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한남대 총장.

구약성경의 시가문학은 「시편」, 「잠언」, 「전도서」 및 「아가서」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신앙 선배들의 주옥같은 시와 명언 경구로 되어 있다. 「아가서」는 진한 연애시로 그 애틋함이 진하다. 「시편」은 총 150편인데 형식상으로는 찬양시, 감사시, 탄원시, 제왕시 및 지혜시로 분류된다. 시는 압축된 표현으로 심오한 사상이나 정서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경제적인 문학이다. 시인 안도현은 그의 6번째 시집이 나올 때 “가슴이 허한 사람들에게 물기 촉촉한 시집으로 읽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어떤 시는 정말 몇 마디 시어로 깊은 내용을 전한다. ①“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고은) 이나 ②“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나태주)가 그 예이다. 나는 얼마 전에 시를 좋아하다 부끄러운 실수를 저질렀다. 지인들이 이메일을 통해 글을 보내오는데 그 중에 무척 감동적인 글귀(시)가 들어있었다. 그래서 ‘아름다운 마음이 먼저다’란 칼럼을 쓰면서 처음 도입 부분에 그 내용을 인용하였다. 그런데 그 시의 작가를 몰랐더라도 ‘어느 시인의 작품’이라 밝혔어야 되는데 그냥 칼럼을 써내려갔기에, 독자들이 볼 때는 내가 쓴 글(시)로 오해하게 되었다.

나의 정직하지 못한 실수로 범죄가 되어버렸다. 부끄러운 일이다. 칼럼을 쓰는 입장에서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뒤에 그 詩 원작자인 이채 시인과 연락이 닿았고 정중히 사과를 드렸다. 그 일로 인해 그의 詩를 찾아봤다. 매우 감동적인 시들이었다. 성경의 시편 150편 뒤에 이어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독자들과 함께 읽고자 여기에 소개한다.

①“꽃이 향기로 말하듯. 우리도 향기로 말할 수 있었으면. 향긋한 마음의 꽃잎으로. 서로를 포근히 감싸줄 수 있었으면/ 한마디의 칭찬이. 하루의 기쁨을 줄 수 있고. 한 마디의 위로가. 한 가슴의 행복이 될 수 있다면/ 작은 위로에서 기쁨을 얻고. 소박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듯. 초록의 한 마디가 사랑의 싹을 틔울 때. 그 하루의 삶도 꽃처럼 향기로울 것입니다./

실수했을 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실망했을 땐, 힘 내 다음엔 잘 할 거야. 만났을 땐,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헤어질 땐, 건강해라 행복해라. 이런 말에 화낼 사람은 없겠지요/ 잘했다는 칭찬에서. 새로운 용기를 얻고. 괜찮다는 위로에서. 또 다른 희망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풍요로울까요/ 마음이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그 말씨에서도 향기가 납니다. 마음 씀씀이가 예쁜 사람은. 표정도 밝고 고와서. 한 송이 꽃처럼 아름다울 테니까요”(이채 , ‘꽃이 향기로 말하듯’)

②“밉게 보면. 잡초 아닌 풀이 없고. 곱게 보면. 꽃 아닌 사람이 없으되. 내가 잡초 되기 싫으니. 그대를 꽃으로 볼 일이로다/ 털려고 들면. 먼지없는 이 없고. 덮으려고 들면. 못 덮을 허물 없으되. 누구의 눈에 들기는 힘들어도. 그 눈 밖에 나기는 한순간이더라/ 귀가 얇은 자는. 그 입 또한 가랑잎처럼 가볍고. 귀가 두꺼운 자는. 그 입 또한 바위처럼 무거운 법. 생각이 깊은 자여! 그대는 남의 말을 내말처럼 하리라/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하니. 마음이 아름다운 자여! 그대 그 향기에 세상이 아름다워라”(이채,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

③“숲속의 풀잎이랄까. 풀잎의 이슬이랄까. 당신의 미소에 스쳐오는 향기. 싱그런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나는 샤르르 피어나는 기쁨의 꽃잎/ 천사의 날개에 실려 왔을까. 새들의 노래에 날아 왔을까. 당신의 향기와 첫인사를 건네면. 꽃내음 그윽한 화창한 뜰이 열려요. 나는 나폴나폴 춤추는 행복의 나비/ 당신의 향기로. 오늘은 한 송이 백합꽃을 피우겠어요. 꽃잎마다 수를 놓고 물감을 들이겠어요. 하얗게, 눈부시게 하얗게. 나는 파르르 떨리는 사랑의 숨결. 햇살 고운 창가에 한아름 꽃마음이 아름다워요”(이채, ‘당신의 향기가 참 좋은 하루’)

④“만남에 이익을 구하지 아니하니. 진실로 반갑고. 헤어짐에 보고픔이 가득하니. 한결같은 우애로다/ 말로써 상처를 입히지 아니하니. 사려 또한 깊고. 돌아서서 헐뜯지 아니하니. 고맙기 그지 없어라/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 아니하니. 천심이 따로 없고. 베푸는 일에 이유가 없으니. 그 또한 지심이로다/ 처음과 끝이 같지 아니하면. 풀잎 같은 인연에도 바람이 일 것이요. 겉과 속이 같지 아니하면. 바위 같은 믿음에도 금이 가리라/ 모름지기. 가다듬고 바로 세우는 일은. 평생을 두고도 다 못하나. 사람의 향기만은 간직하고 싶을 때/ 손에 손을 잡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우리라는 이름. 그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이채, ‘우리라는 이름만으로도 행복하여라’)

/김형태 박사(한남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