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17장 강박증의 정신역동 치료

정신역동적 치료는 성격상 전술한 치료들과는 구분된다. 행동치료나 인지행동치료는 대개 단기 개입하고 상당히 구조화돼 있으며, 표적 증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다. 반면 정신역동적 증상은 의미를 분석하여 비교적 장기 치료를 시도한다. 정신역동 치료는 증상을 직접 다뤄 즉각 완화시키려는 시도보다 증상의 의미를 탐색하며, 환자의 인생 전반에서 어떤 기능이나 역할을 하는지에 치료적 중점을 둔다. 의식적 영역 뿐만 아니라 무의식적 영역을 함께 다루기 때문이다. 무의식을 의식화시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로써 복합적이고 심도 있는 통찰과 자기 이해를 도모한다.

1. 정신역동 치료의 특징

정신역동은 강박증 치료에 오랜 역사를 갖는다. 이는 프로이트가 강박증을 정리하여 치료한 이유 때문이다. 다만 프로이트 이후 정신역동 이론가들은 강박증에서 자기가치감 등 다른 역동적 변인들을 강조하였다. 정신역동은 환자의 의식에 나타나는 현상보다는 무의식에 잠재하는 정신적 특성을 발견하여 치료하고자 시도한다. 의식의 문제는 무의식에서 연유되는 것에 초점을 두려는 것이다. 여기서는 정신역동치료의 특징을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부정과 투사의 이해

아직도 강박증에서 부정과 투사라는 심리 과정이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존감에 대한 위협 지각과 내적 원인을 부인하고,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경향에 초점을 두고 치료를 진행한다. 치료자가 이런 강박증 환자의 태도에 방어적이 되면 치료에는 역효과를 경험한다. 즉 치료자가 강박증 환자의 투사를 다시 환자에게 되돌리는 해석을 시도하면, 환자는 자기가 공격받고 오해받고 기만당했다고 느낀다. 이러한 악순환을 피하려면 치료자는 강박증 환자가 정서적 생존 수단으로 투사를 사용한다는 점에 공감해야 한다.

치료자는 이들의 미움과 악함과 무기력과 절망의 감정들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이런 감정들을 미성숙한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는 오히려 강박증 환자의 내적 긴장을 증가시켜 더 완고해지게 만든다. 치료자는 심지어 치료자로서 능력이 부족하다는 강박증 환자의 지적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대부분 치료자들은 치료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받아들이는 데 강한 저항을 보인다. 그러나 강박증 환자의 낮은 자존감이 다른 사람의 문제를 찾아내게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킬 수 있다. 이로써 치료자는 강박증 환자의 견해를 공감할 수 있고, 보다 생산적인 치료가 되도록 솔직하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치료자의 방어적 태도는 오히려 치료자가 무언가 숨기고 있다고 오해할 소지를 만든다. 강박증 환자에게는 개방과 진솔함이 최고의 방법이다.

2) 치료동맹 형성

치료동맹은 치료에서 중요한 작업이다. 치료시 동맹을 형성하는 초기 단계에는 주의력이 요구된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자는 방어적 반응을 삼가야 한다. 강박증 환자의 생각이나 치료자에 대한 지각 등이 아무리 부정적이라도 수용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다. 이때 더 상세한 것을 묻고 강박증 환자의 감정과 지각에 공감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성숙한 해석을 통해 부정적인 투사를 강박증 환자에게 되돌리려는 역전이 경향을 피해야 한다. 강박증 환자에 대한 정신역동치료의 전체 목표는 문제의 원인이 외부에 있지 않고 환자 자신의 내부에 있음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자신을 더 개방함에 따라 치료자는 강박증 환자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정서와 현실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전체 치료과정에서 치료자는 강박증 환자의 감정을 포용해야 한다. 이로써 환자에게 새로운 대상관계를 제공하면서 환자는 시간이 지나면 이것을 내면화한다. 이러한 변화된 관계 모델은 점차 환자의 생각과 신념에 변화를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강박증의 경향은 감소하고 내면의 우울이 드러난다. 강박증에서 우울증으로 옮겨가면서 그들은 진정한 자신을 느끼기 시작하고 자기감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이처럼 자신의 무가치감과 열등감을 인식하면, 그를 우울하게 만든 내면적 갈등이 치료자에게 전이되고 훈습될 수 있다.

전이(transference)란 과거의 의미있는 대상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던 무의식적 소망, 기대, 좌절 등이 현재 치료자와의 관계에서 활성화되며 반복되고 경험되는 현상이다. 정신역동에서는 무의식적 심리 등을 현재 치료장면으로 끌어내서 다루기 위해 전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때 훈습(working through)이란 강박증 환자의 전이에 대한 치료자의 해석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강박증 환자가 서서히 이를 인식해 가면서 치료가 이뤄지는 정신역동 과정으로, 대부분 상당히 긴 치료 기간을 필요로 한다.

3) 문제원인에 대한 지각

정신역동치료에서는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지각이 중요하다. 내적 갈등의 해결을 통해 자신의 외부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내부의 원인을 자각하게 하고, 자신의 지식과 신념에 허점이 있음을 스스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이 목표는 정신역동 치료뿐 아니라 강박 성격에 대한 모든 치료에서 공통 목표가 된다. 그러나 이는 반드시 전략적이고 중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강박증 환자의 세상에 대한 관점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는 것은 금물이다. 강박증 환자에게 새로운 대상관계 경험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정신역동치료 목표이다.

치료자와의 관계는 지금까지 강박증 환자가 경험해 온 타인과의 관계와는 다른 새로운 경험이다. 이는 장기간 치료를 통해 강박증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내재화될 수 있으며, 점차 사고의 변환을 가져올 수 있다. 치료자와의 만남이 적절한 환경으로 제공된다면 강박증 환자는 생애 초기에 사람들에게서 맛보았던 좌절과 실망에서 연유한 인정, 사랑, 친밀감을 향한 동경을 드러낼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애착을 가졌던 대상에 대한 애도의 과정, 즉 고통스러운 마음을 해소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정신역동 치료의 또다른 목적은 자신의 지각에 대한 창조적 의심을 발달시키는 것이다. 강박증 환자는 점차 자신의 신념과 경험이 실제가 아닌 일종의 꾸며진 환상이라는 것을 인식한다. 이로써 자신의 열등감과 무가치감에 대해 보다 오래 바라볼 수 있고, 이를 통해 전이 상황에서 겪는 우울을 극복하게 된다.

2. 치료의 목표와 주제

정신역동 치료는 전술한 대로 무의식적 치료에 관심을 기울인다. 치료를 위해서는 강박증이 어디서 유발되었는가를 분석해야 한다. 이러한 분석에서 의식적인 것보다 무의식적 요소가 중요시된다. 즉 성장 과정에서 초자아의 억압이 얼마나 일어났는지 관찰해야 한다. 정신역동 의학에서 강박증은 대개 초자아의 억압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때 치료의 기초 작업은 다음과 같은 점이 중요하다.

1) 치료 목표

정신역동 치료는 성장과 치유를 목표로 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좌절과 고뇌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서로 사랑하고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신역동 치료에는 인지 요소 이외에도 인본적·실존적 요소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실로 환자가 고통을 겪는 심리 증상이나 대인관계 어려움 등을 매개로 하여 삶의 전체 모습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변화를 모색하는 전인적·실제적인 접근이다.

정신역동 치료는 본래 프로이트가 창안한 정신분석에서 비롯되었다. 자유연상과 더불어 치료자의 잔잔히 떠 있는 주의력과 절제 규칙 등은 정신분석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들이다. 치료자는 이러한 기본 규칙들을 갖고 개별 환자와 가공적이지만 어떤 것보다 진실된 만남을 통해 치료 장면에서 무엇이 구성되고 연출되는지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검토하게 된다. 치료는 주로 현재의 의식에 가까운 것에서부터 현재 삶의 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안, 고통, 문제, 저항, 방어 등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치료자는 환자의 상태나 상황에 반응적으로 조율해 가면서 저항이나 전이, 역전이 현상들을 적절하게 활용하게 된다.

2) 치료 주제들

정신역동 치료에서 중요시되는 주제들이 있다. 강박증 환자의 치료 장면에서 주로 공격성, 성 그리고 통제에 관한 것들이다. 이러한 환자들은 변화에 저항하는 정도가 매우 강하고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 한다. 이들은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고 양가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또 완벽을 추구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생각들이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느낀다. 환자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다루려면 치료자들은 그러한 저항이 대단히 강력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환자들은 객관적 관찰을 타당하지 않다고 종종 거부할 수 있다. 치료자는 이러한 사실들을 잘 감내할 수 있어야 하고 치료 관계가 형성될 때까지 급하게 직면시켜서는 안 된다. 이때 특히 그들의 통제에 대한 요구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이 보이는 강박적 의례, 의심, 완벽 추구 등과 같은 증상들은 자신의 내·외적 세계를 통제하려는 신경증적 시도로 볼 수 있다. 환자들은 이러한 증상들이 세상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만든다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강박적 사고나 행동들을 포기하면 파국적인 일이 발생하리라는 믿음을 가진다. 이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확신하기 위해 오류를 범하지 않으려 하고 이에 따라 분명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 그리고 단어, 충동, 생각들을 행동하는 것과 동등히 여기고, 특정 사고가 다른 사람의 행동을 통제한다고 믿기도 한다.

3) 환자와의 관계

강박증 환자들은 종종 치료자를 통제하려 하고 정서적 경험을 고립시켜 합리화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리고 증상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치료자를 비판하고 다른 한편 그러한 변화 시도에 계속 저항할 수 있다. 이들은 치료가 진행되면서 현실 검증이나 직면에 다가감에 따라 점점 경직되고 통제적인 반응들을 보일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은 통제 상실에 대한 공포 때문에 치료자에게 대한 불만이나 불신 등과 같은 느낌들을 같이 공유하기 어렵다. 강박증 환자들은 대개 합리적이고 평온하기를 원하는데, 정성적 반응에 대한 통제는 강박적 방어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강박증 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른 심리장애에 비해 치료 초기부터 치료자가 보다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환자에게 치료자가 치료를 주도한다는 느낌을 주거나 환자를 압도해서는 안 된다. 강박증 환자들은 어느 순간 세세한 것에 집착하여 설명하면서 주된 흐름에서 이탈할 수 있는데, 이때 적절하게 개입하여 이를 중단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치료자 편에서 경험되는 가장 빈번한 역전이 반응은 졸립거나 치료 자체에 마음을 둘 수 없는 것 등이다. 그러므로 치료자는 치료 장면에서 이러한 역전이 반응을 잘 활용해야 하며, 전반적으로 치료 계획에 확고한 틀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확실히 정신역동에서 치료적 목표는 중요하다. 살쯔만(L. Salzman)은 1983년 강박증 환자들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몇 가지 목표를 제시하였다. 우선 과도한 통제 시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보기 위해 각각의 증상과 강박적 방략들을 검토한다. 절대적 통제에 대한 착각의 느낌을 주는 의례, 공포, 성격 특성들이 탐색된다. 두번째로, 그러한 방략들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기보다 삶에 방해가 됨을 반복적으로 해석한다. 세 번째로, 환자들에게 불안이 삶의 불가피한 부분임을 수용하게 한다. 이것은 이들로 하여금 완벽하려는 시도를 포기시키고 사람들에게는 한계가 있음을 충분히 받아들이게 한다.

살쯔만은 강박증 환자들을 치료할 때 치료자가 가장 빈번하게 빠지는 함정들 중 하나가 오랫동안 과거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회상은 양가감정으로 이끄는 의심들로 뒤덮일 수 있다. 치료는 가능하면 현재 상황에 초점을 두고, 현재의 기능, 관계, 주제들을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현재에의 초점은 명료성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의심과 왜곡을 덜하게 만들며, 정서적인 경험을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것을 돕는다.

강박증 환자들은 적대감이나 정서적 느낌들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가능해질 때까지 치료자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결국 다른 모든 신경증의 심리치료와 유사하게, 강박증 환자들은 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실패나 부정적 정서들을 경험하면서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것으로 버티고 추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강박 증상과 관련하여 방어기제들을 계속 사용하는 것을 그만두고, 방어하는 데 투입되는 불필요한 에너지를 보다 의미있는 일에 생산적으로 활용할 것이다.

3. 강박증 치료의 원리

정신역동 치료는 강박증을 치료하는 일정한 원리를 갖고 있다. 그것은 외부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역동적 요인을 찾아내 해소하거나 강화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원리는 치료자에 따라, 환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어 간단하게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핵심 원리 몇 가지를 제시한다.

1) 투사체계의 발견과 해소

투사체계는 강박증의 중요 요인이라 볼 수 있다. 투사는 자기의 것이 아닌 비자기로 돌리는 현상으로 심리적 발전과 태도, 그리고 행동을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강박증 환자는 투사체계로 자신의 문제를 올바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삶에서 경험하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과 관련시키지 않고 타인에 의해 발생된 문제로 본다. 이런 현상은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자기 위주의 편의적 태도로 인식하기 때문에 건강한 정신에너지를 축적하는데 실패한다. 그 결과 그들은 매사에 마음 속으로 애를 쓰며 속을 태우는 노심초사(勞心焦思) 증상을 유발하고 있다.

투사체계가 그들의 건강한 정신에너지를 축적하는데 실패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했다. 특히 투사체계는 강박증에서 중요한 긍정성 축적을 방해하여 점차로 그 감소를 초래하게 만드는 점에서 반드시 발견하여 해소시켜야 하는 기제다. 투사체계는 그들이 겪고 있는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에게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로 보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은 잘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너무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이 힘들다고 보는 것이다. 자신이 잘못 대응하여 상대방이 문제를 유발하는 현상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치료자는 그들의 투사체계를 발견하는데 주력하여야 한다. 이는 그들의 본래적 왜곡으로부터 근저의 내사물로 이동하여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치료자가 근저의 내사물에 관한 정보 및 그 반영으로 투사 체계를 환자에게 대면하게 만들어 도전하게 하는 의미를 갖는다.

투사체계는 환자의 핵심 내사물의 병인적 조직 안에 자리잡고 있는 근저의 장애에 대한 징후적 표현으로 간주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환자의 내사물 본질에 초점을 맞추고 더욱 분명히 의식하게 함으로써 내사물이 수정되는 치료적 변화를 위한 기반이 마련될 때, 이차적으로 발달된 징후체계는 붕괴되거나 사라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은 물론 강박적 방어체계에 초점을 맞추며 환자의 왜곡된 현실인식에 대해 검사하고 교정하는, 보다 전통적인 접근 방법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는 치료에서 환자의 투사체계를 발견하여 해소하는 일은 중요한 작업이 되는 이유다.

2) 병인적 내사체계의 직면

병인적 내사체계는 강박증의 내면에서 보이지 않게 작용하는 요인이다. 내사체계는 자신의 것이 아닌 어떤 심리적 기제가 자신의 것처럼 작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것이 아닌, 자신에게 맞지 않는 타인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나 방법 등이 그들의 내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내사에 심하게 억압되는 경우라면 심리적으로 자유롭지 못할 뿐 아니라 갈수록 내면이 꼬이는 편견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면 이들에게 내사로 인한 편견은 사건이나 사실을 정당하게 보지 못하여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투사체계는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인해 그런대로 드러난다면 내사는 그들의 내면에 자리하여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내사는 병인적 요인이라 볼 수 있다. 더욱이 환자에게는 내사 정도에 따라 증상의 강도를 만들어내는 점에서 상당히 고약하다. 물론 내사에 강하게 압도되는 환자는 자신의 자아체계가 허약하지만 강하게 영향을 주는 윗사람의 태도에서 눌리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어떤 사실이나 사건, 그리고 상황이 옳든 그르든 스스로 원하는 것을 따라 행동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되는 정도로 행동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그들이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도 한몫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들의 병인적 내사는 대개 스스로 판단하기에 어려운 아동기에 형성되는 측면이 있다. 이때 부모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나 방식 등이 그들에게 내사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억압적·강압적인 부모의 양육방법이 그들의 내사를 촉진하여 고정화시키는 특성이 있는 점에서 일차적 요건이 되고 있다. 치료자는 이런 점에 주목하여 그들의 내사체계를 발견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특히 부모의 존재를 비하시키는 부정적 자극이 문제로 보아야 한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깎아내리는 듯한 부정적인 말투나 심한 욕설이 그들의 내면에 가시처럼 박히면 그들에게 내사되어 일정한 체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치료자는 그들의 내사체계가 병인이 되기에 이를 발견하여 직면시키는 것은 강박증의 근본 원인을 발견하는 것뿐 아니라 해소의 과정으로 가는 방법이다.

3) 부정성 해소

강박증은 내면에서 부정적인 정신에너지가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그들의 부정성은 그들에게 불안감을 유발하는 원인이기에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우 그들은 집중보다는 집착을 유발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거의 신경증적으로 반응하거나 대응하게 된다. 그들은 속으로 안정감을 갖기를 원하지만 오히려 불안해지는 것도 이런 부정성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정성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어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 그들의 부정성은 그들에게 심리적으로 집중보다는 집착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그런 점에서 강박증의 치료는 부정성의 해소가 관건이다.

이들의 부정성은 앞의 투사와 내사로 인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초조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더욱이 부정성은 그들이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상황에 대응하는 것을 그르치게도 만든다. 그들의 부정성은 사실상 전술한 투사와 내사가 함께 작용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물론 투사와 내사가 모두 부정성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투사와 내사가 긍정성을 산출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어떤 사물이나 상황을 보고 긍정성 자극을 받았다면 그것은 긍정성 투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을 보고 창조적인 영감이나 자극을 받았다면, 긍정적 투사에 해당한다. 내사 역시 누구의 말을 듣고 자신의 것으로 삼아 삶에서 좋은 결과를 산출한다면, 긍정적인 내사 덕분이다. 다만 여기서 관심을 갖거나 문제로 보는 관점은 그들에게 심리적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그 결과 인격에 부정적 에너지를 초래하는 경우다.

부정성의 해소는 긍정성의 증가를 의미한다. 이렇게 반비례적인 점에서 흥미로운 치료 작업이 되고 있다. 부정성이 증가하면 긍정성이 감소하고, 긍정성이 증가하면 부정성이 감소되는 원리다. 특히 그들에게 부정성은 내면에 상당한 분노를 유발한다. 그들은 이런 부정성으로 인해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는 상대방에게 지배력이나 힘을 행사하려고 한다. 이 경우 상대방의 존재를 비하시키거나 자신의 정당성을 강요하는 경우도 불사한다. 그러면서도 이런 작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한다. 이런 것이 점차 그들의 내면을 불편하게 만들고, 더욱 불안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박증 치료에서 부정성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강박증 치료의 과정과 단계

정신역동은 강박증을 어떤 과정을 거쳐 치료할까? 정신역동은 드러난 의식의 현상이나 증상보다, 무의식에 내재한 원인론을 파악하고 그것을 드러내 해소하는 것을 위주로 한다.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의식화시켜 그것을 해소하여 진정한 원인이나 요인을 말끔히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이는 환자가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무의식의 특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발전적으로 정리하는 절차를 거쳐 이루어진다. 이를 위해 강박증 과정에서 작용하는 기제를 적절히 드러내어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해소할 것은 해소해야 한. 중요한 것은 환자의 내부 심리에 대한 묘사와 출현하는 자기(self)에 대한 환자의 경험 서술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1) 투사의 파악과 해소

투사(projection)는 자신이 무의식에서 품고 있는 공격적 계획과 충동을 남의 것이라 떠넘기는 정신기제다. 자신의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것으로, 이것이 무의식에 존재하면서 자신에게 불안을 주는 충동이나 욕구들이다. 투사가 사고의 형태로 투사되면 망상이 되고, 지각의 형태로 투사되면 환각이 된다. 이런 점에서 투사 내용은 내사적 조직으로부터 비롯된다. 투사의 어떤 요소가 자기 표상으로부터 대상 표상으로 전이되는 것이라면, 그 원천은 자기 체계로 남기에 투사에 포함된 외재화는 심리 내적 과정이 된다.

강박증 환자는 때로 중요한 대상에 대한 실망 및 대상에 대한 분노와 직면할 때 강한 위협을 느낀다. 그들은 이런 관계에서 오는 양가감정을 견디지 못하며, 대상에 대한 분노를 직면하지 못한다. 이는 자아가 중요한 대상의 상실로 인해 고통을 당했거나 당하게 될 상황 및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갖기 때문에 자아는 내면으로부터 오는 부적절감과 취약감에 직면한다. 그리하여 투사는 자기존중감 및 관련 자기애를 지지하는 내적 요소를 보존하기 위하여 작용한다.

이를 보면 투사는 일종의 자기방어임이 틀림없다. 실제 강박증 환자는 자기방어 기능으로서 투사를 사용하지만, 그 방어의 투쟁은 고통스럽고 자기(self)의 부분을 거부하며, 자신의 자기감과 주변의 대상 세계와의 관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관계의 파편을 자신에게 귀속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때 투사는 어떤 대상과의 왜곡된 관계를 보존하지만 거기에는 투사된 자기 부분을 상실하고 성장과 통합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관계를 맺는 역량이 손상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투사의 원천을 생각한다면 일단 초자아의 투사를 생각할 수 있다. 초자아 투사는 빈번하게 투사적 왜곡의 기초로서 작용한다. 초자아 투사는 자율성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들의 자율성의 감소는 초자아 공격성의 다른 효과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투사로 인해 환자는 부적절한 느낌, 낮은 자존감, 무가치감, 수치심, 죄책감과 같은 감정을 유발한다. 강박증에서의 투사는 자율성에 대한 내적 위협과 연관된 내적 상실감 및 허망감에 대한 방어로서 사용될 수 있다.

만약 자율성에 대한 위협이 외부로부터 온다면, 적어도 내적인 공허감은 감소될 수 있고, 그 위협에 맞서 싸울 수 있다. 그러나 내적 위협에 직면해서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초자아 투사는 실로 강박증에서 나타나는 투사는 곧 내사라는 전체적인 문제 가운데에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치료자는 이런 점을 고려하여 환자 자신의 문제는 자신의 것임을 이해시키고, 그것을 인정하고 수용하여 다시는 그것이 내면에서 작용하지 못하도록 도와야 한다.

2) 내사의 파악과 해소

내사(introjection)는 자신의 것이 아닌 상대방의 가치관이나 삶의 태도가 자신의 것이 된 현상이다. 이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내사 개념은 내사 조직으로부터 나오는 이차적 파생물로 간주되는 투사와 함께 강박 과정의 중심 차원을 가리킨다. 이로 인해 환자에게 강박적 구성은 투사 체계를 지지하고 명료화한다고 보아야 할지 모른다.

내사 개념은 원래 자기애적 동일시에 대한 프로이트의 이론에 기초한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 개념을 우울증에 대한 분석에서 최초로 도입했으며, 이후의 초자아형성 과정에 대해 설명할 때 내재화의 본질적 기제로서 적용했다. 그러면 이런 내사 기제는 상실된 대상관계의 내재화를 통한 대상의 심리내적인 보존을 의미한도고 볼 수 있다. 실제 강박증 환자는 ‘부모의 목소리’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계율이나 법칙, 그리고 규칙 등을 진정한 자신의 삶의 태도나 방법으로 수용하여 준수하려는 특성이 강하다.

내사는 대상의 내재화가 자아와 대상 사이의 모든 구분을 없애는 정신병적인 증상과, 자아와 대상 사이의 구분을 유지하며, 대상의 분리됨과 개별성을 인정하는 보다 분화된 동일시 사이에서 중간 영역을 형성하는 특성이 있다. 이때 내사는 대상이 환자의 내면 세계에서 한 부분이 되는 내재화가 이루어진 결과로 본다. 실제 내사된 대상은 환자에게 내재화된 대상 파생물의 내용과 환자의 자기감 사이에 거리를 만들기 위하여 환자 안에 완전히 통합되지 않고 항상 객체화될 수 있는 잠재성을 보유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와 관련, 환자의 내사는 대상의 분리됨을 받아들이거나 견디지 못하는 무능력을 반영하며, 분리 혹은 버림받음에 대한 위협을 회피하는 수단인 방어기제가 작용한 결과다.

환자의 내사는 대개 아동기에 부모의 성격 조직에 의하여 제공된 요소들이 내재화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에, 내사 조직은 양쪽 부모의 성격 유형이 결합된 요소를 반영한다. 여기에는 긍정적인 내사도 부정적인 내사도 있는데, 부정적인 내사가 심한 경우 ‘병리적 내사’로 간주한다. 병리적 내사는 여러 병리적 요소가 작용하는 가정환경, 그리고 환자의 부모 사이의 관계에서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환자의 내사는 해소해야 할 요인이자 증상이다. 실제로 이런 내사는 환자에게 공격성과 자기애라는 양극의 양태로 표현된다. 공격성은 환자의 피해의식 형태로 표현되는 반면, 자기애적 요소는 우월감 대 열등감으로 표현된다.

환자는 이 둘 중 어느 하나를 중심으로, 혹은 둘이 혼합된 내재적 요소를 중심으로 자신의 자기감을 구조화한다. 그러면 자기애적 내사로 환자는 자신을 우월하고 특별하며, 특권이 있고 완벽하며, 자격이 있는 위대한 사람으로 보려 한다. 반면 열등감 내사의 측면은 스스로를 열등하고 무가치하며, 부끄럽고 비굴한 사람으로 보려 한다. 이런 내사는 우울증 환자와 편집증, 그리고 강박증 환자에게서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점이 특이하다. 이로 인해 환자는 피해의식 및 열등감 내사의 측면을 갖고 살아간다.

이는 그들이 스스로에 대한 내면 경험이 지닌 공격적이고 자기애적 측면을 억압하거나 거부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이때 강박증 환자에게서 피해의식 내사는 환자의 내면적이며 주관적 의식의 영역을 지배하는 경향이 있는 한편, 공격적 측면은 적대적이며 파괴적인 가해자 형태로서 외부로 투사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치료자는 이들의 주관적인 열등감 혹은 피해의식과 같은 내사적 요소를 알아차리고, 이를 자각하게 만들어 해소하도록 도와야 한다.

3) 부정성 해소와 긍정성 증가

강박증 환자의 치료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자신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모든 강박증 환자가 자기고 있는 보편적 문제이며, 임상에서 주로 강박적 표현을 표출하는 환자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강박증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본래 자신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자신감이 갖지 못하는 특징적인 모습을 드러내기에 이때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는 문제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의미있는 치료 작업을 가로막는 장애를 무엇보다 우선 다뤄야 한다. 이는 그들이 자신을 억지로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해도 내면에서는 그다지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서 드러난다. 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에 우월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경이 쓰이며 불안해한다.

그들의 불안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그들에게 ‘이것 아니면 저것’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나 사고의 경직성에 문제가 있다. 그러나 더 원인적인 것을 들라면 아마도 그들의 부정성에 기인한다. 그들의 부정성이 미래의 불안을 유발하고 신경증적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들이 내면에 가진 부정성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문제가 될 것이다. 그들에게 긍정성 증가는 불안을 해소하고 어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게 만드는 유연성을 산출하는 점에서다.

이런 경우 치료자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임상에서 그들의 부정성을 긍정성으로 바꾸는 문제가 그다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그들의 부정성을 단순히 긍정성으로 바꾸려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객관성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사실이다. 객관성은 긍정성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산출하는 점에서다. 실제 그들에게는 내면에 부정성이 높지만 그 부정성은 알고 보면 지나친 주관성과 맥을 같이한다. 이런 문제는 강박증 환자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긍정성을 위한 객관성 증가는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여기에는 치료자의 무던한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다. 이를 위해 치료자가 먼저 그들의 부정성의 정체를 올바로 알아야 하고 객관성을 증가시키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삶에서 자신의 방법대로 굳어진 사고나 삶의 태도 등이 거의 부정성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긍정성으로 이해하는 과정에 봉착할 것이 틀림없다. 그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의 방법이 옳다고 확신하기까지 한다.

그러다 현실적으로 맞아 들어가지 않을 때는 확신이 무너지는 상황에 직면해 불안을 경험한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논리적 위주의 삶을 산다지만 실제로 자신의 부정성에 기반을 두고 있기에 주관성에 의해 행동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치료자는 그들에게 객관성의 증가를 시도해야 하는 구체적 훈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들이 어떤 능력이 없다면 어느 정도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말하고 인식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그들은 점차로 객관적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긍정성이 증가하는 경험을 할 것이다. 그들에게 긍정성이 증가되면 상황에 대처하는 태도가 유연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일 것이다.

4) 자율성 강화와 증가

강박증은 수동성이 기저에 자리하고 있다. 그들은 규율을 잘 따르고 질서를 잘 지키는 문제는 이러한 수동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 나서서 하는 일보다 시키는 일을 잘하려는 특성이 있다. 물론 시키는 일을 잘하려는 심리적 근저에 보다 인정을 받고자 하는 심리도 함께 있다. 그러니까 더욱 인정을 받고자 누가 보지 않아도 규율을 잘 지키고 시키는 일을 잘 하려 한다. 이런 현상은 일단 자율성 문제로 봐야 한다.

자율성은 무엇엔가 기대거나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특성이다. 여기에는 능동성을 기반으로 하는 점에서 개인의 건강한 생명력을 발휘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고 있다. 실제 그들은 주어진 규율이나 질서를 지키는 것에 모범적이지만, 스스로 어떤 일을 처리하는 데는 상당히 수동적이다. 이런 현상은 그들의 능동성과 자율성의 결여라고 보아야 한다. 그들에게 자율성 결여는 일종의 강박증의 방어기능이라 볼 수 있는 강박적 방어의 경직성이다.

치료 과정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강박적 방어의 경직성을 다룰 때는 자율성이 부족하고 쉽게 퇴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때때로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러한 방어가 강하고 겉으로 보기에 침투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취약감이 근저에 자리잡고 있으며, 자율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자율성 결여는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초점이 된다. 심지어 임상적 상황에서 경직되고 위협을 느끼는 거짓된 자율감을 유지하거나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이때 치료자는 자율성 결여를 해소하여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율성 강화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투사적 방어이다. 투사적 방어는 그들에게 이제까지 해 오던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고집하게 만들어 그들의 행동을 개선하는 것을 뒤로 미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에서다. 이런 것을 다르게 ‘고착’으로 표현할 수 있다. 실제로 고착은 대체로 강박적 구성이 어느 정도 발달됐고, 어느 정도 확고한가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이런 강박적 구성이 현실 실패에 특징지어지거나 또는 정신병의 다른 징후를 부차적으로 수반한다 해서 치료적 개입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거기에는 치료적 전망이 밝지는 않지만, 치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치료자들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정신병적 신념이 치료를 통해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을 보고 놀랄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그들의 자율성은 투사적 방어의 해체와 관련있다고 볼 수 있다. 자율성이 증가되거나 강화되면 그들이 내면에 가진 투사적 방어도 해소되는 결과를 산출한다는 점에서다. 물론 치료자가 투사적 방어를 다루기 위해서는 상당한 숙련이 필요할 것이다. 투사적 방어가 그들에게 다양한 정도의 부인 혹은 현실검증 실패를 수반할 때, 치료적 맥락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5) 자기애 강화를 통한 확신감의 증가

강박증은 자기애가 약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의 약함은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즉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것은 그들이 지식 위주의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면의 허약성으로 불안하고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원인이 된다. 그들이 어떤 분야에서는 남다른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어떤 분야에 지식이 많다면 다른 사람보다 많은 자신감과 확신을 가져야 맞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들의 자신감 약화, 즉 확신감의 결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아마 그들의 내면이 허약하다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이들 내면의 허약함은 일단 자기애의 약함으로 보아야 한다.

자기애의 허약을 말하자면 내면이 강하지 못함을 말해야 한다. 스스로 자신의 자아를 발전시키지 못한 결과가 자아의 위축을 초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자아의 위축은 그대로 내면이 허약함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 점에서다. 이런 현상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것보다는 타인, 즉 부모나 권위자의 말을 순순히 따른 데서 연유했다. 이로 인해 그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자기애가 유약하거나 허약한 결과로 확신을 갖지 못하기에 이른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부모의 말보다 자신의 뜻대로 행하는 사람이 자기애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산출한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이는 부모의 말을 잘 들어야 사회에 잘 적응하고 성공한다는 말이 맞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어려서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자신의 뜻대로 행동하는 아동이 내면이 강하고 나중에 내구력이 강한 경우를 볼 수 있다.

치료자는 환자의 자기애를 강화시키기 위해 내면의 긍정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된다. 이때 그 일환으로 치료자는 환자에게 존재의 인정을 시도해야 한다. 존재 인정은 긍정성을 강화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실제 강박증 환자는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혹은 가장 중요한 사람들로부터 존재의 인정을 많이 받지 못한 경우로 볼 수 있다. 그들이 목마르게 원하는 것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조금은 부족해도 잘한다고 인정하면 좋은 심리적 결과를 산출할 것이다. 치료자가 환자의 존재를 인정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칭찬이라 볼 수 있다. 사람이 존재의 인정을 받게 되면 내면에 긍정성이 축적되어 자기애가 증가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 분명하다.

5. 결론: 환자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무의식 작용을 중요시

지금까지 우리는 강박증의 정신역동 치료에 대하여 기술했다. 정신역동적 치료는 환자의 내면에서 작용하는 무의식 작용을 중요시한 것이었다. 의식에 드러나기 어려운 무의식의 특성이 내면에서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기제에 대해 치료적 차원에서 다룬 것이었다.

정신역동 치료의 특징에서는 프로이트가 강박증을 정리하여 치료한 이후 다만 프로이트 이후의 정신역동 이론가들은 강박증에서 정신역동은 강박증 치료에 오랜 역사를 갖는다고 했다. 여기서는 자기가치감 등 다른 역동적 변인들을 강조하는 것으로 환자의 의식에 나타나는 현상보다는 무의식에 잠재하는 정신적 특성을 발견하여 치료하고자 시도하는 것이었다. 의식의 문제는 무의식에서 연유되는 것에 초점을 두려는 것이라는 점에서였다. 여기서는 정신역동치료의 특징을 부정과 투사의 이해, 치료동맹의 형성, 그리고 문제원인에 대한 지각 등이 함께 다루어졌다.

치료의 기초적인 작업에서는 정신역동치료가 무의식적인 치료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강박증이 어디에서 유발되었는가를 분석해야 했다. 이러한 분석에서 의식적인 것보다는 무의식적인 요소가 중요시된다는 점에서 성장과정에서 초자아의 억압이 얼마나 일어났는가를 관찰해야 했다. 정신역동의학에서 강박증은 대개 초자의 억압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기 때문인데, 이때 치료의 기초적인 작업은 몇 가지가 기초적인 작업이 되었다. 이를 위해서 치료의 목표, 치료의 주제들, 그리고 환자와의 관계 등이 다루어졌다.

강박증 치료의 과정과 단계에서는 정신역동이 드러난 의식의 현상이나 증상보다도 무의식에서 내재해 있는 원인론을 파악하고 그것을 드러내어 해소하는 것을 위주로 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환자가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을 의식화시켜서 그것을 해소하여 진정한 원인이나 요인을 말끔히 해소하는데 중점을 두려는 것이었다. 이런 것은 환자가 반드시 인식해야만 하는 무의식의 특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발전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절차를 거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상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강박증 과정에서 작용하는 기제를 적절히 드러내어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해소할 것은 수용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내부 심리 세계에 대한 묘사와 출현하는 자기(self)에 대한 환자의 경험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고 보아야 했다. 이를 위하여 투사의 파악과 해소, 내사의 파악과 해소, 부정성의 해소와 긍정성의 증가, 자율성의 강화와 증가, 그리고 자기애의 강화를 통한 확신감의 증가 등이 부차적으로 다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