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8장 강박증의 임상적 양상(1)

강박증은 집착하는 사고의 문제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행동의 문제로 나타난다. 사고의 문제는 발현되는 행동 측면, 행동과 관련되지 않는 단순한 사고 문제, 내적 행동 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는 치료자에게 증상을 구분하는 능력이 요구됨과 함께 증상에 따른 대응도 중요시되는 이유다. 이를 위하여 강박증이 행동, 정서, 대인관계, 인지, 자기개념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증상들에는 외적으로 드러나는 것과 내면의 심리기제에 대한 것들이 있으나, 여기서는 주로 외적 특성들을 중심으로 기술한다.

1. 융통성 결여와 일중독증

강박증에서 융통성 결여는 임상적 양상의 1차적 측면이다. 경직성은 성격적으로 일 중독증과 상당히 관련된다. 이는 융통성 결여와 일 중독증이 강박증과 관련되는 현상인 이유다. 이런 현상은 강박증의 매우 특징적인 행동 양식으로, 너무 엄격하고 삭막하다.

융통성 결여는 엄격성을 의미하며, 그 분위기는 지독한 속박 속에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경직성은 내면의 정서적 각박함이나 과도한 통제 상태 등을 반영한다. 이런 현상과는 달리 강박증은 교육수준이 높거나 성취도가 높고 완벽주의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 이들은 융통성이나 자발성이 다소 부족해 보여도, 매우 근면하고 유능한 사람들로 비춰진다. 그들은 대개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며, 특히 세밀한 사항들에 집착하는 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강박증은 때로 잘 정리정돈이 되어 있고 질서정연하며 매우 근면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언제나 사소하고 협소한 문제에 집착한다. 그들은 보통 세부적인 것과 정리정돈에 관심을 가지며, 규칙이나 절차에 매우 엄격하고, 융통성이나 유연성이 결핍된 경직된 모습을 나타낸다. 그들은 완고하고 인색하며, 소유하는 것에 집착하고, 경직되어 있으며, 창의적이지 못하고 상상력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일을 마감시간 내에 못 끝내고 지연시키는 경우도 많으며, 일의 결정이나 처리에서 우유부단한 면을 드러낸다. 낯선 상황에 부딪치거나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상황에 적응이 곤란하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에서 일탈하는 상황이 일어날 때는 매우 불편해하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때로 일에 중독되어 직장에 모든 힘과 시간을 쏟아 가족이나 자신의 여가생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 보인다.

이런 이유로 강박증 환자가 직장에서 높은 직위에 있다면 부하 직원들을 대할 때 규칙이나 원칙에 집착하고 융통성 없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이상한 별칭을 얻을 수 있다. 이들은 오직 도덕과 규칙, 규범만을 추구하며 사람 사이의 풋풋한 정이나 동정심이라곤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들은 융통성이 없고 경직된 일처리 방식과 거칠고 처벌적인 의사결정 등으로 오래 맡아오던 직위에서 해임될 수도 있다. 일처리는 정확하게 잘 하지만, 사원과의 관계에서 융통성이 발휘되지 않아 업무에 부작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2. 삭막한 정서

삭막하고 메마른 정서는 강박증의 특징이다. 강박증은 지적 기능을 우세하게 사용하는 반면, 메마른 감정표현과 정서적 억제를 시도하는 편이다. 그래서 사고력은 정확하지만 푸근하고 따뜻한 인정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심지어 마치 정서적으로 꽉 막혀 있는 것 같아 답답하고 숨막힐 지경 같다. 그들은 늘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면은 엄격하게 짜 맞춰진 사람처럼 보인다. 이들은 말할 때도 명확한 화법과 잘 정리된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다소 정연하지 않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런 정연함은 외모에도 나타나는데, 옷차림도 늘 형식적이고 격식을 차리기 위해 노력하며, 패션 경향에 뒤쳐지거나 앞서지 않게 ‘적절한’ 편이다.

그러나 그들이 매우 격식을 차린다 해도 선호하는 옷의 색깔과 양식은 제한되어 있다. 옷차림의 격식이나 행동상의 엄숙한 모습은 그대로 감정표현의 양상과 일치하는 편이다. 특히 이들의 감정표현은 심각하고 무거운데, 전형적인 정서적 태도는 엄격하고 활기도 없으며 과도하게 심각한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볍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경멸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감정 표현이나 심지어는 긍정적인 감정 표현도 미성숙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 특성은 다소 정서적 요소가 배제된 냉담하고 객관적인 태도를 취하려는 노력을 존경하면서 이를 추구한다. 이런 관점이 그대로 사회에서도 적용되는데, 엄격하게 조직된 사회의 규칙과 규율을 통해 타인을 평가하려 하며, 자신도 이러한 규칙 속에 살아가려는 태도이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자신의 내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내면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그들에게 매우 위협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강박증 환자들에게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는 표현의 문제는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천박한’ 경험을 스스로에게 허용하지 않으려는 심리적 작용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강박증 환자는 정서적인 면에서 매우 심각하고 건조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는 아내가 왜 자신이나 결혼 생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지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도 결여되어 있다. 이들은 자신을 이완시켜 긴장을 늦추는데 어려움을 느끼므로 늘 긴장되고 즐거움도 잘 느끼지 못하며, 활동이나 에너지 수준도 현저하게 저하된 모습이다.

이런 경직 현상은 오래도록 억제와 금지의 습관에서 형성된 것이다. 이런 경직성은 그들에게 활기차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측면을 약화시키고, 억압된 에너지를 방출하는 데 실패하여 신체적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그들에게는 억압된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실패하여 정서적인 억압이 자리하는 것이다. 이 억압은 내면에 뿌리박힌 양가감정을 반영하는 것으로, 강렬한 공포심과 분노감이 대립하는 현상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내면의 분노나 적개심은 겉으로 순응과 동조의 형태로 나타난다. 외부 권위나 규율을 무시하거나 어기는 행위는 이들에게 상당한 불안감을 유발시킨다. 이러한 분노와 공포에 대한 양가적 내면 갈등은 부분적으로는 우유부단과 부동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보다 완벽성을 지향하다 보니 나중에는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유부단(優柔不斷)함을 보이는 것이다. 이들의 엄격하고 즐거움을 느낄 줄 모르는 속성은 근본적으로 반쾌락주의적 성향이다.

즐기는 것을 낭비라 생각하는 그들의 반쾌락주의적 성향은 공포심이나 분노감을 관할하는 두뇌 기능이 유별나게 발달된 점을 생각나게 한다. 또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상반된 신호들은 우유부단하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원인의 제공일 수 있다. 여기에는 물론 반대 측면도 가능한데, 그것은 쾌락을 경험하게 만드는 뇌 기능의 발달이 매우 저조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강박증 환자들의 심각한 표정과 메마른 정서적 표현은 인생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처럼 오해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들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폭발적 상태가 될지 모른다며 두려워한다. 때문에 자신의 정서 상태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 이들의 지적 기능은 매우 구조화되고 엄밀하므로,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냉담함을 느끼고 정서적으로 억압 상태를 경험해 답답하고 숨막히는 느낌이나 인상을 갖는다.

3. 권위주의

강박증 환자들은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 권위주의는 전술한 인간관계에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지위나 상태에 주목하는 편인데, 평등주의보다는 권위주의적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권위주의는 자신의 상관과 부하 직원을 대할 때 차이를 드러낸다. 상관에게는 공손하게 자신이 유능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일상적인 방법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상관에게 인정과 승인을 구하며, 이를 즉시 얻지 못할 경우 불안과 긴장감을 느낀다.

이들은 상부의 권위에 적절한 존경심을 표하는 일에 매우 신중하며, 상관이나 권위적인 인물에게는 정중하고 과도하게 존경을 표한다. 이러한 행동은 여전히 사회적 규칙과 규범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남들에게 비난을 받을 정도로 쉽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들은 자신에게 기대되는 의무와 책임을 완수하는데 매우 엄격하고 세심하다. 실로 이들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며, 불쾌한 일을 회피하는 정도를 넘어 타인에게는 여러 유익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강박증 환자들은 보다 강한 권력에 순응함으로써 상당한 힘과 권위를 스스로 획득한다. 이들은 타인의 명성과 보호를 즐길 뿐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상부 권위의 관점과 연합시킴으로써 자신의 행위가 반대에 부딪칠 때도 스스로를 위안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강박증은 다른 사람이나 권위의 일부에 참여함으로써 참된 개인적 만족의 경험을 포기하게 된다. 이들이 일과 집단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그나마 그러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부하 직원을 대할 때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들은 평소 경직되고 긴장된 온화함을 보이다가도 종종 공격적이고 독단적이며 비판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 자신감 넘치고, 자기 확신에 가득차고, 심지어 과시적이고 자기만이 옳다는 식의 독선적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특히 부하와의 관계에서 타협하지 않고 지나치게 명령적이며 요구적인 행동은 좀처럼 아랫사람들과 정서적인 유대를 맺을 수 없도록 만든다. 이는 그들이 뿌리깊은 부적절감을 강화시키는 이유이다.

강박증의 권위주의는 일종의 힘의 원리에서 이해된다. 힘을 가진 사람이 그 힘의 우위성을 힙입어 과시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성향인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그들은 강자에게 비굴하리만큼 약하게 굴종적이면서도, 약자에게는 과도한 힘을 발휘하려는 양면성을 지녔다. 이러한 권위주의, 즉 권력은 특성상 공격적 충동을 배출하는 통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남들이 자신의 기준에 부응하지 못하면 그들을 비난하고 정죄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공격적 태도는 일반적으로 규칙과 규율에 대한 집착 속에 가려져 있어 쉽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의 독선과 권위적인 태도는 규칙과 규율이라는 사회적 규약의 흐름을 타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의 공격적 행동을 표면적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이유다. 이런 현상은 강박증의 매우 양면적인 특성이다. 그들은 실제로 상관과의 관계에서는 상당한 긴장감을 경험하고, 상관 앞에서는 늘 최상의 능력을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심지어 하급 직위에 강등당했을 때조차 정중하고 순응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의 부하직원들에게는 매우 엄격하고 공격적이며 처벌적인 사람이 된다. 이들의 공격성과 엄격성, 권위적인 태도는 직접적으로 표출되기보다 규칙과 규율이라는 공식 인가된 사회적 권위를 통해 가해진다. 부하직원들이 조금이라도 규칙과 규범에서 이탈하면 그의 공격성은 봇물처럼 터져 나올지 모른다. 이때 공격성은 감정적으로 흥분하여 자기조절을 잃고 쏟아내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즉 잔인하리만큼 냉정하게, 기계적인 차가움과 엄격성을 띠고, 규칙 위반에 대해 사회적 제약을 가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회적 관습이나 적절성에 유별난 집착을 보이며, 공손하고 형식적이고 ‘올바른’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도덕과 윤리적 문제에서 상당히 양심적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들은 부하들에게도 개인적으로 확립된 규칙과 행위의 법칙에 충실할 것을 요구한다.

4. 경직된 사고방식

사고의 경직성은 강박증의 특징이다. 실제로 강박증 환자들은 사고방식이 경직된 편이다. 이들의 경직성은 사고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는데, 심할 경우 매우 독단적이 된다. 이들은 주변 세계를 규칙, 규율, 스케줄, 위계 등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꽉 짜여진 인지적 양식으로 이들의 상상력은 대체로 빈곤하며, 새롭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극단적인 경우 인지적으로 차단막을 치는데, 매우 협소하고 교리적인 사고방식에 집착해 어떤 새로운 생각이나 행동방식도 거부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그들은 표면적으로 신중하고 침착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의식은 강렬한 양가적 갈등과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있다. 이런 현상은 규칙과 규율에 대한 집착과 독단적이고 교리적인 사고방식이 한편으로는 억눌린 내면의 갈등이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방어하려는 수단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자기조절이나 통제 등은 강박증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들에게는 사회생활에서의 원만성을 위해 자기조절이나 통제가 적절히 요구되는 점에서다. 이들은 증상이 심할수록 끊임없이 자신의 부모를 불쾌하게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학생이라면 속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반된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공부했다. 그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규칙과 부모의 기대에 한 치도 벗어나지 않으려 노력함으로써 부모의 승인을 받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상반된 충동들을 통제할지 모른다. 그러면 그들은 대개 가슴이 아니라 머리에 의해, 감정이 아니라 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편이다. 이성적이고 분석적이지, 감정적이고 충동적이지 않다.

실제로 강박증 환자들은 인지와 정서 혹은 인지와 욕구를 철저히 분리해 놓고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인다. 서로 연관된 생각과 감정을 분리하고는 건조한 사고의 측면에만 집착한다. 인간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정서와 욕구의 자연스러운 발산을 차단한 채, 합리적인 이성, 원칙, 규칙 등에만 집중한다. 이는 그들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적절한 정도의 자기절제가 필요함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강박증 환자들의 감정 표현과 욕구의 충족은 매우 절제되어 있다. 금지된 충동은 엄격하게 속박돼 있고, 갈등은 의식으로부터 방어적으로 부인되고 격리된다. 직장에서 강등된 강박증 환자가 있다고 하자. 그러면 그는 어느 정도 실망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성장과정에서 수년간 삶에 대해 경멸해 왔던 것처럼 상부에 대한 자신의 실망과 분노의 감정을 경멸해 버릴 수 있다. 이는 치료에서 억제된 감정이 표면에 떠오르도록 도와야 하는 부분이다.

이들은 늘 사회적 위계나 인습적 규칙 또는 규율의 관점에서 살아가며, 익숙하지 않은 풍습이나 새로운 생각들을 불편하게 여긴다. 새로운 상황에 처하면 어떤 행동이 적절한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그 상황에서 어떤 규칙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행동을 취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별히 적절성과 효율성 문제와 관련하여, 이들은 규칙과 절차를 따르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종종 원칙주의적이고 교조적이며 보수적인 사람으로 비치는데,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정서적 행동이란 미숙하고 무책임한 것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객관적 기준과 사회의 적절한 법칙에 의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한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그것은 대인관계에서의 행동이 확립된 가치와 관습에 따라 이뤄지며, 개인적 판단이 우세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관공서에 찾아갔을 때 고압적인 직원의 태도에 화가 치밀고 목이 콱 막히는 답답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안 된다니까요. 원칙이 그런 것을 어떻게 합니까? 그런 개인적인 사정은 알아서 처리를 하십시요!’ 등의 표현은 그대로 강박증 환자들이 가진 사고방식의 일면이다.

자신의 ‘감정’이 배제된 채 원리원칙만을 고수하는 경우 융통성 있는 사고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음을 생각하면 결정하는 사고 과정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을 때 보다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기에 그들에게 ‘아! 그런 딱한 사정이 있으시군요! 어디 다른 방법이 있는지 한번 찾아보겠습니다’ 라는 부드러운 말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말을 들으려는 마음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좋을지 모른다. 관공서의 사무적 분위기나 성격에서 그런 친절한 말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거나 지나친 기대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5. 내면 성찰의 회피

강박증은 환자들은 종종 자신을 양심적이고 의로운 사람으로 지각한다. 이들은 무의식적 충동과 외현적 행동 사이에 상충되거나 모순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한다. 이들이 이러한 갈등 속에서 실제로 바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대한 직면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나 타인을 평가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결과를 중시하며, 내면의 충동이나 감정, 갈등은 외면하려 노력한다. 또 오판이나 실수, 규범으로부터의 이탈을 두려워하므로 과도하게 양심적이고 규범적인 행동에 집착함으로써 종종 자기 내면의 갈등이나 모순을 망각하게 된다. 이들은 무의식적 충동과 외현적 행동간의 괴리를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적극적으로 자기탐색을 회피해 종종 자신의 동기나 느낌에 대해 자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방어적 전략을 지지하기 위해, 이들은 자신의 내면의 성찰과 탐색은 합리적 사고와 자기통제를 방해할 뿐이라 생각하며 회피한다. 심지어는 자신을 관조하고 분석하는 일은 미성숙한 자기탐닉과 방종의 신호라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종종 타인에 대한 과도한 충성심은 자기 지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들은 자신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사람들에게 확고한 충성의 ‘의무’를 지니므로 스스로를 일에 헌신적이고 근면하며 믿음직스럽고 세심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라 인식한다. 이러다 보니 여가나 휴식활동의 중요성을 최소화하고 생산적인 일에 매달린다. 자신이 무책임하고 방만하게 비춰지는 것이나 타인의 기대에 못 미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것, 또는 실수가 많은 사람으로 비춰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완벽주의, 신중함, 기율, 기강 등에 과도한 가치를 둔다. 강박증 환자들은 조직적으로 살아가려 안간힘을 쓰며, ‘관료적’이라 할 성격의 전형을 보인다.

강박증의 자기상은 매우 특징적이다. 즉 양심적, 이타적, 충성적이며, 의지할 수 있고, 신중하고 책임감의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기꺼이 조직의 권위를 신뢰하고, 이런 태도에 자부심을 갖는다. 강박증은 권위의 기대나 요구에 자신을 동일시하고 이를 내면화하여 자신의 억압된 충동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고, 이를 타인의 행동을 조절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이들은 조직의 권위를 수호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종종 칭찬과 지지와 보상을 얻으며 자신의 도덕적 우월의식을 강화하게 된다. 이처럼 도덕과 교리, 원칙을 철저히 준수함으로써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하며, 타인에게도 자신과 똑같은 수준의 ‘의로움’을 은연중에 강요하게 된다. 이러한 원칙주의적인 충성과 자기의(自記義)는 다른 사람들을 얽어매는 멍에가 될 수 있다. 지나친 기준으로 행동하여 타인을 힘들게 만든다는 점에서다.

그렇다고 이들이 남들에게 엄격하고 비난적인 사람이면서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관용적이지도 않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요구도 가혹하기만 하다. 스스로에게 부과한 높은 기준과 의무감이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한다. 타인에 대한 강한 의무감은 자신의 의무일 뿐이다. 이런 의무감은 때로 과도한 사명감을 유발시킨다. 타인들이 불행해지는 행동에 빠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사명인 것처럼 느낄 정도로 타인에 대한 의무감을 갖는다. 그러다가 이러한 자신의 이상을 성취하지 못한다면 자기회의와 죄책감을 느낀다. 이런 현상은 사실상 권위에 관한 양가감정이며, 권위에 도전하는 무의식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만 이런 현상이 자신이 외적으로 바라는 것들을 이루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6. 문제되는 대인관계

강박증 환자들은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드러낸다. 그들의 대인관계는 원만하지 못한 편이며, 보통 정중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이들은 공손하고 공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며, 충성스럽고 신뢰로우며 책임감이 강하지만 이러한 정중함과 신뢰성에도 불구하고 점차 인간관계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 그 가운데 1차 문제는 정서적이다.

인간의 관계는 상호작용 측면이 많은데, 이 모두가 정서적 교류, 즉 에너지의 교환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그들은 정서의 딱딱함이나 경직성으로 인해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드러내게 된다. 이들은 아내와 아이들에 대하여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므로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임에 틀림없지만, 이들에게서 장미꽃 한 다발을 아내의 가슴에 안겨주면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낭만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정서적인 친밀감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불만은 거기에서 일어나기 쉽다. 실로 삭막한 정서로 인한 윤활유의 부족이다.

정서의 경직성은 강박증 환자에게 부메랑이 되어 더욱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그는 가족들을 위한 자신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해 왔는데, 아내와 자식들이 자신에게 왜 불만을 토로하는지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아내가 왜 외로움과 고통을 호소하며 불평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심리치료를 받는다면, 단지 아내를 위한 또 하나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아내에게 공감하여 심리치료를 받기로 했다기보다는, 심리치료를 ‘받아주기’로 한 것이다. 이들의 정서적 거리감은 다른 관계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들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으나, 친한 듯하면서도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들은 대개 과제 중심적이어서 관계를 어색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들이 때로 바둑을 두거나, 테니스를 치거나, 세미나를 할 때 더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이들은 현학성을 좋아하므로 어떤 면에서는 지식 중심적이기도 하다. 자동차, 컴퓨터, 증권, 정치, 환경문제를 토론할 때는 그 박식함이 드러나는데, 이들의 지적인 욕구, 체계적인 지식이 그대로 돋보이는 순간이다. 그러나 토론할 주제 없이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는 매우 어색해하고 당황스러워할 수 있다. 이들에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문제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의 정서적 문제는 끝내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그대로 그들이 정중하고 격식 있는 태도를 지녔지만 친밀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7. 결론: 강박증의 임상적 양상

지금까지 강박증의 임상적 양상에 대해 기술했다. 이런 임상적 양상은 치료를 위한 진단 기준에도 해당하지만, 일반적으로도 강박증으로 구분될 수 있는 특징들이다.

강박증에서 융통성 결여는 임상적 양상의 일차적인 측면이었다. 경직성은 성격적으로 일 중독증과 상당히 관련되는 측면이 있는데, 융통성 결여와 일 중독증이 강박증과 관련되는 현상인 이유였다. 이런 현상은 강박증의 매우 특징적 행동양식으로, 너무 엄격하고 삭막하다는 점이 중요시됐다. 이때 융통성 결여는 엄격성을 의미하며, 그 분위기는 지독한 속박 속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의 경직성은 내면의 정서적 각박함이나 과도한 통제 상태 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런 현상과는 다르게 강박증은 교육수준이 높거나 성취도가 높고 완벽주의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경우도 많다는 점도 기술했는데, 이들은 융통성이나 자발성이 다소 부족해 보이기는 해도, 매우 근면하고 유능한 사람들로 비춰진다는 점에서였다. 그들은 대개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하며, 특히 세밀한 사항들에 집착하는 일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삭막한 정서의 부분에서는 메마른 정서가 문제되었다. 강박증은 지적인 기능을 우세하게 사용하는 반면, 메마른 감정표현과 정서적 억제를 시도하는 편이기에 사고력은 정확하지만 푸근하고 따뜻한 인정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현상은 마치 정서적으로 꽉 막혀 있는 것 같아서 답답하고 숨이 막힐 지경과도 같기에 그들은 늘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 내면은 엄격하게 짜 맞춰진 사람처럼 보였다.

이들은 말할 때도 명확한 화법과 잘 정리된 문장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고, 다소 정연하지 않거나 논리적이지 않은 말들을 횡설수설 늘어놓는다는 것은 이들에게는 용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정연함은 외모에도 나타나는데, 옷차림도 늘 형식적이고 격식을 차리기 위해 노력하며, 패션 경향에 뒤쳐지거나 앞서지도 않게 ‘적절하게’ 입는 편이라는 점은 오히려 그들의 장점이 될 것이다.

강박증이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점도 부각됐다. 이 권위주의는 이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지위나 상태에 주목하는 편인데, 이들은 평등주의자이기보다는 권위주의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이들의 권위주의는 자신의 상관과 부하직원을 대할 때 그 차이를 드러내는데, 그것은 그들이 상관에게는 공손하고 자신이 유능하고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일상적인 방법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는 점에서였다. 그리고 이처럼 끊임없이 상관에게 인정과 승인을 구하며, 이러한 승인을 즉시 얻지 못할 경우에는 불안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 그들에게 해소하기 어려운 점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경직된 사고방식에서는 이들의 경직성이 사고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심할 경우 매우 독단적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들은 주변 세계를 규칙, 규율, 스케줄, 위계 등의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꽉 짜여진 인지 양식으로 이들의 상상력은 대체로 빈곤하며, 새롭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극단적인 경우 인지적으로 차단막을 치는데, 매우 협소하고 교리적인 사고방식에 집착한다.

그래서 어떤 새로운 생각이나 행동방식도 거부하므로 표면적으로는 신중하고 침착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의식은 강렬한 양가적 갈등과 고통스러운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규칙과 규율에 대한 집착과 독단적이고 교리적인 사고방식은 한편으로는 억눌린 내면의 갈등이나 감정이 폭발하는 것을 방어하려는 수단으로 보아야 하는 점이 지적되었다.

내면성찰의 회피에서 강박증은 환자들이 종종 자신을 양심적이고 의로운 사람으로 지각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무의식적 충동과 외현적 행동 사이에 상충되거나 모순을 피하기 위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에 이들이 이러한 갈등 속에 실제로 바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직면하는 것을 회피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이나 타인을 평가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결과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며 내면의 충동이나 감정, 갈등은 외면하려 노력한다거나 오판이나 실수, 규범으로부터의 이탈을 두려워하므로 과도하게 양심적이고 규범적인 행동에 집착함으로써 종종 자기 내면의 갈등이나 모순을 망각한다.

이들은 무의식적 충동과 외현적 행동간의 괴리를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것을 매우 힘들어하고 적극적으로 자기탐색을 회피해서 종종 자신의 동기나 느낌에 대해 자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문제되는 대인관계에서는 일반적인 기분에서 기술됐다. 강박증 환자들이 대인관계에서 문제를 더 드러낸다는 점에서다. 그들의 대인관계는 원만하지 못하고, 보통 정중한 사람으로 비춰졌다. 이들은 공손하고 공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며, 충성스럽고 신뢰스럽다. 책임감도 강하지만 이러한 정중함과 신뢰성에도 불구하고 점차 인간관계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여전히 정서적인 문제가 일차적인 점에서였다.

그들에게 대인관계가 문제로 되는 원천은 그들이 정서의 딱딱함이나 경직성으로 인간관계의 문제점을 드러내게 되는 점이었다. 이들은 아내와 아이들에 대해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므로 좋은 남편이자 좋은 아빠임에 틀림없지만, 이들에게서 장미꽃 한 다발을 아내의 가슴에 안겨주면서 사랑한다고 표현하는 낭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그들은 정서적인 친밀감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가족의 불만은 거기에서 일어나기 쉽다.

실로 삭막한 정서로 인한 윤활유의 부족이 불만의 원인이 되기에 정서의 경직성은 그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더욱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이로 인해 그는 가족들을 위한 자신의 소임을 최선을 다해 완수해 왔는데, 아내와 자식들이 자신에게 왜 불만을 토로하는지를 이해하기에 쉽지 않은 것이기에 아내가 외로움과 고통을 호소하며 불평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