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배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위험천만한 부부 싸움을 아예 하지 않으면 좋으련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면 그것을 좋은 방향으로 결론 맺도록 하기 위해서 좋은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부부 싸움을 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따져,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다음은 인생의 선배들이 말하는 부부 싸움의 몇 가지 원칙이다.

첫째, 이성을 잃지 말라.

이성을 잃게 되면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하게 되고,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기 쉽기 때문이다. 일단 부부 중 한 사람이라도 흥분하여 이성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이면 그 즉시로 휴전을 선언하고,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게 된 후 다시 싸우는 것이 좋다.

이는 부부 싸움이란 것이 원래 대단치 않은 이유로 불거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성을 잃고 극단적인 말이 오고가게 되면 왜 부부 싸움이 시작됐는지 그 문제 해결과는 전혀 거리가 먼 상황으로 전개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싸우다 말고 무작정 문을 걸어 잠그고 들어가 버리거나, 집을 뛰쳐나가서 아예 싸움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부부 싸움을 피해서 가출을 하거나 외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각방을 쓰거나 입을 닫고 대화를 단절하는 것도 좋지 않은 부부 싸움의 방법이다. 문제를 덮어두고 외면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보다는 정면으로 부딪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이것이 바로 발전적인 부부 싸움인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결코 아니다. 일단 감정이 상해서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많은 인내와 기도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최대한 원칙을 지키려고 애를 쓴다면 충분히 보다 건설적인 부부 싸움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절대로 제3자를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부부 싸움은 언제까지나 부부 두 사람 간의 문제이다. 부부 싸움의 원인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거나 친정이나 시댁 식구 쪽으로 화살을 돌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왜냐하면 아무리 평소에는 부모나 형제를 생각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부부 싸움 중에 배우자가 자신의 부모나 형제를 들먹거리게 되면 극도로 예민해져서 곧바로 방어 자세에서 공격 자세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셋째, 욕설은 물론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은 누워서 침을 뱉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당신은 절대로 안 돼’, ‘한 번도 잘해준 적이 없어’와 같은 부정적인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부부 싸움 자체는 나중에 화해하고 풀어질 수 있지만, 비인격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들이 마음에 남긴 상처는 좀처럼 치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서 안 될 말은 결코 하지 말아야 한다.혹시라도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면 그 즉시로 사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남자들은 사과에 대단히 인색하다. 대부분의 남편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체면이 깎이는 일이라고, 어려서부터 보고 듣고 자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쪽에서 먼저 사과하면 다른 한 쪽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사과할 것은 사과해야 한다.

넷째, 싸움을 오래 끄는 것은 좋지 않다.

아무리 건설적인 싸움이고 발전적인 싸움일지라도 오래 끄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그러므로 부부 싸움은 되도록 짧게, 그리고 앙금이 남지 않도록 말끔히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부 사이에는 싸우고 난 뒤에 바로 웃어도 전혀 흉이 되지 않는다. 냉전을 오래 끌수록 서로 불편하고 앙금만 쌓일 뿐이기 때문에 부부 싸움을 절대로 오래 끌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경에도 해 지기 전에 화를 풀라고 하지 않았던가?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엡 4:26-27)”

분노를 오래 쌓아두게 되면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주변에 분노를 참지 못해 큰 화를 당하거나 생각지도 않은 일이 생겨 크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누구든 분노를 참지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제를 못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분노는 있을 수 있지만 참지 못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일이 잘 안 될 때 분노를 발산한다. 그러나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돌아볼 때 분노는 절제될 수 있다. 참지 못한 분노는 부부 관계에 있어서 두려움을 갖게 하고, 아픔과 이별을 초래하기도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과 가정 구성원들에게 어떠한 유익도 주지 못한다. 참지 못한 분노로 나 자신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 두려움이나 아픔을 주었던 일은 없었는지 한번 깊이 생각해 보자.

토스카니니는 음악적 재능으로 위대한 지휘자의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음악적 재능 뿐만 아니라, 불같이 일어나는 분노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도 유명하였다. 오케스트라 합주 연습을 할 때 한 연주자가 실수하면 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주변에 있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집어던지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한번은 합주 연습을 할 때 한 연주자가 눈에 띄는 실수를 하자 토스카니니는 즉시 얼굴이 분노로 굳어졌다. 그는 갑자기 지휘대에 놓아두었던 자신의 비싼 시계를 집어서 바닥에 던져버렸고, 그 시계는 고칠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으로 깨지고 말았다. 위대한 지휘자 토스카니니는 자신의 분노의 불길로 값비싼 시계를 잃어버리는 손해만 봤을 뿐이지만, 분노는 종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잃어버리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홧김에 던진 말 한 마디가 가족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고 가정의 행복을 깨버릴 수 있다. 또한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노를 좋은 방법으로 극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격이 급하다고 해서, 혹은 참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서 분노를 발산하는 것은, 자신에게는 물론 가족들에게 아픔과 상처를 주는 일이 될 수 있다. 나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면서 분노를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그리하여 분노하여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거나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기 바란다.

바둑을 잘 두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차이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둑을 잘 두지 못하는 사람은 눈앞의 이익에만 사로잡혀서, 상대방의 대마를 잡을 생각만 하고 자신의 대마가 잡히는 것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수는 크게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한 집만 이겨도 그 경기의 승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부부 싸움의 고수가 되어야 한다. 부부 싸움에서는 무모하게 상대방을 완전히 KO패시켜 다시는 못 일어나게 하는 완전한(?) 승리를 욕심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부부 싸움의 고수는 적당히 밀고 당기면서 한 집 정도의 작은 승리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부부 싸움의 목적은 완전한 승리 추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다 발전적인 가정의 행복을 만들어 가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부부 싸움에 있어서 한 수 높은 고수의 삶을 살도록 하자. 승리 중에서도 상대방을 최대한 배려하는 자세를 통해 탁월한 윈윈 전략가가 되자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갈등 해소라는 대의를 위해 내가 먼저 상대방의 필요를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부부와 가정을 위해서라는 이해를 같이하게 되면 진정한 윈윈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저명한 서평 주간지 ‘Publisher's Weekly’가 ‘우리 시대의 가장 대중적인 영성 작가’라고 평했던 ‘존 포웰’ 신부의 말이다.

“성숙한 사랑에는 상대방에 대한 지식과 상대방의 특성을 그대로 용납하려는 자세와 상대방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노력 그리고 상대방의 허물을 덮어주는 용서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