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3장 강박증의 역학과 유병률

강박증은 불안을 바탕으로 한 점에서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이런 불안장애가 주로 미래에 관련되는 점에서 신경증 측면에서 강박신경증으로 구분된다. 쉽게 제어할 수 없는 강박적 생각이 뇌리에 한번 침습되면 개인은 지독한 심리적 괴로움에 시달린다. 강박적 생각이 자주 나타나고 그에 따른 행동이 일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점에서 단순히 성격 문제로만 볼 수 없음이 밝혀졌다. 강박증이 어떤 조건이나 여건에서 쉽게 일어나는지 고찰하고자 한다.

1. 강박증의 역사와 역학

강박증은 쉽게 멈출 수 없는 병적 사고(思考)에서 비롯된다. 자신은 원하지 않지만 어떤 사고에 의해 지배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을 억압하거나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특정 사고에 붙들리면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강박증에서 특이하게 일어나는 사고를 ‘병적 사고’라고 부른다.

강박증의 병적 사고가 처음 규명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강박증은 프로이트에 의해 학문으로 연구됐지만 그것은 더 멀리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에서 시작됐다. 19세기 프랑스 팔래트(Jules Falret)는 병적 사고에 의해 고통받고, 자신의 ‘실수’에 대한 지나친 염려에 지배되는 데 주목했다. 그는 이 증상을 자신의 의사와 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상으로 눈여겨보다 ‘강박’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증상은 독일에서 정신병의 아버지로 불리운 크라푸트 웨빙(Richard von Kraft-Ebing)에 의해 도저히 저항할 수 없는 지배적 강박사고를 의미하는 ‘강요적 사고’(Zwangsvorstellung)로 번역됐다. 이런 특징을 기반으로 프로이트는 신경증의 중요한 구조로 이해하여 다루기 시작했다. 이것이 오늘날에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편람 제4판(DSM-IV)’에서 정식 질병으로 분류됐다. 여기서는 강박 사고나 행동에 의해 사회적인 기능이나 역할이 심하게 간섭받고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강박증의 역학이 시대적으로 변천을 거듭했을 알 수 있다. 강박증의 변천은 강박증을 이해하는 기초가 된다. 실제 강박증은 1980년대까지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찾았다. 대표적으로 1980년대까지 강박증은 선악과 양심에 반응하는 의식인 초자아(Superego)가 쾌락 원칙에 지배되는 본능 에너지 이드(Id)를 지나치게 통제하기 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여겼다. 이 현상은 강박증 환자들이 유난히 도덕성이 높고 양심불안에 시달리는 데서 알 수 있다. 작은 일도 쉽게 넘어가지 못하고 지나치게 완벽성을 기한다. 이들이 지나치게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도록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바로 초자아의 강력한 지배에 익숙해져 있음을 보여준다. 프로이트는 이를 항문기(anal phase)와 관련됐다고 봤고, 정신분석 등의 방법으로 치료하고자 했다.

그러던 것이 과학 발달로 1980년대 말 강박장애가 뇌 신경전달 시스템 이상 때문에 생기는 뇌 질환임이 밝혀졌다. 이는 강박증 유발 원인을 생물학적 요인에서 찾으려는 노력이다. 강박증 유발이 단순히 심리적인 것 뿐 아니라 뇌 구조상에서 이상을 일으키는 결과로 보는 것이다. 이는 양전자단층촬영(PET) 등 여러 뇌 영상기법 검사 결과 뇌에서 눈 바로 위 눈구멍 이마엽이라는 안와전두엽이 과잉 활성화되는 병으로 밝혀졌다. 이전까지 심리적 원인이라 생각되던 것을 뒤집는 증거였다.

특히 최근 세로토닌(serotonin)계통 신경전달물질 이상이 강박 장애를 유발한다고 추정된다. 사실이라면 강박증에서 유난히 감정이 약화되고 있음을 밝히는 요인이 된다. 실제 강박증 환자들은 사고에서는 우위성을 보이지만 감정에서는 표현이 원만치 못하거나 약화된 상태를 보인다. 이는 치료에서 전반적인 감정을 원활하게 만드는 세로토닌 계통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사용을 중요하게 하는 데서 입증된다.

2. 일상생활과 강박증

강박증의 유발은 일상생활 방법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일상생활의 규칙적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강박성을 갖게 만든다. 이들의 규칙성은 유연함보다는 딱딱함이나 경직성을 기초로 한다. 이는 따뜻한 마음씨와 사교성보다 정확성과 질서정연함 또는 도덕적 청렴이 더 중요시되는 직업 종사자들 중 강박증이 나타나는 데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강박증 유발에서는 기준 설정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편이다. 양심적인 사람들이 더 강박증적이라는 사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양심적인 사람들이 어떻게 다른 사람보다 나쁜 생각을 더 많이 하는지 답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착한 사람들이 정신병에 더 잘 걸리는 결과가 된다.

그러면 도덕적으로 더 착한 사람들이 나쁜 생각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하면서 우리는 강박증의 생활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착한 사람들은 쉽게 자신의 나쁜 생각을 해소하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억압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언제나 좋은 생각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나쁜 생각들도 하기 마련이다. 다만 그것을 잘 해소하고 그렇지 못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좋은 사람으로 평가되더라도 어떤 경우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고 싶거나 그렇게 존경하는 사람을 욕하기도 하고, 나아가 목숨을 걸고 따르려는 신(神)을 원망하거나 모독하는 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존재론적으로 인간이 그렇게 착하지 않다거나, 본래 인간이 악하다는 논쟁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 천사 같은 인간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면 더 착한 사람들이 더 착하게 되려 하고, 자신의 행동을 철저하게 하려 한다거나 타인으로부터 비난받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리하여 이런 나쁜 생각들 때문에 심리적으로 더 많이 고통받게 된다. 그러면 강박증은 확실히 더 착한 사람, 도덕적인 사람들에게 더 많이 노출된다. 더 착하게 살고 더 완벽성을 기하려는 사람들에게서 강박증이 더 유발된다는 점이다. 물론 강박증을 갖고 있어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아니면 그런 행동을 하니 강박증에 걸리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여기서는 나쁜 생각을 완화하거나 해소하기 위해 더 많이 규칙을 지키고, 생각이나 태도를 더 조심하려 하는 점만으로 강박증이 더 유발되는 것으로 제한한다.

그렇다면 강박성은 형제 중 첫째에게 가장 흔하고,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을 것이다. 실제로 첫째 아이들이 대개 보수적이거나 유연성이 적다. 그리고 여성보다 남성이 더 경직된 사고나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성별에서는 남녀에 대한 사회적 역할 기대도 다른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욱이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정신과 병동에 입원한 성인 환자들 중 강박증 환자는 대략 1% 안팎의 수치였다. 이는 강박증이 희귀한 장애임을 시사한다.

그러나 근래 연구는 상당히 다른 점을 보인다. 정신과 환자가 아닌 ‘정상인’ 100명 중 2-3명은 일생에 한 번 강박장애에 걸린다고 보고된다. 강박증이 결코 드물거나 희귀한 장애가 아님을 알 수 있다. 1988년 시행된 국내 연구조사에서도 100명 중 2-3명 정도가 강박증이라는 결과도 있다. 그러나 체계적이고 정밀한 조사 연구가 이뤄지면 유병률 수치는 보다 높아질 것이다.

3. 강박증의 유전적 요소

강박증 유병률에서 유전적 요소는 중요하다. 만약 강박증이 유전 요소 때문이라면 그만큼 당사자는 책임이 적어진다. 자신의 강박증이 어떤 부주의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조상이나 부모 탓으로 돌려지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서 강박증의 유전적 요소를 말한다면 아마 15-20%로 봐도 무방하다. 대개 모든 질병에서 유전적 요인이 그 정도라는 평균치가 인정되므로, 강박증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물론 강박증의 유전적 요소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레비스(A. Lewis)의 보고에 의하면, 강박신경증 환자들의 부모·형제 중 21-37%에서 의미있는 강박적 특성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한 연구가의 보고이지만 상향수치가 37%에 달하는데, 이런 수치를 무시한다 해도 평균적 유전성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20%일 것이다.

강박증 발달에 관한 초기 정신역동학적 가설은 프로이트의 정신성적 발달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 프로이트 이론에 따르면, 생후 2-4세경에 해당하는 정신성적 발달(psychosexual development)의 항문기(anal phase) 대소변 가리기 훈련과정에서 일어난다. 이 시기 어린이의 성욕동(libidinal drives)은 어린이를 사회화시키려는 부모의 노력과 갈등을 일으키는데, 이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을 때 여러 방어기전이 동원돼 강박성 인격이 싹튼다는 것이다. 물론 갈등 해결에서 부모, 특히 어머니의 자녀에 대한 배려는 매우 중요하다. 이 시기 어머니가 아동에게 충분한 애정을 주지 못할 때 정서적으로 결핍이 초래돼 아이는 정서불안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 가설을 입증코자 시도된 여러 예상 연구(prospective studies) 또는 횡단면 연구(cross-sectional studies) 에서는 인격형성에 미치는 대소변 가리기의 중요성은 확증되지 않았다.

4. 강박증과 사회성 발달

강박증 유병률에서 사회성 발달에 원인을 두는 이론이 있다. 사회성의 이론은 3-4살의 유아기를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ersus shame)의 단계로 재개념화한 에릭슨(E. Erikson) 이론이 그 중심에 선다. 이는 선천성보다 후천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아동이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과정이나 시기에 일정한 성격이 형성되는 점을 가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이론은 아동의 사회성이 발달하는 시기에 강박증이 유발될 수 있으며, 심리적 측면이 성격에 영향을 주는 특성을 중요시했다.

실제로 아동은 특정한 시기를 거치면서 자신의 욕망이나 감정을 표현하면서 성장하고, 그 표현방법에 의해 일정한 성격이 형성된다. 어린이가 분노나 불쾌감을 직접 표현할 경우, 창피를 당하고 욕을 먹거나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를 자초하는 경우 등이다. 반대로 아동이 해야 할 일을 처리함에 있어 사소하고 상세한 점에 대해서까지 조심성 있게 행동한다. 이렇게 하면 부모의 비난을 피할 수 있고 애정과 관심을 얻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런 경우 어린이는 일정 방식이 마음에 깊이 자리잡는다. 이러한 심리적 모형에서 어린이는 감정으로부터 사고를 격리시키는 방법을 습득한다.

또 좌절된 정서적 의존욕구에 대한 분노감을 의존에 대한 역방어(counterdependent defense) 또는 강박성 방어를 습득하게 된다. 어린이는 그의 분노를 다른 대상에게 전치시킬 수 있다. 이로써 어린이는 분노를 간접 표현하게 된다. 더욱이 어린이는 분노에 대한 도덕적 태도를 취함으로써 사회적 보상을 즐긴다. 이는 강박증의 강직성 뒤에 엄청난 분노가 발견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강박증의 일상생활은 강박적으로 지나치게 꼼꼼히 처리하면서도 침실, 책상서랍 또는 돈지갑 등은 지저분한 모순도 관찰된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반사회성 인격은 부모로부터의 일관된 규율이 너무 부족한데 반해, 강박증 환자는 너무 많은 규율에 묶여 성장한 것이다. 이는 엄격하고 철저한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동이 강박증에 더 노출되는 점을 시사한다. 강박증의 역학에서 후천성이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5. 강박증과 환경적 요인

강박증은 환경 요인이 작용하여 유발될 수도 있다. 강박증에서는 후천성, 즉 자라온 환경이 문제라는 점이다. 환경 요인은 상당히 후천 요인이라는 점에서 전술한 사회성 발달과 중첩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상당히 맞는 말이다. 한 개인이 출생하여 어떤 환경에서 성장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강박증에 노출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환경은 단순히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환경으로 하느냐, 아니면 단순히 생활환경만 문제삼느냐의 한계가 정해져야 한다. 이런 오해를 피하기 위해 여기서는 자연 환경과 심리 환경만으로 제한할 것이다.

우리는 편의상 심리 환경에 더 많이 치중해야 한다. 심리 환경이란 부모와의 관계가 개인 심리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하자는 것이다. 물론 자연 환경이 성장을 방해하거나 존재를 억압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엄격하고 딱딱한 규율을 중심으로 하는 특정 단체라면 강박증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나 여건을 개인에게 적용하기에는 보편적이지 않다. 그래서 환경과 관련한 강박증 유발에서는 쉽게 이해되는 부모와의 관계만 들어도 된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아동이라면 쉽게 강박증에 노출될 수 있다.

서구에서 강박증은 서구사회 특유의 사회, 종교, 문화적 영향과 밀접한 관계라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강압적·억압적 부모 밑에서 자랐다면 자녀가 강박증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부모는 아동이 그들의 틀에 벗어나면 체벌을 가하지만, 성공에 대한 보수가 없으면 자녀는 강압적인 틀에 갇힌다. 이는 아동의 사고와 맞지 않는 부모의 정신적 충돌이다. 실제 아동은 어려서부터 강압적 환경에 지배받고 현재도 답답함을 느낀다면, 강박적 생각에 사로잡히고 이를 해결하려 평소 강박적인 행동을 한다. 이는 강압적이고 틀에 맞추려는 교육 형태는 강박증을 유발하는 것을 시사한다. 더욱이 이런 강박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노출되어서 해결을 위해 강박 행동을 하고, 이것이 장애 또는 정신질환으로 이행된다.

6. 강박증과 발병연령

강박증 발병은 연령대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대부분 역학조사에서 강박증 발병 연령은 20대 이후로 드러났다. 그러면 아동·청소년의 발병률은 성인에 비해 매우 적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조사에 의하면 청소년 유병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5-15세에서 유병률이 높다. 1999년 10,438명 중 0.25%가 강박증으로 확인됐고, 연령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청소년의 경우 연구에 따라 시점 유병률이나 1년 유병률이 1.9-4.0에 달했다.

이런 강박증은 청소년기 이전 조기발병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엄격한 부모 밑에서 성장하는 경우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意志)보다 부모의 가치관이나 양육방법에 영향을 받는다. 이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교사가 숙제를 내줬는데 다시 확인하는 아동은 이미 강박증상에 노출됐다. 숙제를 잘하려는 마음보다는 숙제를 반드시 해내 교사로부터 야단을 맞지 않으려는 불안감이나 공포심리가 드러나는 점에서다. 부모가 엄격하여 이미 야단을 맞은 경험이 있을수록 그런 증상을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자기 생각이나 의지보다 부모의 가치관에 따르려는 이른바 “말 잘 듣는 아동”이 거기 해당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대로 행동하는 아동은 자아감을 확장하는 결과를 산출하지만, 부모 말에 무조건 순종하는 아동은 자아가 위축돼 있다.

강박증이 장년에 이르면 약간 관련성이 있다. 이 연령의 남녀는 이미 자신의 생활습관이나 생활스타일이 엄격하게 정해진 것에 기초된 점을 생각할 수 있다. 여유롭지 못한 생활환경이나 정해진 규칙에 따르는 직위나 직종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강박성을 증가시킨다. 이미 아동이나 청소년기에 자아가 위축돼 개선·치료돼야 할 인격이 치료를 받지 못한 연장선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장년기에도 강박증 발병률에서 수치는 높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노년기에는 어떻게 나타날까? 노년기는 모든 성장이 발전보다 퇴행을 나타내는 점에서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65세 이상의6개월 유병률은 0.2-2.5%에 이른 것으로 조사돼, 강박증은 노인에게 상당히 흔하다. 노인은 성격상 유연성이 떨어져 사회적으로 대응력은 낮아진다. 이는 노인에게서 강박증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물론 연구에서는 노인의 강박증이 감소한다고 말하지만 임상경험에 의하면 신빙성이 높지 않다. 이는 남녀와 별 차이가 없는 점에서도 입증되기 때문이다. 이는 강박증 발병률이 남녀 모두 10-19세 사이에 최고점을 이루고, 다음으로 20-29세로 이어지는 데서 나타난다. 발병연령에서 증상 표현법에 차이가 있다. 다만 여성의 경우 오염에 대한 공포와 청결 강박행동이 더 많다. 다르게 말하면 전체적으로 발병연령, 오염공포, 세척행동에서 성별 차이는 없고, 여성은 급성 발병과 삽화성 경과가 많으며, 강박증상이 스트레스에 의해 더 유발된다는 점이다.

확실히 강박증은 일반인들에게도 어느 정도 강박 사고나 행동을 보이는 면이 있다. 일반인들도 55-80%가 강박 사고와 행동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미약하고 지속적이지 않거나 정도가 심하지 않은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러면 우리가 강박증으로 진단내리거나 강박증으로 부를 수 있는 것은 정도가 심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 이런 경험에 의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40% 정도 강박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강박성을 가져야 맡은 책임을 감당하거나 사회생활에서 성실하게 생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강박증으로 진단할 정도가 아니고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이다. 강박증으로 진단내리려면 강박성이 60%를 넘어야 한다.

7. 강박증과 인생사의 요인

강박증은 다양한 특성을 바탕으로 하는 인생사에서 어떤 변화를 보일 수 있을까? 강박증은 인생에서 여러 환경 요인과 심리 요인이 작용하여 발병될 수 있다.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강박증 환자들이 발병 전 6개월 이내에 인생사(life events)를 더 많이 겪었음을 보고한다. 승진과 출산으로 인한 책임감 증가, 그리고 상실감은 강박증상을 촉발하는 전형적인 환경 요인이다. 그러나 강박 성격, 불안이나 자의식적 성격특성 등 비정상적 성격특성을 지닌 환자들에게는 선행 인생사가 적게 관찰됐고, 여성들에게서 발병 전 인생사가 더 많이 관찰되는 점 등이 특이하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 의해 촉발되는 강박증과 상대적으로 환경 요인과 무관하게 발병하는 강박증 구분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여성과 성격적 병리가 없는 경우가 스트레스 상황과 관련된다면, 남자와 성격 혹은 기질적 병리가 없는 경우가 환경 요인과 관련되어 발병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증상은 강박증의 전구증상과 관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0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93%의 환자들이 전구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서 범불안(generalized anxiety), 짜증(irritability), 우유부단(indecision), 공포 및 신체불안(phobic and somatic anxiety) 등은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흔한 전구증상이었고, 피로감, 자존감의 저하, 우울감, 염세주의, 직업능률 저하 및 죄책감 등의 우울증상도 나타났다.

더욱이 이런 전구증상은 곧바로 치료에 들어가지 않고 대개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이었다. 결국 강박증은 다른 질병과 달리 치료에서 대개 5-6년의 시간적 간극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된 한 연구에서는 84%가 지속적 경과, 14%가 악화성 경과, 2%가 삽화성 경과임이 드러났다. 다른 것이 아니라 강박증 증상이 상당히 지속되는 것이다. 강박증이 쉽게 치료에 들어가지 않고 상당한 성격의 문제로만 보는 점을 암시한다.

실제 강박증은 성격적 특성으로 이해하여 치료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여러 연구에서 드러난다. 강박증 경과에 대한 대표적 연구에서는 이런 사실이 더 잘 드러난다. 1947년부터 수집한 251명의 환자를 47년간 추적하여 144명을 재조사한 연구이다. 여기서 48%의 환자들이 회복을 보였고, 83%는 호전되었으며, 20%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약간의 증상을 가진 환자는 28%였다. 이는 48%의 환자들이 30년 이상 강박증을 지니고 있었던 점과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호전되지만 한편으로 강박증을 가지고 생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강박증의 지속적 경과의 경향은 다른 연구에서도 발견된다. 이와 더불어 단기간 연구를 종합하면 가장 흔한 경과 유형은 대부분 강박증이 지속적으로 경과한다는 사실이다. 강박증은 일반적으로 치료를 시도하면 곧바로 증상이 개선되지만, 완전히 회복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실제 2년 경과 후에도 57%의 환자들이 강박증상을 여전히 가지고 있었다. 엄격하게 정의한 기준을 사용해도 2년 후 12%에 불과하며, 관해된 환자들의 절반은 재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병원 강박증클리닉 환자들의 2년간 치료 결과에서도 유사했다. 여기서 강박증상 심각도가 전체적으로 첫 4개월간 약 24%, 첫 1년간 약 26%, 그리고 2년째 약 39% 감소했다. 치료효과로서 나타나는 증상 개선은 초기 수년간에 걸쳐 지속될 수 있고, 강박증이 상당히 만성적이고 재발이 흔하며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함을 시사한다.

8. 결론: 철저한 신앙인들에게 나타나는 강박성

지금까지 우리는 강박증의 역학과 유병률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강박증이 오늘날 분명한 질병으로 자리잡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으며, 어떤 특성이 주로 발견돼 오늘에 이르렀는가다. 여기서 강박증은 대개 집요한 생각에 시달리는 특성이지만, 쉽게 극복하지 못하여 자신의 특정한 사고에 매여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이 강박증으로 진단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그러니까 집요한 생각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시달리는 것이 오늘날 강박증으로 진단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일단 심리학 측면에 중점을 두던 것이 과학 발달로 뇌 영상 연구에 따라 생물학적 특성을 기반으로 뇌의 구조상 문제와 일정 부분 관련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강박증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는 점이 중요했다. 그들의 일상생활에서 매우 규칙적인 습관이 자신도 모르게 강박성을 갖게 만들었다. 생활이 규칙적이어서 유연함보다 딱딱함이나 경직성을 기초로 하는 점이 점차 강박증으로 이해되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따뜻한 마음씨와 사교성보다는 정확성과 질서정연함 또는 도덕적 청렴성이 더욱 중요시되는 직업군 중에서 강박증이 흔히 나타났다. 또 비교적 양심적인 사람들, 즉 착한 사람들이 정신질병에 더 걸린다는 결과도 있었다.

강박증 유병률에서는 유전적 요소도 중요시됐다. 대부분의 질병이 20-25% 정도인 평균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큰 무리가 없었다. 강박증 부모 밑에서 자란 아동이 더 많이 강박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전적인가 후천적인가 하는 문제는 정확성을 기해야 하는 점에서 논외로 하였다. 그런가 하면 강박증의 사회성 발달과 관련해서는 상당히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강박증이 유난히 책임감이 강하면서 사회성에 약한 점과 사회성이 한창 발달하는 아동기에 더 많이 유발됨을 중점으로 했다.

특히 환경 요인과 관련해 매우 주목했다. 자라온 환경이 문제라는 점이었다. 환경 요인은 상당히 후천적 요인이라는 점에서 전술한 사회성 발달과 중첩되지만 여기서는 심리 환경에 더 무게를 뒀다. 이와 관련하여 강박증 발병은 대부분 역학조사에서 발병 연령이 20대 이후로 드러났다. 성인보다는 아동이나 청소년기에 더 많이 발병됐다. 이는 아동·청소년이 부모의 충분한 인정과 사랑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의 반영으로 봐야 한다.

게다가 강박증은 인생사의 요인에 의해 발병되는 점이 드러났다. 소규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강박증 환자들이 발병 전 6개월 이내에 인생사(life events)를 더 많이 겪었다. 승진과 출산으로 인한 책임감 증가, 그리고 상실은 강박증상을 촉발하는 전형적 환경 요인으로 간주됐다. 그러나 강박 성격, 불안이나 자의식적 성격 특성 등 비정상적 특성을 지닌 환자들에게는 선행 인생사가 적게 관찰됐고, 여성들에게서 발병 전 인생사가 더 많이 관찰됐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 의해 촉발되는 강박증과 상대적으로 환경 요인과 무관하게 발병하는 강박증의 구분을 암시한다.

이런 점에서 신앙적인 측면과 관련하지 않을 수 없다. 강박증이 철저한 신앙인에게서 더 많이 발병될 수도 있다. 이는 실제로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프로이트는 일찍이 신앙을 무시하려고 종교를 강박신경증으로 보았다. 삶에서 오로지 신앙만을 위주로 살아가는 사람, 세상을 배제하고 영적 세계만을 위주로 살아가려는 과히 청교도적 신앙인이 강박증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 이를 명확하게 밝힌다면 단순히 신앙인의 강박증을 밝히는 것만이 아니라 참다운 신앙이 무엇인지 밝힐 수 있다.

솔직히 저자가 강박증을 연재하는 저변에는 이런 의도도 숨어있다. 오늘날 기독교인들이 형식에만 치우친 알맹이 없는 ‘껍데기 신앙’으로 삶에서 활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 진정한 신앙으로 이끌고자 하는 깊은 의미다. 우리가 강박증을 더 깊이 연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