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낳았지만 동물학자들이 새로운 쥐의 종자를 만들었어.”
“그럼 네가 바로 그 새 종자에서 태어난 쥐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보기엔 다른 쥐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어떤 점이 다르니? 아까 단번에 내 어깨에 뛰어올랐을 때는 좀 놀랐지만 높이뛰기 말고 다른 재주도 있니?”

“나는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어.”
“정말이야? 너 마라톤에 나가면 좋겠다.”

방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슈퍼 쥐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습니다.

“우리 슈퍼 쥐들은 다른 쥐보다 3배 더 오래 살 수 있어. 한 가지 흠은 보통 쥐보다 먹이를 곱으로 더 먹어야 해.”
“먹이를 배나 더 먹는다면 힘도 곱으로 센 거니?”
“물론이지. 고양이와 싸울 수도 있어.”

쥐가 고양이를 잡는 세상을 생각하니 입이 막혀 더 묻지를 못했습니다. 슈퍼 쥐가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들 슈퍼 쥐는 태어나서 2년 반이면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그러니까 굉장히 빨리 퍼질 거야. 슈퍼 쥐를 만든 리처드 헨슨 박사님 말씀에 슈퍼 말도 만들고 장차 슈퍼 인간도 태어날 때가 올 거라던데.”
“그만 해라. 골치 아프다.”

방울은 정말 골치가 지끈지끈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말처럼 달리고 소처럼 기운 세고 호랑이처럼 사나운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라면 정말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날 것 같았습니다.

슈퍼 쥐의 말에 홀리어 도깨비를 잊었던 방울이 제 정신을 차렸습니다. 슈퍼 쥐라면 도깨비를 쫓을 수 있을 겁니다.

“슈퍼 쥐야, 처음 만나 어려운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사실은 걱정이 있거든.”
“무엇이든 말해 봐.”
“도깨비에게 집을 점령당했어.”
“도깨비?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게 사람이니? 짐승이니?”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뿔이 달렸어. 성미가 몹시 거칠어서 도깨비방망이를 마구 휘두르고 뿔로 받고…….”
“흠, 사나운 놈이구나.”
“옷은 겨울에도 팬츠 하나만 입고 돌아다녀.”
“예의를 전혀 배우지 못한 망나니 도깨비구나. 걱정 말아. 내가 쫓아내 줄 테니.”

도깨비의 주먹만 한 쥐가 아무리 슈퍼 쥐라고 해도 도깨비를 쫓아낼 수가 있을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방울은 슈퍼 쥐와 함께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집안에서 도깨비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코를 골 때마다 문짝까지 드르렁 드르렁 울렸습니다. 슈퍼 쥐는 작은 손으로 부드럽게 노크 하였습니다. 열 번 노크 하니까 코 고는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누구냐? 내 집에 와서 노크까지 하는 놈은 난생 처음 본다.”
“내 집이라니요? 아직 잠이 덜 깨신 것 같습니다. 이 집은 방울이네 집으로 알고 있는데요.”
“뭐라고?”

도깨비는 슈퍼 쥐의 당당한 말에 조금 겁이 났는지 문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전에 황소 바위와 여우 콩콩이도 내가 무서워서 줄행랑 친 것을 모르느냐? 그런데 너는 또 누구냐?”
“슈퍼 쥐입니다.”

쥐라는 말을 듣고 도깨비는 깔깔 웃었습니다.

“아하하하. 쥐라고? 감히 네가 나 보고 나가라 들어가라 하지는 못할 거고, 뭣 때문에 왔느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게 뭔데?”
“도깨비 뿔입니다. 더군다나 색동 뿔이라면 최고로 맛이 있지요. 색깔 하나하나씩 갉아 먹는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내 색동 뿔을 갉아 먹겠다고?”

도깨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뿔을 어루만졌습니다. 도깨비가 문에서 물러선 사이에 슈퍼 쥐는 문을 열고 방으로 냉큼 들어섰습니다. 정말 용감합니다. 겁나지만 방울도 슈퍼 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슈퍼 쥐는 단숨에 도깨비 어깨에 뛰어오르더니 색동 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

“배추 뿌리보다 훨씬 맛있겠다. 혼자 먹기는 아까워. 친구들을 불러다가 모처럼 발견한 색동 뿔을 맛보게 해야지. 기왕이면 저 도깨비방망이도 말끔히 갉아 먹어야겠다.”

이 말을 듣자마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짊어지고 바람처럼 도망쳤습니다. 방울은 슈퍼 쥐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자. 그럼 뚱보 도깨비도 다시는 오지 못할 거야.”
“나는 할 일이 많아. 착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나쁜 놈들을 없애는 것이 나의 일이거든.”

말릴 사이도 없었습니다. 슈퍼 쥐는 벌써 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며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슈퍼 쥐의 모습이 언덕 너머로 사라질 무렵 엄마가 밭에서 돌아오셨습니다.

“방울아, 별 일 없었느냐? 어서 찬밥을 데워야겠다. 배가 고프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엄마에게 얘기해도 믿지 않으실 것을 알기 때문에 방울은 도깨비에게 집을 한 때 점령당했던 큰 사건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믿지 않습니다. 방울은 도깨비가 팬츠만 입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정신없이 도망가던 꼴을 생각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언젠가 예쁘고 힘 센 슈퍼 쥐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최효섭 작가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천아동문학상·방정환 아동문학상 수상, 창작 동화집 7권, 소년소녀 소설집 9권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