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박사(한일장신대·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제2장 강박증의 심리적 특징과 이해

강박증은 신경증적 특징을 갖고 있다. 강박증 환자의 사고의 바탕에는 현재보다는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스스로 세운 도덕적 기준이나 목표에 위배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이들이 지나치게 양심적이거나 도덕적이라는 점이 강박 사고와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그 바탕에 심리적 특성이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1. 현실화에 대한 심리적 불안

강박증은 대체로 괜한 염려를 하고 있는듯 보인다. 이들의 염려는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지금 직면한 사안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걱정하고 염려한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더욱 완벽을 기하려 노력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을 지나치게 걱정하는 점에서 미래와 관련된 신경증적인 특성이다. 이런 현실화에 대한 불안은 다음 몇 가지와 연결된다.

1) 불길한 예감

불길한 예감은 강박증의 중요한 특징이다. 이들의 불길한 예감은 대개 불안과 관련된다. 이들은 불길한 예감이 혹시 현실화되지 않을까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이는 강박증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와 관련되는 점에서 ‘신경증’으로 분류되는 이유와 연결된다.

사람은 누구나 현재의 일이 미래에 결과로 나타나는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 일에 집중하려 한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강박증 환자는 그 정도가 심하다. 지금 일이 잘못되면 앞으로 큰 일이 일어나리라고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불길한 예감이 그들에게 실제로 현실화되기도 하는 점이다. 아마 생각으로 가까워진다는 사실을 반영하는지도 모른다. 마치 도둑질에 관하여 자주 생각하면 언젠가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경우와 같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그들의 걱정을 예로 들 수 있다. 강박증 환자들의 강박 사고와 동반되는 걱정은 대개 재해에 관한 공포다. 예를 들면, 돈에 대해 걱정하는 증상은 자신이 직업을 잃어 빚을 갚지 못하리라 상상한다. 융자 회사가 집을 압류하고, 은행이 모든 재산을 압류하면 작은 아파트에서 버스로 직장에 출근할지 모른다. 그러나 버스 노선이 편리하지 못하여 자주 지각하고, 그러면 수개월만에 직장에서 해고당해 급기야 거리로 내몰린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2) 반복 확인을 요구하는 공포감

불안은 더 심해지면 공포감으로 이행된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불안하던 것이 점차 특정 사안에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공포감으로 이행되는데, 이는 그들의 불안이 고정화되면서 불안 유발이 분명해지는 공포감으로 변형되는 것이다. 그들은 불안을 일으키는 대상을 더 정확하게 인식한다. 이들의 확인행동은 그런 공포감을 감소시키려는 일환이다.

심리학에서 불안과 공포는 차이가 있다. 공포는 특성상 불안을 유발시키는 대상이 있는 점에서 불안과 구분된다. 그러니까 불안은 대상 없이 막연한 것이고, 공포는 유발 대상이 존재한다. 다만 강박증에서의 공포는 일반적 공포와는 달리 실수나 부주의로 인해 엄청나게 잘못된 결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공포다. 머리에서 일어나는 공포감이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만드는 주 원인이다. 그리하여 공포감은 이들로 하여금 반복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든다.

강박증에서 확인행동은 매우 심리적이며, 그들의 확인행동은 실제와 달리 심리적 불안에 기반한다. 심리적 측면은 그들의 반복 확인이 어떤 의미를 갖느냐고 질문하는 데서 드러난다. 자주 문을 잠그고 확인하는 행동을 한다고 하자. 왜 그러느냐고 물으면 “나는 누군가 집안으로 들어와 아이들을 죽이고, 전 재산을 가져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 답할 것이다. 이는 그들의 전형적 대답으로,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마땅히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비난을 모면하려는 책임감의 완수

강박증 환자의 현실화에 대한 불안은 그들의 책임감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들에게 불안은 그것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들이 반드시 완수해야 하는 책임감에 바탕을 둔다. 우리는 여기서 그들의 책임감이 진정한 것인가 질문할 수 있다. 그들이 책임감이 강해서 그러는지, 아니면 비난을 모면하려 책임감을 수행하는지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매우 심리적인 특성에서 그 이해를 시도하고자 한다. 여기에는 그들이 비난을 경계한다는 점을 들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된 행위로 비난받는 것을 무엇보다 꺼려한다는 것이다. 비난이야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지만, 그들은 특히 비난을 감당하지 못하는 편이다. 비난은 그들이 책임감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않은 결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책임감으로 인해 그들의 존재감 격감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심리적 특성이 작용한 결과로 보아야 한다. 비난은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되지 않은 결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런 책임감 문제는 자신의 존재를 격감시키는 요인으로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 환자는 비난을 모면하려 책임감 수행에 완벽을 기하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내 책임이며 증상들은 나의 무책임을 비난할 것이다”, “만일 내가 타이핑한 것을 일곱 번 또는 여덟 번 확인하지 않으면 나의 상사는 나의 모든 잘못을 지적할 것이고, 나는 굉장히 부끄러울 것이다”. 이 현상은 강박증에서 매우 특징적으로 보는 미래적 걱정과 관련되는 측면이다.

유난히 미래적이라는 점에서는 청결벽과도 맥을 같이 한다. 즉 청결벽에서 자주 씻는 증상은 더러운 것과 닿거나 오염되는 등 무서운 결과를 걱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걱정은 “내가 충분히 씻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나는 병에 걸릴까? 다른 증상들을 병들게 하지는 않을까? 뭔가 만지고 씻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등이다. 이런 강박증 현상은 돌아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점에서는 미래를 앞당겨 고민하고 걱정하는 이른바 ‘강박 신경증’이다.

2. 불안의 바탕이 되는 강박사고의 불합리성

강박사고에는 불합리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불합리적 생각이 그들의 행동을 유발한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데도, 그들은 그렇게 행동한다. 물론 그들의 생각이 행동을 유발하지만, 그 사고가 합리적이지 못한 점이 지적돼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1) 불안을 유발하는 불합리성

확실히 불합리성은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그들의 생각이나 행동의 반복성이 불합리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더욱 불안해지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현실적 불안 및 도덕적 불안과는 다른 점이다. 현실적 불안이란 마땅히 대응해야 하는 현실에 대해 준비되거나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해 불안해하는 것이다. 어느 때까지 지불해야 하는 돈이 마련되지 못했거나 시험에 응할 학생이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경우에 불안해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도덕적 불안이란 거짓말을 하거나 타인을 욕하여 그에 따른 결과를 예상하여 심리적으로 불안해하는 현상이다. 이는 당연한 것이라 프로이트는 현실적 불안과 도덕적 불안을 모두 정상적인 불안이라고 했다.

반면 프로이트는 덮어놓고 불안해하는 현상을 신경증적 불안이라고 했다. 신경증적 불안은 불안할 이유가 없는데도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불안을 프로이트는 앞의 정상적인 불안과 구분하여 비정상적인 불안인 ‘병리적 불안’으로 구분했다. 결국 강박증의 불안은 일종의 병리적 불안으로 이른바 ‘신경증적 불안’에 해당한다.

그러면 강박증 환자들의 불안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두말할 필요 없이 불합리한 사고에 근거한다. 그들의 불안은 순전히 불합리한 사고에 의해 유발되고 있으며, 게다가 이런 강박사고의 불합리성을 인식해도 어떻게 처리하지 못하는 점이 더 문제다. 이는 그들이 사고의 우위성을 보이는 점에서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2) 무의미한 불합리성

앞에서 우리는 강박증 환자들의 불안이 사고의 불합리성에 근거한다고 했다. 그들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매우 사고적인 특성을 견지한다는 점에서 역설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합리적 사고를 하는 그들이 어떻게 이런 불합리한 사고에 빠져드는가 말이다. 이런 점에서 그들의 불합리한 사고의 특성을 분석해야 한다.

사고의 불합리성은 현실적 관점에서 보면 부질없거나 무의미하다고 해야 한다. 그들은 무의미한 사고에 집착함에도 그 사고를 중단할 수 없는 것이 문제이자 고민이다. 임상경험에 의하면 대부분 강박증 환자들은 그들의 강박사고들이 실제로 의미가 없다는데 동의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그런 사고를 중단하지 못하거나 벗어나지 못한다. 더욱이 그 불합리한 사고는 더 발전된다.

그들이 증상으로 고통받지 않는 동안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게 지극히 정상적으로 행동하다, 관련되기 시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들은 자신이 무일푼이 되거나, 타이프에 실수한다고 상사에게서 모욕을 받거나, 손을 다섯 번 씻지 않는다고 병에 걸리지는 않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 걱정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그 가능성을 걱정하며, 그러한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우리는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성은 매우 심리학적인 성격에 근거한다. 사고의 중심이 다분히 미래적인데 치중해 그와 관련된 일들이 일어나리라는 예기(豫期) 불안의 성격을 포함하고 있는 점에서다. 이는 도무지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지 못하는 데서 일어나는 반복적인 사고이자 순환 원리와도 같다. 순환 원리란 특성상 돌고 도는 반복적 방식을 취하는데, 이는 강력한 힘으로만 통제되는 특성이다.

3) 지배적인 악순환의 틀

강박증에서 불합리한 사고는 일정한 틀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그들이 일정한 생각의 틀에서 지배당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일종의 생각 순환이라는 틀에 지배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여기에 그들을 묶어두고 있는 ‘악순환’을 말해야 한다.

그러나 생각의 순환이라는 원리에서는 성격상 미래에 치중되어 있는 점에서 신경증적인 것이라 보아야 한다.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자신도 모르게 자주 생각되고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신경증적 현상은 그들의 불안감, 나아가 공포감에 근거해 있기에. 그런 공포감이 그들의 심리를 지배적으로 압도하여 생각의 반복을 유발시킨다. 이들의 공포감은 과거의 경험과 일정 부분 관련된다. 마치 우리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이다. 과거에 경험한 좋지 않은 일들이 인상적으로 뇌리에 각인되어 다시 그런 일을 경험할까 두려워하는 것이다. 불쾌한 경험을 다시 할까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분명히 실제와는 관련이 없고, 생각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실제 사실에 근거한 공포라 믿는 경우가 있다. 병균의 오염과 관련되면 더욱 그렇다. 만약 그들이 백혈병 환자와 접촉한 일이 있었다면, 그들은 아마 백혈병을 그들의 가족들에게 옮기지 않을까 하는 강박 사고를 갖다가, 백혈병균에 감염되었다고 믿기도 한다. 그러는 중 그들이 치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면 의사에게 균을 옮겼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치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일을 그만둘 수 있다. 그 의사를 다시 만나면 치명적인 백혈병을 옮길 것이라 강하게 확신하기 때문이다.

3. 역설적 측면의 강박 사고 악순환

강박적 사고는 그들에게 행동이 유발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작용은 실제에 근거하지 않고도 반복 행동이 일어나는 점에서 역설적이라고 했다. 행동이 사고에 의해 유발된다면 그 사고는 현실적인 것에 의해 일어나야 함에도 그들의 사고는 전혀 실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강박 사고를 악순환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강박 사고의 악순환은 다음 몇 가지로 고찰할 수 있다.

1) 반복을 유발하는 악순환

강박 사고는 되풀이되는 점에서 악순환적인 데가 있다고 했다. 그들은 멈춰야 할 생각을 멈추지 못하고, 오히려 그 틀에 매여 돌아간다. 한번 휘말리면 본인 생각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이 반복하거나 돌고 도는 현상에 압도된다. 그들은 강박적이지 않은 사고를 하려 저항하지만, 더 악화시킬 뿐이다. 이런 반복 현상은 강박 사고의 역설적 측면이다.

이처럼 강박사고가 계속되는 현상을 우리는 ‘악순환’이라 부른다. 이 악순환에서 그들의 강박적 사고나 이미지는 그들로 하여금 많은 고통과 공포를 경험하게 만든다. 더욱이 악순환적 사고는 그들이 그런 강박적 사고에 저항이 어렵고, 설령 저항해도 오히려 반복적 생각을 부추긴다. 이를테면 그들이 그런 생각에 저항할수록 더 강박성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진다. 실제로 그들은 어떤 생각에 매달려 큰 공포를 경험하고 저항할 때 더욱 강박성에 깊이 빠진다. 그들이 저항할수록 그런 생각이 지속적으로 부추겨지기 때문이다.

이런 악순환의 원리는 불면증에서도 나타난다. 잠들려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잠들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아마 마땅히 끊어버려야 할 관심이나 생각을 끊지 못하고 계속하는 현상에서 비롯된다.

2) 모순을 바탕으로 하는 악순환의 원리

악순환의 원리는 어떤 것이든 정상적이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 원리는 분명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런 악순환의 원리는 이들에게 어디서 비롯될까? 그것은 아마 정상적이지 않은 점에서 두뇌의 기능이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반작용을 일으키는 데서 비롯된다. 어떤 생각이 비정상적으로 다른 생각을 산출하는 결과를 되풀이하는 점에서다.

실제 강박증 환자들은 어떤 생각에 저항할 때, 오히려 반대 관계를 확립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생각의 결과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막대자석과 같은데, 북극과 다른 막대자석의 남극을 두면 서로 당기지만, 반대 극은 서로 밀어내는 점에서다. 이런 원리에서 강박증 환자들의 사고를 이해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그들이 특정한 생각을 두려워할 때, 올바른 생각을 오히려 밀어낸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흡수돼야 할 올바른 생각이 오히려 다른 생각을 불러들여 그들의 몸이 방어적인 체제로 움직이게 되고, 에피네프린을 생산한다. 이로써 에피네프린은 그들을 싸움에 대기시키게 한다. 근육은 긴장되고, 맥박은 빨라지며, 호흡이 가빠지고, 생각은 경주하듯 끊임없이 솟아난다.

3) 모순적 악순환을 대처하기 위한 강박성

강박성은 더욱 강박적인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모순이라 한다면, 그들에게는 모순적 악순환이 더욱 강박성을 부추기는 꼴이다. 그들의 강박적 사고가 강박성을 더욱 불러들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박 사고는 대처의 일환으로 강박 행동을 유발한다.

그러면 이들에게 어떤 생각이 자연적으로 마음에 떠오르는 걸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중단하거나 지워버릴 수 없을까? 답변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그들에게 일어나는 생각이 정상과 동일하지 않거나 일치되지 않는 점에서다. 그들의 사고는 무엇보다 부정성에서 비롯된다. 부정성이 불필요한 생각을 중단시키지 못하고 더욱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들의 부정성은 안정감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이다. 그렇게 부정성이 그들에게 강박사고를 다시 떠오르게 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그런 걱정스런 사고나 다시 떠오르는 걱정이 두려워 막으려 함으로써, 그들의 몸은 그런 사고를 마음에 다시 되돌려놓도록 반응한다. 이 현상은 다음의 경우 환자들의 사고와 강박 사고를 부추길 것이다. 강박 사고를 두려워하는 경우, 능동적으로 그런 사고와 싸우는 경우, 그러한 강박 사고를 상기시킬지 모르는 어떤 상황을 피하려 노력하는 경우, 그들의 목표가 반드시 또다른 강박 사고를 갖지 않으려 노력하는 경우, 다음에도 강박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행동들은 강박사고 사이 역동적 긴장을 만들어내 그들의 공포스런 사고로 되돌아오게끔 한다. 그들의 강박 사고는 결국 모순적 악순환을 조절하기 위한 대처행위다.

4. 강박적 행동의 일시성

강박증 환자들의 행동은 일시적인 측면이 있다. 그들이 취하는 의례적 행동은 일시적인 안정만 가져다 준다. 이런 일시성은 계속되는 생각을 중단시키지 못하므로, 염려와 불안으로 이어져 지속된다. 염려와 불안에 따른 행동을 취했어도 해결되지 않은 것 때문에 더욱 불안을 가중시키는 경향이다. 이런 강박적 행동의 일시성은 다음과 관련된다.

1)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한 반복 행동

강박증 환자들의 반복 행동은 심리적 특성과 결부되어 있다. 그들의 반복 행동은 내면의 공포감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이다. 그래서 그들이 부엌의 가스렌지를 켜놓고 나가지 않을까 걱정한다면, 일단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집을 나서기 전에 꺼져 있는지의 확인이 그들에게는 최선의 행동으로 생각된다. 여기서 그들의 생각이 멈추지 않고 발전되면 가스렌지가 고열로 가열되어 엄청난 일이 발생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조치를 취하지 못해 집이 불타는 무시무시한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불길한 생각이 반복해서 떠오르면, 그들의 확인 행동은 더욱 빨라진다.

그러나 이런 행동은 알고 보면 매우 심리적이다. 공포감이 자리하는 것이다. 그들의 생각은 아직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상하여 그 결과에 대한 공포를 가진다는 점에서다. 이로 인해 그들의 공포는 마음 속에 매우 강렬해 가스렌지 손잡이를 힐끗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불안을 줄이기 위해 특정 행동을 취한다. 이때 특정 행동이란 자신도 모르게 공포감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습관차람 굳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가스렌지 손잡이를 서너 번씩 만지는 행동이다. 그런 일이 정확하게 이뤄져서야 그들은 비로소 집을 떠나도 될 만큼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행동을 취해도 그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는 집을 떠나지 못하고 다시 확인행동을 할 것이다. 집을 나서려 준비하는 순간, 또다시 확인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고 느낀다.

2) 반복을 유발하는 충동성

강박증의 특징 중 하나는 반복성이라 했다. 그러나 이런 반복성은 충동성에 기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본 원인을 따지자면 불안이지만, 불안 유발에는 충동성을 관련시키지 않을 수 없다. 충동성이 그들로 하여금 반복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점에서다. 여기에는 다음 예를 들 수 있다. 두살 난 아이를 둔 어느 아버지는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식탁 앞에서 식기를 놓던 그는 갑자기 아들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났다. 이런 충동은 심리적으로 그를 무섭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 시간이 지났는데도 이런 충동이 반복해서 일어나자, 그 아버지는 일단 조치를 취해야 했다. 실로 견딜 수 없는 두려움을 떨쳐버릴 특별한 방법이 필요했다.

그런 뒤부터는 그런 충동이 식탁을 차리는 동안 일어나면, 다음과 같은 행동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그는 식기들을 모으고,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 다시 조심스럽게 밥상을 차렸다. 그는 충동이 사라질 때까지 이런 행동을 지속했다. 그리고 나서야 “그러한 걱정은 실현될 수 없어, 나는 그것을 지웠으니까!” 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강박 사고에 따른 나름의 대처방식이다. 그것이 바로 모든 강박증 환자들이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취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점에서 강박적 충동은 강박 행동을 유발하는 특성이 있다고 본다. 이로써 그들은 강박적 충동이 일어났을 때처럼 반복 행동하면 강박 사고를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

3) 충동성 해소로서의 반복 행동

반복 행동은 충동성에 의해 유발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반복성과 충동성은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 반복 행동은 충동성 해소를 위한 일환이기 때문이다. 불안과 공포에 대한 심리적인 현상에 행동으로 해소하려는 점에서 충동성과 반복성은 뿌리가 같다. 이런 경향은 모든 강박증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강박 충동이 되살아날 때마다 마음의 불안과 공포감을 해소하고 그런 충동을 ‘취소’하기 위해 동일한 행동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런 특성들은 그대로 강박증을 이해하는 중요한 바탕이 된다.

실제로 강박적으로 의례적 행동은 그들에게 어느 정도 안정감을 준다. 그것이 비록 짧은 기간이고, 상대적인 안정감이지만 말이다. 이들의 문제는 다시 강박적인 행동을 또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일시적 안정감은 또다른 안정감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강박적인 행동을 반복해야 한다. 그들의 행동은 결코 해결이 안 되므로 다시 반복하는 행동의 악순환을 유발한다. 이로써 그들에게는 곧이어 강박적 사고가 되살아나 전체 과정을 반복하게 만든다.

5. 의례적 행동의 특이성

강박증 환자들은 의례적 특성이 있다. 이런 의례적 행동은 강박증을 구분하는 특이성이다. 그들의 강박적 행동이 동일하지 않아, 강박적 사고는 하나의 심리적 고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심리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그들은 의식적으로 강박 행동을 취한다. 이런 현상이 바로 의례적임을 의미한다. 다음은 그 특징을 구분할 수 있는 것들이다.

1) 순서를 기반으로 하는 의례성

강박적 의례성은 순서를 가진다. 어떤 행동을 취할 때 순서대로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들이 집을 떠날 때를 생각해 보자. 이때 그들은 어떤 안전에 대한 주의를 잊어버릴까봐 걱정하고 확인하는 증상이라면 의식적 행위를 순서대로 하면서 강박 사고로부터 고통을 감소하려고 노력한다. 집을 나설 때 어느 환자는 집의 북동쪽 구석부터 부엌까지 집의 모든 창문을 순서대로 확인한다. 이런 순서는 대개 일정하게 진행되는 정확성을 갖는데, 매번 시계방향으로 하는 등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한다. 냉장고 문을 눌러보고 토스트기 코드를 토스트기 위에 놓아둔다거나, 손으로 모든 콘센트와 가스렌지 손잡이를 만져본다.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 왼손에 쥐기도 한다. 집을 나선 다음에는 손에 있는 열쇠로 문을 닫고 잠그기 전 확인한다. 그러고도 마음이 풀리지 않으면 열쇠를 구멍에 꽂고는 문을 세 번 정도 잠궜다 열었다 하면서 열쇠가 걸리는 소리를 듣는다.

2) 정교함을 기반으로 하는 의례성

반복 증상들은 강박증의 일반화된 증상이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청결벽 환자들이다. 그들은 샤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낄 수도 있으나, 단지 자주 샤워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거의 매일 샤워하면서도 일반인들과 달리 대단히 정교하다. 심한 경우 ‘마룻바닥의 오물’을 보고 신체가 오염되었다고 느끼면, 머리부터 씻고 체계적으로 아래로 씻어간다. 이는 마룻바닥에 가까운 발부터 몸의 다른 부위로 오물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반면 그들이 대변이나 소변에 오염되었다고 느낀다면, 머리, 팔, 가슴부터 씻기 시작해 발과 다리를 씻고 성기 주위와 항문 주위를 마지막까지 남겨둘 것이다. 마찬가지로, 손을 씻는 경우에도 특별한 순서나 절차에 따른다. 즉 각 손가락을 낱개로 특정한 수만큼 씻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런 행동의 의식적 과정은 방해받지 않고 진행된다. 만일 누군가 과정을 방해거나, 과정 중 어떤 단계를 마쳤는지 잊어버리면, 전체 의식을 반복한다.

3) 의심이 기반이 되는 의례성

반복적으로 의례를 시도하는 것에는 일정한 심리적 특성이 기반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불안을 유발하는 의심의 특성이다. 이는 이들의 행동에서 심리적 문제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의 증상은 자신의 행동을 신뢰하지 못하고 의심해, 끊임없는 반복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손을 한번 씻거나 문을 한번 확인해서는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이를 다시 반복해야 하는데, 이런 행동의 근저에 자리하는 것은 의심이다. 예를 들어, 해변을 산책하던 여자가 다리미 플러그를 뽑았는지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녀는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서, 이미 플러그가 소켓에서 뽑혀있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안도감을 가진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또다른 행동으로 이어지기 쉬운데, 자신이 확인한 행동조차 의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의심은 편집증과는 다른 점이 있다. 편집증은 상대방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근저를 이루어 타인의 행동을 의심한다. 이에 비해 강박증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심하여 자기의 행동을 믿지 못한다. 편집증의 의심이 자신의 내부에서 외부로 투사되는 경향이라면, 강박증의 의심은 외부 행동이 자기 안으로 내사되는 현상이다.

위에서 플러그를 뽑았는지 확인한 환자의 경우 자신의 기억력을 의심하고 두번째로 확인을 위해 돌아간다. 증상이 심하면 그 행동을 수 시간 동안 반복한다. 강박 사고는 강박증 환자들의 마음에 하루에도 여러 번 떠오르므로, 그녀의 생활은 오래 걸리고 정교해야 하는 의례적 행동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강박증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한 가지를 몇 번씩 반복한다는 점에서는 자폐증과 유사하며, 자신의 행동을 의심한다는 점에서는 편집증과 비슷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강박증을 자폐증과 편집증에 관련시켜 해결해야 할 수도 있다.

6. 결론: 강박증은 반복보다 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해야

지금까지 우리는 강박증의 심리적 특징을 이해하려 했다. 강박증을 단순히 반복 행동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심리적 측면에서 이해하려 한 것이다. 행동은 심리적 차원에서 자극이 되어 일어나는 점에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강박증이 현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심리적 불안에서는 그들의 염려가 미래적이지만 현실화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현재 직면한 사안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하면 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걱정하고 염려한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더욱 완벽을 기하려 노력하는데, 이런 현실화 불안은 불길한 예감, 공포감, 그리고 책임감 완수 등이 있었다.

그리고 불안의 바탕이 되는 강박사고의 불합리성에서는, 불합리적 생각이 그들의 행동을 유발하는 점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그럴 수 없는데도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다. 그들의 생각이 행동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그 사고가 합리적이지 못한 것이 문제다. 그들에게 사고의 불합리성은 불안을 유발하지만, 그 불합리성이 사실상 무의미한 점도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악순환의 틀에 지배적으로 압도되는 점이 지적되었다.

더욱이 강박증은 그들에게 일어나는 심리적 작용이 실제에 근거하지 않고도 반복 행동이 일어나 역설적 측면이라 했다. 행동이 사고에 의해서 유발된다면 그 사고는 현실적인 것에 의해 일어나야 함에도, 그들의 사고는 전혀 실제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강박적 사고를 악순환적으로 되풀이하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의문을 기술하면서 강박증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