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이 26일(현지시각) 동성결혼과 관련된 2가지 판례를 남긴 것은, 향후 미국의 결혼법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먼저 결혼보호법(Defense of Marriage Act)의 경우는 그 판결의 취지가 연방대법원의 판결 자격 여부나 원고와 피고의 자격 문제, 연방법과 주법의 권한 문제 등 절차상의 것이 아니라 ‘위헌’이었기 때문에, 결국 동성커플의 모든 권익이 헌법으로 보장된다. 

원래 헌법 내지는 연방법에 관한 문제가 소송으로 번질 경우, 대통령이 수호자가 되어야 하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오히려 일찌감치 “결혼보호법은 위헌”이라는 사상 초유의 발언을 하며 수호자의 자격을 포기했다. 그래서 이 소송에서는 동성커플의 공세에 뜬금없이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나서고야 말았다.

결혼보호법이 위헌이 됐다는 의미는 단순히 결혼보호법이 금지하던 “동성커플의 세금, 상속, 사회복지상의 연방 혜택들”이 주어지는 것 이상이다. 아직은 결혼법이 각 주의 권한에 귀속되어 있기에, 결혼보호법이 폐지된다고 해서 전 미국으로 동성결혼이 확산되진 않는다. 현재 동성커플이 이 판결의 혜택을 보려면 자신이 거주하는 주가 동성결혼을 합법화해준 곳이어야 한다. 따라서 동성결혼이 불법인 다수의 주에서는, 결혼 자체가 불법이므로 혜택도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예를 들어, 동성결혼이 합법인 메사추세츠 주의 동성커플은 연방 혜택을 입는데 불법인 조지아 주의 동성커플은 혜택을 입을 수 없다면, 이 문제도 당장 불평등 소송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각 주의 법원이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 “결혼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결합”이라는 주 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현재 12개 주와 워싱턴DC에서만 합법화된 동성결혼이 결국은 전 미국에 허용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동성결혼이 수정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의 범주에 들면, 당장 교육에서부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도 메사추세츠 주의 공립학교 교육 규정은 성적 지향성에 따른 차별적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던 아버지가 학교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 사례도 있었다.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공립학교 7학년 성교육 시간에 남녀 간에 이뤄지는 성행위 외에 동성간에 이뤄지는 구강성교·항문성교도 가르치고 있다.

현재 대다수 주에서 합법화된 동성결혼은 종교적 신념에 의한 거부를 허용하고 있다. 성직자는 동성결혼을 주례하지 않을 수 있으며 교회를 동성결혼식의 장소로 제공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규정 하에서도 워싱턴 주의 꽃집과 오레곤 주의 빵집 케이스처럼 동성결혼식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물건을 판매하지 않으면 소비자보호법과 차별금지법에 저촉되는 상황이다.

동성결혼 지지자들은 가장 강력한 반대자들인 교회를 회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대다수 주는 “종교인 예외 규정”을 넣곤 했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미네소타 주처럼 “교육은 물론 성직자의 설교까지 영향을 미치겠다”고 공언한 곳은 드물었다.

그러나 동성결혼의 문제가 평등권의 문제가 된 이상, 목회자가 동성결혼을 죄라고 설교하거나 동성결혼 주례를 거부할 경우 명백한 차별로 규정된다.

프로포지션8은 소송자의 자격 문제 

캘리포니아의 프로포지션8 판결은 결혼보호법과는 달리 평등권 위헌은 아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을 금지한 주민발의안이 통과되자 동성결혼자들은 이 문제를 법원으로 가져갔고 연방지방법원, 연방항소법원에서 내리 승소했다. 결국 이 법은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문제는 이 소송을 놓고 “동성결혼자와 소송을 벌인 당사자”가 “피해 당사자”가 아닌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일반 시민들”이란 점이었다.

연방대법원은 이 판결에 관해 “소송 당사자(일반 시민들)가 이 법을 소송할 법적 자격이나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기각인 셈이다. 그렇기에 결국 동성결혼을 인정한 하급법원의 판결이 유효해졌으며, 문제는 “동성결혼이 얼마나 빨리 재개되느냐” 뿐이다.

이 법은 캘리포니아 주민 52.2%가 찬성한 법이므로 당연히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소송 당사자로 나섰어야 했다. 그러나 주정부는 이를 포기했고, 결국 시민들이 소송 당사자로 나섰지만 예상대로 자격 문제에 시비가 일어 사실상 패소한 것이다.

미국 최대의 주인 캘리포니아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겠지만, 이번 연방대법원의 판례만으로 봐도 그 영향력이 심히 우려된다.

연방법인 결혼보호법은 폐지됐고 각 주의 의회들은 줄줄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성결혼이 금지된 주에서 동성결혼을 못해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이 평등권 소송을 제기하면 누가 반대측에서 나설 것인가? 주민들이 52.2%가 아니라 99%가 찬성해 동성결혼을 금지하더라도 “동성결혼을 못해 피해를 봤다”는 사람은 있는데 “동성결혼을 해서 피해를 봤다”는 피해자나 주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소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동성결혼 피해자나 주정부가 소송에 나올 가능성이 적기에 결국 연방대법원에 비슷한 소송이 또 제기되더라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