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축문화연구원 10주년 기념 세미나. ⓒ신태진 기자

교회건축문화연구회(회장 임종수 목사) 창립 10주년 기념세미나가 ‘예배 그리고 공간’이란 주제로 1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정보과학관에서 개최됐다. 신학자와 목회자, 건축가를 주축으로 지난 2002년 설립된 동 연구회는 교회 건축 발전 및 예배 공간 갱신에 힘쓰고 있다.

회장 임종수 목사(큰나무교회)는 기조강연에서 “수적인 부흥에 급급한 교회의 성장주의는 예배와 예배 공간에 큰 상처를 줬다. 이제는 하나님과의 만남이 있는 예배 공간을 회복하기 위해 고민해야 할 때”라며 “의상이나 화장도 품위있는 숙녀의 것이 있는가 하면 야한 매춘부의 것이 있듯, 건축도 그 쓰임에 따라 색깔이 있기 마련이다. 온전한 예배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선명한 신학적 목회관과 예배관 뿐 아니라, 교회와 지역사회의 정서를 아는 건축가의 철학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종환 교수(실천신대)는 ‘예배 공동체와 예배 공간’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예배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적 행위기 때문에 예배 갱신은 목회자나 신학자의 단독적 생각으로 결정되면 안 된다”며 “예배 공간 결정의 가장 이상적인 과정은 예배위원회를 조직해서 객관적 평가를 받는 것이다. 예배위원회의 의견수렴 주제로는 예배의 동선과 공간 배열, 성찬의 공간 구성과 신학적 의미, 성가대의 위치, 교회의 신학을 표현하는 공간 배열, 설교대와 제대 및 성찬상의 배치, 초와 십자가 및 제단장식 꽃의 위치 등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구 교수(성공회대)는 ‘예배신학의 영성과 미학’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최근 분당이나 산본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F16 전투기나 아폴로 비행선과 같은 교회 건축물들이 신축됐는데, 차별성 있는 건축을 세우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천문학적인 건축비를 들여 세운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못하고 기독교에 대한 전투적이며 폭력적인 상상력을 환기시킨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교회 건축이 꼭 바흐나 헨델의 곡처럼 무거워야 할 당위성은 없지만 예배학적인 상상력을 환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시춘 정주건축연구소 대표는 ‘예배 공간의 새로운 방향’이란 주제의 강연에서 “한국교회는 미국교회의 예배 형식과 유사 고딕식의 건축양식을 전수받아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유지해 왔다. 그러다가 90년대 이후 교회성장의 정체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자, 이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대형교회들의 구도자 중심 예배를 모방하여 한국형 열린예배를 개발하고, 예배 공간을 무대나 공연장 형태로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예배신학의 발전과 함께 열린예배를 지향하는 일방적인 추세에 대해 반성하는 목소리와 예배의 본질과 실천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예배 갱신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전한 후, 16세기 종교개혁자들의 예배 개혁과 20세기 전례운동의 성과에 대해 소개했다.

강연 이후에는 종합토론 시간이 이어졌는데, 자연환경과 예배공간, 교회건축의 기술, 다문화 예배공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예배공간, 예배공간과 신학, 예배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토론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