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9장 강박증의 유형과 치료적 대응(2)

강박증의 유형은 행동적인 것과 심리적인 것으로 대별된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행동 증상은 대개 반복적인 것이 특징이다.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도 당연히 생각을 내포하기는 하지만, 주로 외부적인 것을 기준으로 하는 점에서 행동적인 측면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이런 특성에 따라 그 이해와 치료적 대응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1. 반복적 행동 강박증

반복적 행동의 강박증은 행위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증상이다. 강박증은 특성상 반복적이다. 강박증은 생각과 행동이 원치 않음에도 반복하는 것이지만, ‘반복행위 유형’은 반복적인 씻기나 확인행동 등을 증상으로 하는 환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들의 반복적 행동은 논리적인 연결이 없다는 것 외에도 일정한 이유가 없음을 의미한다. 다르게 말하면 ‘덮어 놓고 행동하는 것’이므로,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물으면 이들은 답변할 수 없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행동하고 싶어서 한다”고 말할 뿐이다.

1) 증상의 특징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증상은 의례적 행동을 취하게 된다. 누군가 집에 침입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창문이나 문이 잠겼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런 점에서 반복적으로 어떤 행동하는 증상으로서 의례적 행동은 반면 논리적인 힘보다는 신비함을 가진다. 이들의 반복적 행동은 대개 강박 행동으로서 옳다고 느낄 때까지 행동을 반복한다는 점에서다.

더욱이 그들은 ‘나쁜’ 생각이 없어질 때까지 행동을 반복하는 특징이 있다. 여기에는 먼저 고통이나 초조함을 주어 의례적 행동이나 회피하게 만드는 상황들이 있다. 이를테면 불편을 유발하면서도 사고, 충동 불안, 수치심, 죄책감, 혐오를 유발하는 생각이나 상황들이 있다. 이런 상황은 그들에게 피하지 않거나 의례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는 두려운 결과를 초래한다. 그런데도 이상한 것은 고통이나 초조함을 주어 의례적 행동이나 회피하는 상황들은 종종 불편을 유발하는 명백한 외적 상황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들은 숫자가 잘못 됐다고 할 때 유발되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반복적인 행동, 어떤 방을 나오고 다른 방으로 들어감, 잘못된 방식으로 어떤 것을 행동함 등과 관련된다. 불편을 유발하는 사고나 충동 불안, 수치심과 죄책감, 그리고 혐오를 야기하는 생각이나 상황들은 그들에게 불안을 유발한다. 이런 경우는 이웃이 심술궂은 사람이다, 내가 천한 사람으로 언급될지 모른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것이다, 딸이 학교에서 낙제할 것이다, 그녀(친구)는 천한 사람이다, 나는 죄가 많은 사람이다 등과 관련된다.

이로 인해 그들에게는 피하지 않거나 의례적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두려운 결과들은 어떤 분명치 않은 재난이 생길 것으로 생각되고, 어떤 좋지 않거나 해로운 일이 자신에게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어날 것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나는 벌을 받을 것이다, 불운이 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닥칠 것이다, 모든 사람이 나를 증오하고 멸시할 것이다 등과 관련된다.

2) 심리적 이해

반복적 행동 또는 행동의 반복은 강박성의 주된 특징이다. 강박증은 대개 반복성을 주된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미심쩍어서 다시 확인하고, 자신이 행한 행동을 신뢰할 수 없어서 다시 행동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이 행동한 것들도 믿을 수 없어서 또다시 확인적 행동을 취한다. 다만 여기서는 행동의 반복성에 초점을 맞추어 그들의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자 한다.

첫째로 논리보다 마술적인 연계성을 갖는다. 반복적 행동의 증상은 가장 두드러진 강박사고와 이에 수반되는 의례화된 강박행위와의 연결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들의 증상은 반복되고 있다. 다른 강박증 유형은 씻기, 확인, 정리, 지연행동 등 주로 반복행위의 내용이 무엇인가에 따라 이름을 붙이는 편이다. 여기에는 ‘더러워진 것 같아서 씻는다’, ‘사고가 날 것 같고 실수할 것 같아서 확인한다’와 같이 강박사고와 강박행위 간에 논리적으로 잘 설명되는 연계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마치 더러워진 것 같다면 거의 본능적으로 ‘씻어야 한다’는 대답이 떠오르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문이 열려서 누군가가 침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그들은 문을 단속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대처행동을 할 것이다. 반면 반복행위에서는 사고와 행동의 결합이 이러한 논리적인 연계가 아니라 마술적인 연계에 의한 것이다. 이런 것과 관련해서는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난 신앙이 두텁고 신실한 청년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는 신체발육 과정의 이상으로 성장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여 스무 살인데도 키가 150cm이다. 그는 학교에서 늘 난쟁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이로 인해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사람들 앞을 걸어다는 것도 괴로웠고, 그럴수록 더욱 신앙의 힘으로 자신의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달래보려고 노력하였다.

그에게 강박증 증상이 시작된 것은 17살 때부터였다. 하루는 예배드리고 교회를 나서는데, 자신이 점프하여 키가 큰 목사님의 따귀를 때리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너무 갑작스럽고 해괴한 생각이어서 어안이 벙벙하고 어리둥절해졌지만, 그 이미지는 선명하게 뇌리에 박혔다. 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온몸이 짓눌리는 듯한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는 너무 끔찍한 사람이구나. 이런 생각이 내 마음에서 떠올랐다는 것은 내가 이것을 정말로 원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교회에 올 때마다 그런 생각이 자꾸 떠올랐고, 나중에는 교회를 떠나서도 끊임없이 떠올랐다. 이제는 목사님의 따귀를 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키 큰 목사님을 바닥에 눕혀 발로 밟는 모습까지 떠올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자니 곧 정의로운 신의 재앙과 처벌이 자신에게 임박할 것 같고, 지옥 불에 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감에 견딜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도저히 집중되지 않아서 예배시간에는 좌불안석이었다. 이제 그는 목사님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조차 너무 민망하고, 자기 발자국이 목사님의 이마에 찍혀있을 것 같아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생각으로는 대단한 잘못을 저지른 것이 되어버렸다.

둘째로 일시적 불안감의 감소를 위한 것이다. 반복적 행동의 증상은 어떤 생각이 떠오를 때 행위를 반복하면 불안감이 감소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위는 또한 매우 구조화되고 고정된 순서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되며, 조금이라도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머리를 빗다가 그 생각이 떠오르면 우측 옆머리를 네 번 쓰다듬고, 다음은 좌측을, 그 다음은 다시 전후좌우를 두 번씩 빗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도 가만히 안전하게 서 있는 목사님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다면 처음부터 반복한다. 이렇게 하는 자신이 목사님을 걷어차고 짓밟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반복행위를 멈추지 않았기에 일종의 마술적인 힘을 지녔다고 믿게 되었다.

나중에는 목사님을 걷어차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심각하게 신성을 모독하는 생각도 떠올랐다. 어느 날부터 목사님의 따귀를 때리며, ‘하나님 개새끼!’ 라고 외치는 자신의 극악무도한 모습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정신이 아찔해져 땅으로 꺼지고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의 반복적인 행위는 더욱 정교화되고, 고정적인 주문처럼 굳어진 기도문을 정해진 횟수만큼 정해진 억양과 어조로 외우는 반복행위도 시도하게 되었다. 그는 나중에 창백한 얼굴에 지칠대로 지친 목소리로 자신은 신성모독적인 생각과 싸우기를 하루에 무려 여덟 시간씩이나 하였다고 말했다.

셋째로 반복적인 생각에 기초한다. 행동은 생각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행동이 있기 전에 먼저 생각이 있다는 것이므로 일어나는 행동은 그 생각에서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의 행동은 강박적인 생각이 반복적인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전술한 청년의 예에서 드러난다. 이러한 반복행위를 강박적으로 유발하는 상황은 매우 다양하며, 어떤 경우 신성모독적 생각처럼 명확한 외부자극 없이 내면에서만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는 대체로 불안감, 수치심, 죄책감, 혐오감을 유발하는 생각이나 이미지 또는 충동에 대해 강박적 반복행위 증상이 나타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남편에게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옆집 아저씨는 개새끼다!’, ‘이 엄숙한 자리에서 음탕한 소리를 외칠 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죽을 것이다’, ‘내 딸이 학교를 다녀오다 강간을 당할 것이다’, ‘마리아가 뱀과 섹스를 하여 예수를 낳았다’와 같은 생각들이 주로 반복행위에 선행하는 강박적 생각들이다.

이런 생각들에 대처하기 위해 그들은 반복적 행동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괜찮다고 느끼고 안심될 때까지 혹은 나쁜 생각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어떤 행동을 반복한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시달린 어떤 여인이 있었다. 그 생각이란 ‘남편이나 딸이 교통사고를 당해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될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때 그녀는 어쩔 줄 몰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반복적인 강박행위를 나타냈다. 그것도 간단한 것이 아니고 특정하게 고정되고 의례화 된 순서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하였다.

우선 양말부터 시작하여 상의를 입었다가 다시 양말을 벗고 다시 치마를 입었다가 벗고, 옷을 입었다 벗었다 하는 것과 이는 전혀 관계도 없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이것이 굳건하게 연결되어 불편감을 감소시켜 주고,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의 '마술적인' 행동이 사고를 방지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안도감을 느꼈다. 이는 반복적인 생각이 강박증을 유발하는데 요인으로 작용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3) 치료적 대응

반복적 행동은 또 다른 반복적인 행동을 산출한다. 이들은 반복해서 씻거나 확인하는 사람처럼 공포스런 재난을 피하기 위한 특별한 행동으로 반복한다. 그러나 행동의 반복은 반복적 확인이나 강박적 씻기와는 달리 행동의 강박사고와 의례적 행동에서 그 차이를 보인다. 피부에 대해 또는 주변의 병균으로 괴로워한다면 씻거나 청결하게 하는 행동은 병균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런 행동은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매우 논리적인 특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논리적인 것과 상관없는 반복적 행동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기에 치료적 대응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로 행동의 논리적 연관성을 시도하라. 강박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는 하나의 강박행동이다. 다만 그 특징에서 다른 강박증과 차이를 보인다. 즉 불안감을 감소시켜주는 등 과정적 측면에서는 다른 강박행동과 유사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반복 행동증은 사고와의 논리적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러한 행위가 자신의 사고에 담겨있는 나쁜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것이라 믿지만, 그것은 과히 마술적이다. 일단 이들에게 강박사고와 반복행위가 견고하게 맞물리고 난 후에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자신의 행위를 반복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실제와 달리 정말로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들의 강박행동이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적 병균이 손에 묻은 것 같고’, ‘마룻바닥에 유리가루가 있는 것 같고’, ‘당장 눈앞에 책이 어지럽게 꽂혀 있고 균형이 안 맞는 게 눈에 거슬리는 상황’에서는 적어도 뭔가 ‘할 것’이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손을 씻고, 바닥을 쓸고 확인하며, 정리정돈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부분 강박사고와 강박행동간 관계가 논리적이고 문제해결적인 의도와 목적을 띠고 이루어질 것이다. 반면 해괴한 신성모독적인 생각, 말도 안 되는 혐오스러운 성행위가 마음을 산란하게 만들어 놓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직접 행동으로 옮길 만한 해결책은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이는 행동의 논리적 연결성을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이다.

둘째로 합리적인 대안을 시도하라. 가톨릭의 신부를 지망하는 청년이 있었다. 그 청년은 아동기와 청소년기에는 신체적으로는 발달이 저조하였다. 그는 성장호르몬이 부족하여 키가 작고, 신체도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그의 반 친구는 자신의 부적절감을 더욱 심하게 놀렸으나 그는 항상 신앙적인 신념에 의지했다. 그의 문제는 18세 때부터 강박적이 되었다. 모임이 끝나고 성당에서 오던 어느 날 그의 마음에 동정녀 마리아 상을 덮치는 장면이 상상되었다. 비록 일순간이었지만 그 장면이 너무도 생생하였다. 이것을 불경스러운 것으로 간주한 청년은 극도로 놀랐서 신이 자신에게 벌을 주리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모 마리아를 덮치는 장면과 운동장에서 후려치는 장면이 더욱 자주 떠올랐다. 그리고 그는 신의 처벌을 더욱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는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꼈고 특히 모임에서 이런 생각이 통제할 수 없을 때 더욱 심했다. 그는 혼란스러워 예배드리는 동안 집중할 수 없었다. 청년은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동안 반복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면 불안과 수치심이 감소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유는 모르지만 4가지 반복의 결과가 특히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과정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불편을 줄이기 위해 비록 순간적이지만 이 행동을 취하기 위해 정해진 순서로 반복해야 했다. 예를 들면, 머리를 빗다가 덮치는 상이 떠오르면 반드시 왼손으로 빗질을 해야 하고, 정수리 뒷부분, 머리 양옆을 4번 가볍게 쳐야 한다. 만일 이 순서가 방해받으면 청년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은 마리아의 상을 잊어버릴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이 떠오르면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 행동을 반복할 뿐 아니라 어떤 생각을 의례적으로 시도한다.

그는 고도로 구조화된 그리고 엄격한 양식으로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한다. 기도할 때도 같은 억양과 포즈로 4번 문장을 반복해야 한다. 이러한 시간 소모적인 강박 증상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공부를 계속하여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였다. 치료될 때까지 그는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며 일하고 있었다. 적어도 몇 가지 그의 전문직업적 제한점이 이 장애를 일으켰다. 하루 동안 그는 7-8시간을 동정녀 마리아 상을 덮치는 상에 대항하거나 기도하는 의례적 행동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이는 합리적 대안이 필요한 이유이다.

셋째로 현재 행동에 집중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행동하는 강박증은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 강박증이 일종의 노이로제적 특성이 있으므로 현재에 집중하는 일은 중요하다. 이들이 노이로제적, 즉 신경증적이라면 그만큼 현재보다는 미래에 무게중심이 이동되어 있다. 이는 우울증이 과거에 집착하는 현상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우울증은 입만 열었다 하면 과거에 대한 이야기, 과거에 대한 후회, 실망, 체념 등으로 충만하다. 그러나 강박증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신경을 기울이고 걱정하고 염려한다. 그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한 것이다. 이는 강박증이 불안신경증에 가까운 이유이다.

흥미로운 것은 강박증이나 우울증은 모두 현재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에 살고 있지 않기에 반복적 행동은 현재 행동에 집착할 뿐이다. 하루에 수백 번 양말부터 셔츠까지 밑에서부터 위로 옷을 갈아입는 중년 여인이 있다. 이 강박행동의 도화선 구실을 하는 것은 그녀의 남편이나 딸이 사고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이제 그녀는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생각이 없어질 때까지 옷 입기를 반복한다. 다른 강박증처럼 그녀가 습관화하지 않으면 실제로 남편과 딸이 죽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이러한 것이 생긴다.

그녀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동시에 그렇게 되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한다. 논리적 연결이 없어도 강박사고와 행동 간에는 반복해서 확인하거나 씻는 사람처럼 연결이 있는 것 같다. 이 강박행동은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파국적 사건을 막는 역할을 위해 수행해야만 한다.

2. 정리정돈 강박증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일정한 질서에 의해 배열되는 증상을 고수한다. 일정한 질서란 물론 자신이 원하는 상태에 기초한다. 만약 어떤 물건이 정리정돈된 상태라면 부정적 자극을 받는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물건이나 주변 환경이 정리되어 있지 않는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정리정돈에 대한 강박행위와 연결된 자극 상황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책꽂이, 옷장, 책상서랍 등의 사물이 엄격한 순서나 질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지 않은 것, 누군가가 자신이 배열하고 맞춰둔 사물을 건드리는 것, 대칭적이지 않은 상태나 물건, 완벽하지 못한 상태나 물건 등이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이러한 상황을 재빨리 ‘제대로 완벽하게’ 맞춰놓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견딜 수 없고, 드물게는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뭔가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1) 증상의 특징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그것을 정리하는 방식에서 특이성을 고수한다. 약품, 신문, 필기류 등도 일반적인 정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놓는다. 예를 들면, 약품은 가족들이 볼 수 있는 꽃모양으로 식탁 위에 놓고, 누군가가 그것을 건드리면 심하게 화를 내고 다시 정리한다. 이런 정리정돈을 위해 때로 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또 좌우대칭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매번 약을 먹을 때마다 약 모양을 변형시켜서 좌우를 꼭 맞추기도 한다. 이들은 특별한 방식으로 사물을 놓아두고 싶은 욕구를 자주 느낀다.

이들 정리정돈 증상의 목적에 내재된 근거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들의 행동은 혐오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예방하려는 욕구에 의한 것도 아니다. 그러기에 ‘사물이 똑바르게 되어야 하는 완벽함’ 때문이라 보아야 한다. 이런 증상에 나타나는 행동들은 대개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 좌우대칭 혹은 특정 규칙에 따라 순서를 정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양상들에는 먼저 고통과 급작스럽게 의식화를 유발하는 상황들이 있다.

다만 그들에게는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상상, 충동들이 있고, 회피하거나 의식화할 수 없는 공포스런 결과들이 있다. 고통과 급작스럽게 의식화를 유발하는 상황들은 침대 커버, 옷, 약품, 필기류, 신문 잡지들을 정확한 순서와 연결로 놓여있지 않은 사물들, 누군가 건드린다든지 재배열하는 것, 좌우대칭이 되지 않는 사물, 완벽하지 않는 사물 등이다.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생각, 상상, 충동들에는 ‘사물이 제자리에 있지 않다’, ‘다른 사람이 틀린 방식으로 손대고 있다’, ‘침대 커버가 주름이 져 있다’ 등이다. 회피하거나 의식화할 수 없는 공포스런 결과들에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물을 정리하지 않으면 심하게 고통스러울 것이다’, 간혹 ‘정확한 순서가 아니면 나쁜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등이다.

2) 심리적 이해

정리정돈 강박증은 집에서 모든 것을 정리정돈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에 시달린다. 그래서 그들은 조금도 편히 쉬지 않고 열심히 움직이므로 언제나 분주한 편이다. 그들은 모든 물건들을 벽장에 특별한 방식으로 배치한다. 셔츠는 특정한 각도로 연결시켜 걸어두기도 한다. 아이들이 서랍과 옷들을 사용할 때마다 극도로 신경이 쓰인다. 하루 종일 이쪽 방에서 저쪽 방으로, 흐트러진 물건을 정리하는데 시간을 모두 소비한다. 또한 그들은 침대커버를 철저히 똑바로 덮어둘 것이다. 만약 주름이라도 있다면 몇 시간이라도 다시 정리해 둘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심리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자기 방식으로 정리정돈을 하려고 한다. 강박적 정리정돈은 자기 방식으로 정리되는 특성이다. 물건들이 무질서하게 흐트러져 있거나 자유롭게 놓여 있는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 물건들을 자기의 방식으로 정리해야만 편안하다. 이들의 강박적인 정리정돈, 즉 물건의 정리는 매우 심리적 측면이 강하다. 물건이 흐트러짐을 마음이 흐트러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외부로 드러난 현상이다. 이들은 반복적 강박행위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반복행동의 목적이 다분히 모호한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정리정돈 행동이 어떤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한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행동 기저에 자리잡은 것은 ‘사물을 제대로 맞춰놓아야 한다’는 완벽주의의 욕구이다. 그것은 ‘대칭이나 균형’을 포함하는 질서정연한 상태에 대한 완벽주의적 추구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완벽주의는 매우 정교한 측면이 있다. 이들은 사물을 가지런히 정해진 순서대로 배열하느라 몇 시간이고 소모하고,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광기에 가까운 분노감을 터뜨린다.

둘째로 정리정돈은 일정한 규칙에 기초한다. 강박적인 정리정돈은 엄격한 순서나 질서, 대칭, 균형, 조화, 비례 등에 집착을 보이는 특성이 있다. 그들은 대칭이나 균형을 이루어야 마음이 편하기에 자신이 배열하고 맞춰둔 사물을 건드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은 책상에 앉으면 먼저 책상과 책꽂이부터 정리하려고 한다. 그런 다음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다. 자신만의 일정한 규칙을 준수하려는 엄격한 규칙주의 때문이다. 도무지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상태를 보지 못하는 이들의 심리는 매우 완벽주의를 표방한다.

그러나 대칭이나 균형, 조화나 질서 등은 사실상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런 현상들을 마음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엄격하게 정리정돈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런 태도로 굳어지게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과도하게 정리하고 정돈하려는 심리적 경향은 환경적 측면이 작용한 것이다. 그들에게는 푸근하고 인정스런 여유로운 환경에서가 아니라 조금은 긴장해야만 하는 환경에서 습관적으로 굳어졌으리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 어떤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는 집착과 자기 과신에서 비롯되는 경향도 생각할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스로를 긴장시키는 결과이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기준이 높은 것에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셋째로 완벽추구의 경향이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에게도 반복적 행동증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행동의 목적이 다분히 모호한 경우도 많다. 전술한 대로 이들의 정리정돈적 행동이 어떤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한 불안감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사물을 제대로 맞춰놓아야 한다’는 완벽주의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경우 ‘대칭이나 균형’을 포함하는 질서정연한 상태에 대한 완벽주의가 깔려 있다. 이들은 사물을 가지런히 정해진 순서대로 배열하느라 몇 시간이고 소모하고, 누군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광기에 가까운 분노감을 터뜨린다.

정리정돈의 강박증 환자들에게 어떻게 특별한 순서를 선택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논리적 과정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들은 다만 다른 순서와 비교해 ‘옳다고 느끼는 대로’ 하기 때문이다. 순서에 대한 이 욕구는 자신의 책상을 바르게 하고 싶은 일반인들의 욕구와는 같지 않다. 10대의 침실에서 혼란스럽게 어지럽혀진 것을 본 어머니가 정리정돈을 원하는 것과는 다르다. 심각한 정리정돈 강박증 환자는 적절한 위치에서 반 인치만 벗어나도 심하게 고통을 느끼는 일률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고통은 사물들이 제 위치로 돌아가야 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강박적으로 정리정돈하려는 의례적 행동이 마술적이고 보호적인 특성도 있다. 예를 들어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내가 이 방에서 완벽하게 정리해 놓으면 할머니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3) 치료적 대응

정리정돈의 치료는 그 행동의 중단을 의미한다. 물론 행동의 중단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일관되게 행동하던 것을 갑자기 중단하라는 것은 문제이다. 그들이 그렇게 중요시하는 정리정돈을 무시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일단 단계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갑작스런 행동의 변화는 오히려 이들에게 반발력을 높이므로 효과에 부정적이기 쉽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로 완벽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완벽주의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하나의 규칙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이러한 규칙에 따라 주변을 정리정돈하려는 욕구를 갖는다. 이들의 규칙은 너무나도 경직된 것이다. 컵 하나가 1센티미터라도 누군가에 의해 옮겨져 있으면 가족들에게 온갖 험한 소리를 마구 퍼부으며 격분한다. 그러가 하면 이들은 정리정돈에 대하여 때로 신앙 같은 힘을 믿기도 한다. 이들은 더 합리적으로 되어질 때 정리정돈 행동이 불운한 일을 방지하는 마술적이고 예방적인 힘을 지녔다고 믿는 것이다. “휴, 이제 간신히 제자리에 모두 맞춰 놓았다, 이제 우리 어머니에게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 라는 식이다. 이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거나 약간의 허물이나 오점도 허용할 수 없다는 완벽주의의 폐해이다. 이를 컴퓨터와 비교하면 흥미로울 것이다.

컴퓨터에서는 응용 프로그램 수행 중에 에러가 발생하면 “잘못된 연산을 수행하여 프로그램을 종료합니다” 라는 메시지가 뜬다. “죄송합니다. 뭔가 에러가 발생했지만 다시 한 번 해보겠습니다” 라는 식이다. 그 반면에 윈도우즈에서 작업하다가 갑작스레 예측할 수 없이 시야를 가로막는 공포의 파란 화면을 경험하는 경우는 다르다. 이 경우에 강박증은 이러한 ‘오점이 있는 완벽하지 못한 상태’를 두고 보지 못하며 몇 번씩 윈도우즈를 다시 설치할 것이다.

둘째로 유연성과 융통성을 추구해야 한다. 엄격하고 까다로운 성격적 특성이 자신의 행동과 인상을 결정짓고 있다. 여기에 30대 중반의 여자환자를 예로 들어 본다. 그녀는 집안의 모든 것들을 특별한 방식에 의해 정리해야만 하는 강박증을 갖고 있다. 각각의 사물을 정해진 위치에 각각의 특별한 각도로 배치해야만 한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옷장이나 서랍을 만지고 나면 사물의 배열이나 정돈 상태가 흐트러지니 심기가 불편해져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기 일쑤였다. 그녀의 하루 일과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 다니며 물건을 정돈하고 배열하며 가족들이 만진 것들을 원래 상태로 복구시키는 것이었다. 찬장에 양념통을 넣어두거나 냉장고에 음식을 넣을 때도 엄격한 균형과 대칭에 의해 정리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다.

이런 현상은 학생들 중에도 볼 수 있는데, 어떤 학생은 공부하기 위해서 책상에 앉으면 일단 책상과 책꽂이부터 정리해야만 한다. 책이 가지런히 키 순대로 정돈되어 있어야 하고, 하나라도 뒤집혀 있는 것을 그냥 두지 못한다. 노트 필기할 때도 잘못 필기하면 반드시 수정액을 사용해 말끔하게 처리한다. 오자를 두 줄로 긋고 위에 겹쳐 쓰거나 옆에 다시 적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수정액이 없으면 불안해서 필기를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책을 읽으려고 하면 반드시 줄을 긋기 위해 여러 가지 색깔의 펜을 준비해야만 한다. 이때 각 색깔의 밑줄이 의미하는 바는 모두 다르다. ‘무질서하게’ 이색 저색으로 밑줄을 긋거나, 한 가지 색으로 온통 밑줄을 긋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

여기까지 오면 대칭과 균형, 정리정돈이라는 행동의 맥락에서 다소 벗어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동일한데, 예외를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한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거나 조금의 오차나 허점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행위이다. 이들에게 조금의 흐트러짐과 배열의 자유로움을 시도해야 한다. 이는 물건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물건의 정리정돈에 앞서 마음을 여유롭게 하고 융통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셋째로 인정하는 것과 수용하는 것을 훈련해야 한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그 상태를 인정할 수 없거나 수용하지 못하는 심리이다. 도저히 자신의 마음에서 흐트러진 것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부조화에서 조화를, 즉 부조화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없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을 소재로 TV드라마가 방영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다소 과장되기는 해도 주인공의 집안에는 시각적 대칭을 맞추기 위한 거울이 여러 개 걸려 있고, 모든 사물이 대칭과 균형에 따라 배치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동그란 공 속에 일평생을 지내지 않는 한 주변 환경에 완벽한 대칭을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인공은 집에서나 직장에서 사물이 대칭으로 배치되어 있지 않으면 심한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다. 앉을 때도 책상의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무슨 일을 하든지 양손을 같은 식으로 사용할 것이다. 물을 마실 때도 늘 두 잔을 양손에 하나씩 쥐고 있어야 하고, 번갈아가며 균형에 맞게 마셔야 한다. 자신이 왜 이래야 하는지는 스스로도 알지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칭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금방이라도 천장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에 빠져든다. 남자 주인공의 경우 친구가 “자네 얼굴은 대칭이 아니네!”라는 비꼬는 말을 들으면 거울 앞에서 칼로 머리와 구레나룻을 대칭으로 만들 것이다.

그러다가 대머리를 만들고 난 후에도 두상이 좌우대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머리에 칼질을 하다 목숨을 잃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종결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다분히 대칭이나 균형에 대한 완벽주의적인 추구가 어떤 것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정리정돈, 대칭, 균형, 조화, 비례에 집착하는 행동을 그리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따분한 강의시간에 멍하니 낙서하며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때, 알 수 없는 이런저런 도형을 그리거나 사람을 그리기도 하면서 그저 펜이 가는 대로 종이에 그리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상당히 좌우대칭적인 그림을 그려놓게 되는 경우이다. 사람은 지각체계의 기본적인 습성 때문에 누구나 비대칭보다는 대칭에서, 부조화보다는 조화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일상과 규칙을 뛰어넘는 예외적인 것들이 자기주장적인 현대인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3. 결론: 반복행동과 정리정돈 강박증의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두 가지 강박증의 유형과 치료적 대응에 대하여 기술했다. 강박증에서 특정한 유형으로 구분되는 것과 거기에 따른 치료적 대응을 시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증상의 특징을 먼저 기술하고, 그 다음에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대응을 시도한 구조로 이루어졌다.

반복적 행동의 강박증에서는 그 특성상 반복적 특성을 포함하는 것이었다. 강박증은 생각과 행동이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된다는 것이지만 ‘반복행위 유형’은 반복적인 씻기나 확인행동 등을 주된 증상으로 하는 환자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들의 반복적 행동은 논리적 연결이 없다는 것 외에도, 행동의 논리적 연결이 없음은 일정한 이유를 갖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다. 다르게 말하면 ‘덮어 놓고 행동한다’는 것이기에 이들에게 왜 그렇게 행동하느냐고 물으면 답변할 수 없다. 그들은 “그냥 그렇게 행동하고 싶어서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여기에 증상의 특징, 심리적 이해, 그리고 치료적 대응이 다루어졌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에서는 일정한 질서에 의해 배열되는 증상을 고수한다고 했다. 일정한 질서란 물론 자신이 원하는 상태에 기초했다. 만약 어떤 물건이 정리정돈 된 상태라면 부정적 자극을 받는다는 점에서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물건이나 주변 환경이 정리되어 있지 않는 상태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정리정돈에 대한 강박행위와 연결된 자극 상황은 책꽂이, 옷장, 책상서랍 등의 사물이 엄격한 순서나 질서에 따라 배열되어 있지 않은 것, 누군가가 자신이 배열하고 맞춰둔 사물을 건드리는 것, 대칭적이지 않은 상태나 물건, 완벽하지 못한 상태나 물건 등이 관련되었다. 정리정돈의 강박증은 이러한 상황을 재빨리 ‘제대로 완벽하게’ 맞춰놓지 않으면 너무 불편해서 견딜 수 없고, 드물게는 이렇게 정리하지 않으면 뭔가 불행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