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르엘 성벽 망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파수꾼이 서 있었다. 그 날도 사방을 두루 살피던 파수꾼의 시야에 멀리서 먼지가 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먼지의 움직임으로 보아 숫자가 적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먼지를 일으키는 대열의 속도가 빠른 것으로 미루어 보아 말을 타고 오는 군대의 이동이 틀림없었다. 파수꾼은 즉시 성문 수비대장에게 보고했다. 대장은 망대로 올라가 사실을 확인한 후 왕궁에 보고했다.

“한 무리의 군사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적군은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병사들이란 말이냐? 어디서 오는 누구인지 알아보도록 하라. 전령을 보내서 무슨 일인지 자세히 알아 오라.”

왕명에 따라 전령이 말을 달려 예후에게 달려 나갔다.

“장군님,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오시니 무슨 일이십니까?”

예후가 대답했다.

“무슨 일이든 그게 너와 무슨 상관이냐? 너도 내 뒤를 따르라.”

한편 망대에서 전령을 기다리던 수비대장은 전령이 돌아오지 않자 다시 왕에게 보고했고, 왕은 똑같은 명령을 내렸다. 다른 전령을 말을 태워 급히 보내라는 것이었다. 그 전령도 예후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임금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웬일로 오는 사람들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예후가 대답했다.

“무슨 일이건 네가 알 바 아니다. 너도 내 뒤를 따르라.”

위엄 있는 장군의 명령에 전령은 다시 묻지 못하고 대열의 말미로 들어갔다. 두 번째 전령도 돌아오지 않자 망대에서는 긴장했다.

수비대장은 한 무리의 군사들이 누구인지 긴장하며 살피다가 그들이 갑자기 속력을 내어 달려오기 시작하자 황망히 왕궁으로 달려갔다.

“폐하, 전령들이 가기만 하면 돌아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군사의 무리는 길르앗 라못에 주둔해 있는 예후 장군과 그 부하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이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누워 있던 왕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예후? 그가 전선에서 달려온다면 매우 위급한 상황이 생긴 게 아니겠느냐?”

요람 왕은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아람 군대의 거센 반격이 시작되었거나 다른 나라가 그들의 연합군으로 가세하여 공격해 오는 상황을 예상한 것이다.

“내가 나가겠다. 행차를 준비하라. 아하시야 왕의 전차도 준비하라.”

이스라엘의 요람 왕과 유다의 아하시야 왕은 곧 두 대의 전차를 타고 성밖으로 달려 나갔다. 호위하는 군사들이 뒤를 따랐다. 그들이 성문을 벗어나 전에 아합의 아내 이세벨이 나봇을 죽이고 빼앗은 포도원에 이르렀을 때, 예후가 이끄는 군사들과 만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