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흔 목사(엘림코뮤니오).
주후 1세기 설립된 예루살렘 초대교회가 소수의 헬라파 소속 과부 등 가난한 사람들을 무시했다. 예루살렘 신앙 공동체 내 히브리파 사람들은 자파(自派) 출신의 과부들만 구제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소수의 헬라파 소속 사람들은 초대교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편협(偏狹)된 정책을 펼친 히브리파 간부들을 맹비난했다. 초대교회 사도들은 헬라파 사람들의 비난과 권고를 진심으로 수용, 공평하게 구제를 담당할 일곱 명의 헬라파 출신 집사를 세우기로 결의했다.

빌립은 초대교회 내 어려운 형편에 처한 과부나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도록 선택된 집사 중 하나다. 그는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고, 사람들로부터 칭찬 듣는 일곱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성경에 따르면 집사 빌립은 초대 기독교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 다음 이름이 올라 있다(행 6:5).

선임 집사 스데반의 순교 이후 예루살렘에 있는 초대교회에 큰 핍박이 일어나자, 12명의 사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성도들은 박해가 없는 유대 및 사마리아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정통 유대인들의 핍박을 피해 흩어진 초대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이 두루 다니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성실하게 전했다.

선택된 일곱 명의 집사들도 교회 내에서 더 이상 구제사역을 할 수 없었다. 일곱 명의 집사들도 여느 성도들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전도를 위해 예루살렘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선교 여행을 떠났다. 집사 빌립은 사마리아 성으로 내려가 예수 그리스도 복음을 열심히 전했다. 사마리아성(城)에 거주하는 무리들이 집사 빌립의 탁월한 복음적 설교를 듣게 됐고, 그를 통해 행해진 놀라운 이적들을 목격했다. 사마리아성 사람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심으로 믿고 좇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더러운 귀신들로부터 해방됐고, 당시 불치병으로 알려진 중풍병자와 앉은뱅이가 온전히 치유됐다. 암울했던 이방 사마리아성이 신실한 하나님의 사람, 집사 빌립 때문에 큰 기쁨과 행복을 누리게 됐다.

그때 사마리아성 출신, 요술쟁이 시몬이 거짓과 술수로 사술을 부렸다. 선량한 사람들을 속여 파벌을 만들고, 잘못된 권위를 행사했다. 마술사 시몬이 행하는 얄팍한 사술은 사마리아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술사 시몬은 자만하여 사마리아성에서 가장 ‘큰 자’로 자신을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줬다. 그러나 집사 빌립이 사마리아성에 들어온 후 마술사 시몬은 두려워했다. 마술사 시몬보다 집사 빌립을 통한 하나님의 이적이 더욱 탁월했기 때문이다.

집사 빌립은 어려움 중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사마리아성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여 큰 성과를 얻었다. 집사 빌립의 복음 전도를 받고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으로 믿어 요술쟁이 시몬을 비롯한 수 많은 남녀가 세례를 받았다(행 8:4-8). 마술사 시몬도 신실한 집사 빌립을 만나 설교를 듣고 회개하여 크리스천이 됐다.

집사 빌립은 하나님께서 보내신 사자의 명령에 절대 순종하여 예루살렘에서 가사(Gaza)로 내려갔다. 그곳은 전도할 수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살고 있지 않았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가사로 내려가던 중, 에디오피아 여왕(간다게)의 국고를 맡은 내시를 만나 전도하고 세례를 베풀었다(행 8:26-39). 에디오피아 내시는 자국(自國)으로 돌아가 훌륭한 크리스천 전도자로 변신했다.

당시 에디오피아 여왕(간다게)은 주후 25-41년 사이 통치한 ‘아만티테레’로 보인다. 그들은 함의 자손들로, 현재 이집트 남쪽 북수단의 한 나라인 누비아(Nubia)이다. 구약성경에서는 구스(Gush) 또는 이디오피아로 주로 표기한다. 당시 에디오피아는 모계 왕통을 지니고 있었고, 통치자 간다게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라, 왕조를 나타내는 명칭이다. 이집트의 왕 명칭이 ‘바로’이고, 로마는 황제를 ‘가이사’라 부른 것과 같다.

집사 빌립에게 세례를 받은 간다게(아만티테레)의 내시는 유대교로 개종한 인물이었다. 그는 누구보다 성경을 사랑하며, 하나님을 경외하는 사람으로 여행 중에 이사야 53장을 읽게 됐다. 집사 빌립은 성령을 통해 에디오피아 간다게의 내시를 만나게 됐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전도했다. 집사 빌립의 복음 설교에 감동을 받은 간다게의 내시는 즉시 크리스천이 돼, 하나님나라의 백성으로 바뀌게 됐다.

집사 빌립은 아소도의 여러 성을 다니며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고, 가이사랴에 이르렀다(행 8:40). 사도 바울이 만년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도중 가이사랴를 지나갔는데, 집사 빌립이 거기에서 전도하고 있었다. 거의 20여 년이 지난 후, 사도 바울이 가이사랴를 다시 방문할 때 집사 빌립의 사랑채에서 손님으로 머물렀다. 하나님의 사람 빌립과 바울의 만남이 일어나 상호간 정보를 나누게 됐다. 그는 트랄레스(Tralles)교회 감독으로 봉직하다 때가 되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집사 빌립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이 명령하시면 무조건 순종했다. 초대교회 집사로의 봉직도, 사마리아 지역으로의 선교 여행도, 간다게의 내시를 위한 전도도 순종의 산물이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전능하신 하나님을 신뢰하고 그 분의 말씀에 순종하는 겸손을 보였다.

현대교회도 자신의 연약함을 알고, 하나님 주신 성경과 신학에 순종하는 리더가 요청된다. 오늘날은 어느 곳을 가보나, 자신의 능력을 맹신하여 교만의 극치를 달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후 1세기 집사 빌립이 행한 순종과 겸손의 리더십이 더욱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