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철이는 강가에 살았습니다. 나룻배가 닿는 나루터입니다. 영철이는 물놀이를 무척 좋아합니다. 뱃놀이도 좋아 합니다. 어느 날 친구인 혜부, 종수, 태명이와 함께 고깃배에 올라탔습니다. 영철이와 친구들을 태운 고깃배는 밧줄을 풀자 강물이 흐르는 쪽으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배의 가장자리에 앉아서 손으로 물살을 젓기 시작했습니다. 배가 뭍에서 강물 쪽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때였습니다. 언덕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이놈들아 거기 섰거라! 그건 내 배야 이리 가지고 와!!”

큰일 났습니다. 갑자기 배 주인이 나타났습니다. 배를 젓는 노를 어깨에 메고 고기망태를 길게 늘어뜨린 채 손짓을 하며 외쳐댔습니다. “이놈들아 어서 나와 이리로!!”

언덕에서 강물 속으로 흘러가는 영철이가 탄 배를 향해 부르짖었습니다. 영철이가 탄 배는 오지도 가지도 못하게 되었습니다.

“큰일났다. 어떻게 하지? 배 주인이 나타났다.”
“그럼 주인에게 이 배를 돌려주어야지!”

영철이와 친구들은 배를 몰고 강을 건너가려던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다시 뭍 쪽으로 배를 대기 시작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온 힘을 모아 뭍으로 나왔습니다. 배가 뭍 가까이 닿자 모두들 후다닥 사방으로 흩어져서 물속으로 헤엄쳐 달아났습니다. 강물 속 깊이가 한 키나 넘었습니다.

배 주인은 성큼성큼 황급히 물속으로 달려와서 배에 올라탔습니다. 선창 맨 끝에 달려 있는 놋좆에다 노를 끼우고 노를 저어 나아갔습니다. 한 손으로 배 안에 괸 물을 바가지로 퍼내면서 노를 저었습니다. 그러다가 영철이가 벗어 놓은 새 신발을 발견했습니다. 배 주인은 영철이의 신발을 강물 속으로 멀리 힘껏 던져 버렸습니다.

“저걸 어쩌나?”

영철이는 뭍에 나왔으나 너무 급해서 배에다 놓고 나온 신발을 깜빡 잊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새로 사다 주신 새 신발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신발은 강물 속 어딘가에 빠져 버렸습니다.

“어떡하지? 신발이 강물 속에 빠져버렸으니….”
“우리가 찾자. 강물 속으로 들어가서….”

영철이 혜부, 종수, 태명이가 강물 속으로 수영을 해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강물 속이 너무 깊어서 신발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영철이 친구들은 신발을 찾는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해가 지고 저녁놀이 강물 위에도 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곧 어두워질 걸 생각하니 겁이 덜컥 났습니다. 아버지가 새로 사 준 신발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영철이와 혜부, 종수 태명이는 서로 의논을 하였습니다.

“곧 날이 어두워질 텐데 어떻게 할까? 신발은 건질 수 없고 야단났는걸…….”

영철이 친구들은 모두 우두커니 언덕에 앉아서 저녁놀을 바라보며 궁리를 하였습니다. 태양이 지고 저녁놀에 강물이 온통 붉게 물들자 물속에서 잉어들이 솟아올랐습니다. 잉어가 말했습니다.

“애들아 나는 물속에 사는 잉어야. 나는 강물 속을 마음대로 헤엄쳐 다닌단다. 그러니까 말해. 너희들이 궁리하는 걸!”
“사실은 내 신발을 강물 속에 빠트렸어. 그 걸 찾으려구.”
“그래? 난 너희들이 원하는 걸 찾을 수 있어. 난 물속에 사니까.”
“그러면 네가 우리들을 좀 도와주면 좋겠다.”
“물속이 우리 동네니까 좀 기다려 봐!!”

한참 후에 잉어가 다시 강물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애들아, 너희들이 찾는 신발이 어떤 거니? 새 신발이니 헌 신발이니? 그리고 신발들이 여러 개가 있단다. 어느 것인지 모르겠구나.”

이때 신발 주인인 영철이가 나서서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내 신발은 새 것이야. 어제 아버지께서 시장에서 사다 주신 거야. 새 신이지.”
“그래! 잠시만 기다려 내가 다시 우리 동네로 들어가서 찾아볼게.”

잉어는 다시 강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영철이와 혜부, 종수, 태명이는 붉게 물든 강물을 바라보며 잉어가 다시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잉어가 다시 물속으로 재빨리 들어갔습니다. 강바닥에는 여기저기 신발들이 널려 있고 새끼 잉어들이 그 주위를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새끼 잉어들은 신발을 처음 본 것은 아니나 엄마 잉어를 따라서 돌고 보니 아무래도 보통 물건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엄마 잉어가 물 위로 솟아 오른 동안 신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아무래도 저건 새로운 어항일 거야. 우리들을 잡아 올리려고 만든 것일 테니까 위험하다. 가까이 가지 말아! 엄마가 오실 때까지 기다리자.”
“그러자.”

다른 새끼 잉어가 말했습니다.

“아니야, 저 물건의 생김새를 좀 봐! 우리들의 몸이 들어갈 만한 크기가 아니잖아? 우리들을 물 위로 끌어 올릴 줄도 달려 있지 않은 걸.”
“정말 그렇군.”
“물건들이 모두 한 개인데 저건 두 개군. 그래, 아마도 엄마 아빠에게 보낸 선물일 거야.”
“그래 엄마가 돌아오시면 물어 보자.”

새끼 잉어들은 신발 주위를 맴돌면서 엄마 잉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마침 엄마 잉어가 돌아왔습니다. 그러자 새끼 잉어가 엄마 잉어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저게 뭐야? 우리들을 잡아 올리려고 만든 덫일까?”
“아니, 저건 신발이라는 거란다. 사람들은 땅 위를 두 다리로 걸어 다니며 저걸 신고 다닌단다. 우리는 지느러미로 헤엄 치고 꼬리로 방향을 잡아 다니니까 신발이 필요없지만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지. 그러니까 다시 주인에게 갖다 주자.”

엄마 잉어가 신발을 주둥이로 물고 새끼들이 힘을 모아서 신발을 물 위로 내보내었습니다. 그러나 물 위는 강을 건너가는 나룻배의 밑창이었습니다. 잉어들이 아무리 힘을 써도 물 위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 잉어는 힘이 너무 들어서 입에다 문 신발을 그만 놓쳐 버렸습니다. 신발은 다시 깊은 강물 속 바닥으로 떨어 졌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이번에는 아빠 잉어가 나섰습니다.

“당신은 힘이 모자라는구려. 이번엔 내가 나서지.”

아빠 잉어가 꼬리에다 신발을 끼우고 배와 지느러미만을 움직였습니다. 아빠 잉어는 순식간에 물 위로 솟아올랐습니다. 그러나 바깥세상은 캄캄한 밤이 되었습니다. 신발 주인 영철이도 그의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가버린 뒤였습니다. 아빠 잉어는 꼬리에 얹은 신발을 힘껏 모래사장으로 밀어내었습니다. 강물이 신발을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밤새도록 그렇게 되풀이를 하였습니다. <끝>

김학준 작가
월간 《창조문예》 동화 부문 등단, 《문학21》 소설 부문 등단, 장로회 신학대학원, 미국 훼이스 신학대학원 종교교육학 박사 과정, 계간 농민문학 편집국장, 한국문협·펜·소설가협회·한국 크리스천문학가협회 등 회원, 동화집 『행복파이』 외 작품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