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투데이는 [교회로 돌아온 신학]을 제목으로 연중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신학이 사변화되고, 교회나 신앙과 동떨어져 따로 존재한다는 현실인식이 이번 기획을 추진한 배경입니다. 본지는 한국교회 신학의 다양한 면을 살펴, 보다 쉽고 실제적인 신학의 길을 모색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총신대학교 2012학년도 입학식이 열리던 2일 오전 서울 사당동 총신대 종합관 대강당. 밖에선 촉촉한 보슬비가 캠퍼스의 봄을 재촉하고 있었고, 행사가 열리던 대강당엔 이미 새내기들의 웃음꽃이 만발했다. 마치 종달새들의 지저귐처럼, 젊음의 싱그러움은 그렇게 캠퍼스에 활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중에선 신학이라는, 일반의 그것과 조금은 다른 길을 택해 성직(聖職)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 목사 혹은 선교사가 되려는 이들…, 그들의 꿈을 들었다.

▲총신대 2012학년도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 새내기들이 환한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들의 이 초심이 ‘학문의 신학’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총신대 신학과 신입생이 된 천기범(20) 군의 꿈은 선교사다. 아프리카 선교사. 왜 하필 아프리카일까. “이스라엘에서 시작된 복음이 지금은 온 지구를 돌아 여기 한국에까지 왔지만, 아프리카엔 아직 복음의 빛이 온전히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요.” 천 군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하셨던 주님의 그 마지막 명령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아프리카 선교사를 꿈꾸고 있다.

“저만 알아선 안 되고 제게 생명이 된 복음을 다른 이들에게도 전해야 하는데…, 아프리카에선 평생 성경을 만져보지도 못한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비록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약관의 청년이지만 복음을 향한 열정과 헌신의 각오는 어느 중견 목회자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선교사가 꿈이라 그가 총신대에서 배우고 싶은 것 역시 선지자들의 생애다. 비록 초라하고 겨자씨 같은 이들이었지만 하나님의 음성을 대언하며 당대 큰 나무들로 자라간 선지자들. 천 군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고 말씀에 순복해 오직 하나님의 뜻만을 전했던 그들의 삶을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또한 알고 있다. 따뜻한 가슴으로 시작했지만 차가운 머리만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신앙을 위한 신학이 지나치게 ‘학문’으로 굳어져 “신학과 목회는 다르다”는 아이러니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말씀이 지식으로만 남는다면, 그건 의미없이 반복되는 꽹과리의 울림이고, 사랑이 없는 말 뿐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저도 이를 염려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도와 말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해요.”

희망적인 건, 천 군의 눈에 비친 신학교가 아직은 생기가 약동하고, 꿈을 자극하는 열정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그는 “입학하기 전까진, 신학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신학교가 약간은 무겁고 경직된 수도원과 같은 곳인 줄로만 알았다”며 “그런데 막상 와 보니 교수님들과 선배님들 모두 매우 활기차고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앞으로의 대학 생활이 매우 기대된다”고 했다.

그의 이런 기대와 설렘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 아프리카 선교사가 되는 그날까지 그를 일으켜 달리게 하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 비단 천 군만이 아니다. 그와 함께 대학, 그리고 신학이라는 길에 들어선 모든 신입생들이 지금의 웃음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총신대 기독교교육학과에 입학한 강진수(20) 군은 “지식만을 배우기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시는 목적이 무엇인지 이곳에서 깨닫고 싶다”고 했다. 그의 꿈은 목사가 되는 것이다.

많은 부분에서 신학이 교회와 떨어져 있는 지금의 한국교회. 그러나 선교사와 목사가 되겠다는 위 두 학생들처럼,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제라도 신학이 교회로 돌아오려면, 신학이 신학생들의 저 초심을 지켜야 할 것이고, 그들 스스로도 지금의 마음을 ‘학문’에 빼앗기지 말아야 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