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석 목사(한국이란인교회 담임, 4HIM 대표)
요즈음 세상이 이슬람 국가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이 감당 못하는 뜨거운 감자 아프가니스탄은 미국 및 서방 세계의 도움을 받아 소련을 물리치고 독립을 선언하더니 강력하고도 철저한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를 만들어 오사마 빈 라덴을 도와 미국의 심장부에 9.11 테러를 가한 나라였다.

그 때문에 탈레반 세력은 독립 국가로서의 자격을 박탈당하고 테러 세력으로 전락하여 샘물교회 사건을 비롯한 끊임없는 테러를 저질러 세상을 시끄럽게 해 왔다. 이에 서방 세계에서는 국제적인 도움을 받아 10년 동안 탈레반 세력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 총력을 다해 공격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레반 세력은 날이 갈수록 아프가니스탄뿐 아니라 파키스탄까지 오가며 더 넓은 지역으로 영향력을 계속 확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탈레반 타도는커녕 이제 탈레반을 품기로 작정했다는 것이다. 알카에다와의 전쟁을 치르기도 벅찬데 탈레반까지 묶어서 공격하기에는 지금 형편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계산에서 취한 궁여지책이라고 보인다. 그래서 아프간을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면 아프간 정부와 국민들이 미국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채찍 대신 당근 전략으로 바꾸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는 겉으로는 서로 타도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한 집안이라는 것이다. 탈레반 조직원들은 수시로 민간인 복장으로 내려와 휴가를 즐기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 무기를 잡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까지 아프가니스탄에 전비를 제외한 경제 지원만 해도 371억 달러를 지원했고 일본은 31.5억 달러, 캐나다는 12.5억 달러, 네덜란드는 10억 달러, 호주는 6.5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경제 규모를 볼 때 10억 이상은 지원해야 하겠지만 병력까지 보낸 상황에서 경제 지원은 앞으로 5년간 5억 달러 정도만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서민들 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며 자력으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유익이 될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 오히려 가만히 앉아서 얻어먹는 타성을 강화시켜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10년간 지원받은 돈을 모두 합치면 수백억 달러나 되는 그 엄청난 돈을 산업 발전을 위해 생산성 있는 곳에 투자를 했다면 지금쯤 아프가니스탄은 경제적으로 자립을 했어야 하는데 사실은 아직도 예산의 90% 이상을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로 가고 있다.

한편 탈레반은 최근에 미군 헬기를 격추시켜 수십 명을 죽였는가 하면 한국 사람들이 주둔하고 있는 캠프에도 수시로 폭격을 가하고 있으면서 사과 한마디가 없다. 피해자 측에서도 잠잠하여 항의조차 하지 않는다. 오히려 유엔 안보리의 탈레반 제재 위원회는 아프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전직 탈레반 인사 14명을 자산 동결, 여행금지 및 무기 금수 제재 대상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한 술 더 떠서 최근 아프간의 카르자이 대통령은 탈레반 교관들에 의해서 자살 테러를 하면 천국에 간다는 교육을 받고 온몸에 폭탄을 감고 테러를 감행하려다가 미수에 그쳐 체포된 8세에서 12세의 자폭미수 소년범 20명을 라마단 금식이 끝나는 절기를 기념하기 위해서 사면했다고 한다. 비록 어리지만 그들은 이 땅에 아직도 무슬림이 아닌 이방인들이 있는데 그들을 죽이는 것이 무슬림으로서 나의 의무라고 고백하는 자들이다.

이제 리비아 사태로 화제를 돌려보자. 서방 세계는 카다피만 잡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는데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우선은 이것이 과연 민주화 과정에서 일어난 내전인가 하는 것에 의문을 가지게 된다. 지난 6개월 동안 리비아에서만 5만 명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 중에 시민군이나 나토 쪽에서 죽인 사람들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시민군을 만들어 지난 42년 동안 철권통치로 백성들을 괴롭힌 살인 괴물을 잡아야 한다는 논리를 외치며 무장봉기를 했다. 훈련도 되지 않은 그들이 정부군에 대항하자 사망자들이 많이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나토군이 연합군을 만들어 엄청난 공군력을 동원한 폭격으로 지원하여 카다피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데는 일단은 성공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해도 과연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나를 생각해 볼 때 머리가 복잡해진다. 시민군들은 소위 과도국가위원회(NTC)라는 기구를 만들어 급조된 조직을 갖추었고 국제사회는 서둘러 이들을 합법적 리비아국가로 인정하면서 앞을 다투어 경제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짐작컨대 후에 전쟁이 완전히 끝나면 리비아 건설과 복구 사업에 어느 정도 지분을 바라보면서 투자하는 심정으로 돕겠다는 심산일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리비아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알제리는 NTC를 합법적인 리비아 정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알제리 대통령이 카다피와 개인적으로 두터운 교류가 있어서가 아니다. 알제리는 이슬람 테러요원들과의 전쟁을 통해서 지난 20년간 20만 명의 희생을 치른 나라다.

그런데 그들이 치를 떨고 있는 테러요원들이 리비아로 넘어가 NTC에 가담하여 TV에 등장하여 카다피 타도를 외치는 장면을 확인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NTC를 리비아의 합법적인 대표로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인데 세상의 언론은 모두 NTC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 몹시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래서 아랍 언론으로서 NTC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계속 방영하는 알자지라 방송을 알제리에서 방송 금지시켰다. 이에 알자지라 방송의 최대 주주인 카타르의 국왕은 발끈하여 알제리 국민들의 카타르 입국 비자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알제리의 브테플리카 대통령은 NTC는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서 선출된 기관이 아니며 그들이 알카에다를 대항해서 싸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고 한다.

사실 시민군을 대표한다는 NTC는 무능한 조직이지만 서방 세계의 지원을 받아 리비아 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과연 인권과 생명을 존중하려는 사상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중요한 문제다. 우선은 이들 중에 알제리에서 활동하던 이슬람 테러요원들이 섞여 있다는 것은 알제리 대통령의 태도로 볼 때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인간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이는 입증하듯, 알제리에서의 행동에서뿐 아니라 이들은 리비아에서 나토군이 오폭으로 민간인이 살해된 사건이 여러 건 있었는데도 이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강력하게 항의하면 공습을 멈추고 철수하지 않을까를 염려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즉 나토군을 이용하여 리비아의 권력을 잡으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만일 카다피가 체포되고 리비아의 내전이 끝난다고 해도 이들을 리비아의 통치 세력으로 계속 인정할 부족은 많지 않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들을 위해서 그동안 함께 싸웠던 민병 조직을 정식 군대로 조직한다고 해도 계속 복무하겠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만일 서방 세력이 리비아의 전후 복구를 위해서 혹은 경제 발전을 위해서 막대한 재정 지원을 하면 이에 대한 지분 문제로 새로운 내분이 발생할 것은 기정 사실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 논리로 볼 때 거기에라도 줄을 서지 않으면 큰 잔치 자리에 숟가락도 못 얹어 놓는 꼴이 되어버릴 난감한 상황을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속히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개인의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온전한 민주화가 이루어진 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하나님께는 능치 못할 일이 없음을 믿는 믿음으로 그저 엎드려 기도하는 길 밖에는 다른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