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배 목사.

마지막 남은 힘을 모아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을 시작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것 해보고 안 되면 이번에는 정말 미국으로 들어갈 작정을 했다.

사실 부교역자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웬만한 세미나란 세미나는 모두 다녔었다. 이를 통해 제자훈련이나 가정사역의 원리는 모두 섭렵한 상태였다. 교회 개척만 하면 이런 원리들을 목회에 적용시킬 계획으로 만반의 준비를 미리 다 해놓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막상 교회 개척을 해서 성도가 모이지 않으니, 이런 것들을 실행에 옮길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여전히 교회의 형편이나 환경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포기하기 직전에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개척교회를 시작해서 수많은 방법으로 전도하면서도, 부흥은 안 되고 마음에는 무거운 짐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이 많다. 나 자신도 이 같은 케이스 중에 하나였다.

정말 나 자신이 쓰러지지 않으려고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을 시작했다. 그래서 어려운 형편에도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을 알리기 위해 전단지를 만들어 곳곳에 돌아다니며 나눠주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행사 당일이 됐는데 무려 10명의 아버지들이 모였다. 정말 하나님의 도우심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교회 근처에 있는 장로교회 장로님 3명과 집사님 2명은 전단지를 보고 찾아왔다고 했다. 5명 믿는 사람도, 안 믿는 나머지 5명도 잘 따라왔다.

근처 꽤 큰 교회에 다니는 한 장로님은 내게 무척 고맙다고 말했다. “우리 교회처럼 큰 교회에서 이런 것을 해야 하는데 참 고맙습니다. 목사님 교회는 작지만 정말 큰 일을 하신 겁니다.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일이 바로 가정을 살리는 일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 1기생이 성공하니 2, 3기도 계속해서 할 용기가 생겼다. 처음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정말 주저앉고 말았을 것이다.

2기 때는 8명이 모여서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런데 위기는 3기 때에 찾아왔다. 단 2명만이 신청을 한 것이다. 2명만으로 시작을 해야 할까 상당히 갈등이 됐다. 신청한 사람들에게 인원이 더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시작하자고 해도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다리지 않고 과감하게 시작을 했다. 그랬더니 2명만으로도 충분히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오히려 깊이가 더해져서 참석했던 두 사람 모두 너무나 좋아했다. 그 때 확신을 갖게 됐다.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 프로그램은 단 한 명만 있어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자신하게 됐다.

처음에는 교회 안에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절대 교회에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을 교회에서 하게 되면 믿지 않는 사람들을 데려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네 가정들이 요즘 들어 대단히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기 때문에,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에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교회에 나오라고 강요할지 모른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쉽게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동사무소나 구민회관과 같은 공공장소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보통 사람들은 공공장소를 빌리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쉽게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지방자치시대라 공공장소를 빌려주는 것이 오히려 공무원들의 실적이 되기 때문에, 간단한 공문만으로도 쉽게 빌려 쓸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행사를 하게 되면 장소대여비용도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교회에서는 현수막과 안내전단지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에 큰 돈 들이지 않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교인들이 많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을 열 수 있다. 심지어 교인이 하나도 없는 개척교회에서도 이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또 한 가지 덧붙인다면 교회 이름으로 열지 말고, 공식적인 다른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에는 ‘21세기가정사랑학교’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강사로 나서는 사람도 목사라는 직함을 밝히지 말고 ‘교장’으로 직함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또는 좋은 어머니와 아버지로 자녀를 양육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고민하고 있는 많은 일반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게 된다. 또 옆에서 권하기도 한결 수월하다.

“영이 엄마! 동사무소에서 ‘어머니 대학’이라는 것을 하는데, 내용이 참 좋더라. 한번 가보자. 거기 교장 선생님 강의가 우리 같은 아줌마 마음에 정말 와닿더라. 다음 주에 나도 갈 건데, 그날 데리러 올게. 같이 갑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100% 따라오게 되어 있다. 좋은 내용의 강의를 동사무소에서 한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거부할 까닭이 없는 것이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이면 더욱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교회 성도들도 이런 방법으로 전도를 하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신바람이 나서 앞장서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을 홍보하고 나서게 된다.

요즘처럼 사람 모으기 힘든 때에 이렇게 일단 사람들만 확보되면 일단 그 행사는 80% 성공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 다음 성패는 순전히 강사로 나서는 목사 하기 나름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처음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대부분의 가정사역 프로그램은 교회 안에서 하기 때문에, 찬송을 부르고 기도하는 것으로 시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에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는 철저하게 교회라는 실체를 가리고 간접적으로 전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최대한 찬송이나 기도는 자제한다. 대신에 처음 모였을 때 마음을 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건전 가요를 부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또 가사 내용이 감동적인 것으로 선별하여 몇 곡 같이 부르고 나면, 분위기가 한결 좋아지게 마련이다. 그 같은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어머니 은혜’와 같은 노래를 부르면 금방이라도 울음바다가 되고 만다.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 하늘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 없어라”

이렇게 마음에 진한 감동을 받은 사람들은 절대로 그 다음 시간에 빠지지 않게 되고, 끝까지 아버지·어머니 대학을 수료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자기들 스스로가 교회를 찾아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놀라운 역사로 우리 교회는 석 달 동안 80명이 전도됐다. 3년 동안 1명 전도하기도 어려웠는데, 석 달에 80명이라니 가히 기적에 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님의 놀라운 복이었다.

‘아버지 대학’과 ‘어머니 대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유용한 부흥 전략 도구를 얻었으니, 그것이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결국 교회는 이를 통해 조금씩 부흥 성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