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순서대로) 곽혜원·김영한 박사, 전형준 교수, 김향숙 박사. ⓒ기독교학술원 제공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 제36회 월례기도회 및 발표회가 ‘자살 대책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7일 아침 과천소망교회(담임 장현승 목사)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선 김영한 박사의 개회사 후 전형준 교수(백석대)와 곽혜원(미래포럼)·김향숙(하이패밀리) 박사가 발표했다.

“내세 신앙 강조해 미래 소망 갖게 해야”

먼저 ‘자살에 대한 목회 상담적 대책’을 제목으로 발표한 전형준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에선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제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며 “자살은 정신의학적으로 우울증과도 깊이 관련이 있고, 목회·신학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소망을 상실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자살에 대한 올바른 성경적 해석과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자살은 곧 또 다른 살인 행위라고 하는 성경적 윤리를 교육하고, 자살 예방교육과 우울증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 연장선상에서 기독교대학과 신학대학교에서 실천신학과 목회상담 교육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살예방 교육과 함께 자살자 유가족을 위한 목회 배려와 상담이 필요하다”며 “자살자의 유가족들은 여러 가지 상실을 경험한다. 그 외에도 유가족을 혼란스럽게 하는 정서적 문제와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유가족들을 위한 목회 배려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밖에도 그는 “기독교인의 정신 건강과 영적 건강을 진단하고 내세 신앙을 강조하여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갖게 해야 한다”며 “더불어 내담자와의 대화를 통해 그로 하여금 현실을 인식케 하고, 절망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희망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게 해야 한다. 성경을 목회 상담의 도구로 사용하여 마음을 새롭게 하고 예수 그리스도에게 소망을 가지게 하여 변화된 인생을 살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와 남을 죽이는, 반생명적 사회 분위기”

이어 ‘자살에 대한 종교사회적 대책’을 제목으로 발표한 곽혜원 박사는 “자살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사회는 그 어떠한 사유와 명분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결단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닐 것”이라며 “이 세상사의 모든 현상에는 명암이 있게 마련이지만, 자살에는 밝은 면은 전혀 없고 오로지 어두운 면만이 존재할 뿐이다. 자살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처절한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죽음”이라고 말했다.

곽 박사는 “현재 우리 사회가 거대한 자살현상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살아남은 우리 모두에게도 이 사회가 살아가기에 매우 힘들고 버거운 사회로 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과 잔혹한 살인이 서로 맞물려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나를 죽이지 않으면 남을 죽이는 반(反)생명적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반생명적 사회 분위기의 확산이 작금의 한국 사회에 있어서 자살률 급상승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며 “자살은 단순히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으로, 좀 더 정확히 말해 종교사회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곽 박사는 “사실 자살이란 자살자 자신이 지닌 여러 복합적 원인과 함께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순이 총체적으로 상호작용하여 비롯된 최종적 산물”이라며 “즉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위를 선택하기까지 사회적 요인, 특별히 급격한 사회변동에 적응하지 못한 데서 오는 사회경제적 실패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자살의 사회적 확산은 단지 자살한 당사자들의 의지력 박약이나 충동적 일탈행위라는 차원에서 일어난다기보다는, 오히려 급격한 사회변동 속에서 우리 사회의 결속력이 급속도로 해체되어가는 상황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절망함으로 인해 자살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자살예방에 있어 한국교회의 역할을 주문한 곽 박사는 “한국교회는 생명의 영이신 성령 안에서 생명의 복음(evangelium vivificans)을 선포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성령을 절대적으로 의뢰하는 가운데 자살의 암울한 그림자를 걷어내, 생명의 기운을 확산시키고 생명의 문화를 창달함으로 생명의 복음을 선포하는 데 온 사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가정은 자살 예방 최전방… 건강하게 세워야”

마지막으로 김향숙 박사는 ‘자살대책과 가정의 역할’을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가정은 생애 모든 주기를 통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중요성이 큰 만큼 가족 내의 갈등이나 긴장이 갖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며 “가족이 가족 성원에게 정서적 유대감 및 결속을 제공함으로서 자살을 억제할 수도 있으나, 동시에 가족 간 과도한 통제 및 높은 상호의존을 유발함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가정의 역동성으로 인해 가정은 생애의 전 영역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자살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가정은 정서적 지지의 1차적 공간이다. 가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생존의 의미와 삶의 질이 보장받지 못한다”며 “최근 자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자살예방을 위해 가정적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가정을 건강하게 함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는 가족원들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그러나 가족해체현상이 급증하면서 기능적 가족보다 역기능적 가족이 늘어나는 추세다. 가정이 자살예방에 대해 보호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위험요인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건강한 인격을 양산해야 할 가정이, 잠재적 자살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 것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개입이 시급하다. 몇몇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자 가정의 현장에서 가정사역전문가로 활약할 다수가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은 “가정은 자살예방의 최전방에 있다. 자살성향, 자살의도, 자살시도, 자살행동이라는 일련의 과정 내내 가족은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때문에 가정의 기능적 역할을 회복하는 것은 자살예방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온 국민이 가정사역 전문가로 세워질 때 그 일은 가능하다. 각 가정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세워지는 것, 그것이 최고의 자살예방전략”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김영한 박사는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의 그늘에서 소외된 영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를 제목으로 한 개회사에서 “오늘날 한국교회조차도 성장병에 걸려 쉴새없는 성장 경쟁 속에서 개개 영혼을 돌보지 않는다”며 “한국교회는 생존경쟁에서 탈락해 절망 속에서 삶을 마감하려는 잃어버린 영혼, 이들에게 목자의 심정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박사는 “우리는 자살자를 궁극적인 구원에 연계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주권에 맡겨야 한다”면서 “모든 사람은 죽음 이후에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한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 옆에 누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자살을 생각하는 자들은 외로움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다. 사회적 고립은 자살의 전조 증상이다. 이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어려움을 나누면서 해결 방안을 찾아 보려는 시도가 이들로 하여금 어려움을 극복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