생명을 풍성하게 만들어 준 이 성경구절을 단순하게 포기할 수 없으며, 나의 신앙을 가능한 오래도록 유지하고 형성시켜 온 말씀에서 돌아설 수 없다. 우리는 성경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성경을 쓴 시대와는 매우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국성공회 필립 그로브 박사는 “답은 한 가지 선택이 다른 선택을 덮는 데 있지 않다. 또한 긴장 속에서 각각의 선택이 지닌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는 절충안을 발견하는 것도 아니다. 정답은 둘 다를 향해 있다. 영국성공회가 선한 의견 충돌(good disagreement)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은 선교의 동력을 찾는 것이며, 사회와 신실함의 발견 간의 재결합에 대한 것이고, 타당성과 정당성의 문제다. 어렵지만 그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이 선한 불일치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