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기도하는 학생들.

새벽 6시. 누가 깨우지도 않았지만, 올해 16살인 김 군은 일어나 2층 예배당으로 향한다. 이미 5시 30분부터 기도하러 나온 친구들도 있다. 추수감사주간을 맞아, 몇몇 학생들이 5시 30분 새벽기도회를 자율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6시 30분, 정식 기도회 시간이다. 멘토 교사의 기도 인도에 따라, 전교생이 세계 선교와 나라, 그리고 서로를 위해 중보한다. 졸린 친구들은 담임 교사가 깨우면서, 어깨에 손을 얹어 기도해 준다. “자신을 개혁하고 세상을 바꾸어라!”는 구호를 함께 외치며 기도회가 끝났다. 학생들은 친구들과 교실에 가서 말씀을 묵상하고 함께 나눈다.

김 군은 지난 3월 라이즈업무브먼트(대표 이동현 목사)의 교육훈련 시스템을 적용한 ‘RTS(Rise up Training System)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지만, 2학기가 끝나가는 지금 김 군은 매일 새벽기도와 말씀 묵상을 하는 자신을 보며 수면·신앙 습관이 형성되었음을 느낀다.

오전 8시 30분. 수업이 시작됐다. 친구들과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는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서 멈추면, 교사가 설명을 해 준다. 김 군의 반은 멘토 교사 1명에 5명이 있다. 또래 친구 2명에 한 살 동생 2명, 한 살 형 1명이다. RTS 아카데미의 학급은 학급당 인원이 4-7명이며, 무학년제이다. 처음엔 컨설팅 후 설정된 로드맵에 따라 각자 ‘인강’을 듣고 교사와 일대일로 복습하는 반에 있었지만, 김 군의 학습 유형에 따라 함께 ‘인강’을 듣고 그룹별 질의응답을 통해 복습하는 반으로 바꿨다.

처음엔 ‘학기 도중에 반을 바꿔도 되나’ 싶었지만, 두 차례 학기를 경험하면서 김 군 뿐 아닌 전체 RTS 학생들은 반을 바꾸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무학년제 개별맞춤 교육 시스템인 RTS 아카데미는 일단 반이 정해지면 1년 내내 바꿀 수 없는 공립학교나 여타 대안학교와 달리, 학습 수준과 기질에 따라 반을 구성하고 학생의 성장과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바꿀 수가 있다. 어차피 24시간 생활 공동체이기 때문에, 반이 바뀌어도 그룹별 창의학습 시간에 만날 수 있다. 예배드릴 때나 식사시간, 숙소 등에서도 함께 어울리기 때문에 아이들은 가족같이 친하다.

오전 11시 30분. 그룹별 심화학습 시간이다. 영어와 수학을 수준별로 나눈 이동수업을 한다. 김 군은 고졸 검정고시 대비반으로 이동했다. 16세에 불과한 김 군은 지난 8월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내년 4월 고졸 검정고시에 응시할 예정이다. 많이 빠듯해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8월에 또 응시할 계획이다. 합격하면 곧바로 고교 1학년 나이가 되는 내년에 수능을 볼 수 있다. 무학년제인 RTS는 김 군의 진학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로드맵을 설정한다.

▲그룹별 심화학습.

점심식사 후, 남학생들은 탁구를 하고 여학생들은 주변 소나무 길과 바닷가 앞을 산책한다. 매점에서 과자를 잔뜩 사서 정자에 앉아 먹으며 수다를 떠는 친구들도 있다. 오늘 김 군은 낚시를 할 예정이다. 서울과 분당 아파트촌에서 살던 학생들은 처음 아카데미 주변 자연환경을 보고 마냥 신기해했지만, 이젠 제법 여기서 살던 아이들처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이곳은 바로 옆에 바다가 있는 충남 태안이다.

오후 수업 후에는 그룹별 창의학습 시간이 있다. 뮤지컬과 합창, 체육, 독서, art & performance 등이 요일마다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오늘은 ‘art & performance’ 시간, 이동현 목사가 직접 와서 주제별로 과제를 내면 1주일 동안 준비한 후 한 명씩 나와 발표한다. 이 과정에서 다들 프레지 및 ppt 활용법, 스피치 등을 익히고 있다. 처음엔 말을 더듬던 김 군도 제법 유창하게 사람들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저녁식사 후에는 다 같이 모여 기도하며 매일 있는 90분 예배를 준비한다. 찬양과 이동현 목사의 말씀, 기도가 이어진다. 편입생인 김 군도 뜨거운 기도회가 익숙하지 않은 친구의 손을 잡고 기도해 준다. 자신도 처음엔 매일 예배드리는 게 힘들었기 때문이다. 예배 후에는 ‘오늘의 성구’ 암송 시간도 있다. 성구 암송을 잘하는 친구가 있는 반은 스티커를 받는데, 스티커를 다 모으면 그 학급에게 ‘치킨’이 제공된다.

▲밤마다 예배드리며 기도하는 학생들.

밤 9시 40분, 반으로 돌아온 김 군은 멘토 교사 및 반 친구들과 함께 플래너를 펴고 하루를 돌아본다. 신앙·학업·생활 영역에서 잘 했던 부분과 개선할 부분을 정리하고 함께 나눈 후, 교사와 내일 일정을 조정한다. 피드백이 끝나면, 휴대전화를 교실 사물함에 넣는다. 전화기는 어차피 점심·저녁 식사 시간에만 만질 수 있다.

보충 공부를 할 친구들은 교실에 남는다. 수능 전에는 입시반 선배들과 함께 공부하느라 마치 수험생이 된 것 같았다. 그 느낌을 한 번 경험한 친구들은 선행입시반 친구들과 함께 공부한다. 기도할 친구들은 2층 예배당으로 돌아간다. 김 군도 기도하기 위해 예배당으로 향했다. 학원사역팀과 찬양팀 친구들이 모여 있다. 2학기 때부터 생겨난 이 모임 친구들은 요새 기도에 열심이다. 점심·저녁 시간에 기도하고, 목요일에는 철야기도까지 한다.

이들은 오는 20일에 있을 ‘라이즈업 태안’ 발대식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들은 매년 8-9월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라이즈업 코리아 대회’처럼, RTS 아카데미가 있는 태안 땅에서 복음을 전하는 집회를 만들고 싶어한다. 처음엔 기도하면서도 반신반의했지만, 어느 새 발대식 장소도 정해지고 태안 시내에서 노방 찬양을 하며 홍보하니 또래 중·고교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꼭 갈게” 라는 말을 들으니, 꿈꾸던 일이 정말 이뤄지는 것 같아 두근거린다. 발대식을 통해 태안 지역 중·고교에서 학원 사역이 시작되고, 각 교회 중·고등부가 부흥되게 해 달라고 오랜 시간 기도했다.

▲RTS 1기 입학생들.

밤 11시 30분은 하루를 마무리하는 점호 시간이다. 각 방 멘토 교사가 불을 끈다. 김 군과 방 친구들, 멘토 교사는 내일을 위해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