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직후부터 지금까지 많은 기도와 관심 덕분에 저희 가족은 모두 건강히 잘 있습니다. 대혼란의 상황 속에서 오직 주님의 말씀만이 저희의 견고한 반석, 피난처 되심을 뼛속 깊이 체험하며 감사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첫째 아들 민기(5세)는 이틀 전에 성경동화 마지막권인 요한계시록을 읽다가 예수님을 영접하게 되는 놀라운 사건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기도는 해왔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부모된 저희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희는 지난 3월 11일의 대지진 이후 강행한 CCC 전국 수련회를 은혜 가운데 무사히 마치고 나서 계속되는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해 CCC 본부의 지시로 관서지방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습니다. 때마침 교회를 개척 중인 친구 선교사 가정에서 저희를 선뜻 받아주어 한동안 그곳에서 피난 생활을 했습니다. 그곳에서는 똑같은 나이의 여자 아이 두 명이 있어서 우리 아들 녀석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주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또한 친구 선교사 부부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배 시간을 가지면서 영적으로 좋은 충전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얼마 후 개인적으로 기도하는 가운데 다시 동경으로 돌아가라는 음성을 듣고 아무런 계산없이 티켓을 끊고 동경에 돌아왔습니다. CCC 센터에 가보니 기도하기 위해 모인 몇몇 학생들과 간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옆자리에 앉는 순간, 하나님께서는 최근에 주셨던 말씀을 그곳에 선포하고, 함께 아버지의 마음으로 울며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일주일 내내 주님께서는 저에게 동일한 말씀을 하셨고, 저는 계속 순종하며 일본인들이 말씀의 능력 안에서 하나님의 눈물로 기도할 수 있도록 섬겼습니다. 오후에는 일본 교회들과 선교사들이 초교파적으로 연합해서 만든 구호 단체인 CRASH JAPAN에 가서 물품 분류와 운반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피해 복구 지역에서 무릎으로 기도하는 이규상 간사와 JCCC 회원들.ⓒCCC 이규상 선교사 싸이홈피

얼마 뒤에는 11명의 일본 대학생들과 4개국 간사들로 구성된 국제팀을 이끌고 일주일 동안 미야기현의 쓰나미 피해지역에 가서 복구 지원 사역을 섬기고 돌아왔습니다. 도착 첫날, 때마침 찾아온 진도 5의 강진으로 인해 많이 놀라기는 했지만 사역 마지막 날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기도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총 여섯 채의 집이 복구 되었는데, 피해지역의 주민들은 저희들의 작은 섬김으로 침수되었던 집이 복구되자마자 그날부터 집에 돌아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모두다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저희가 섬겼던 지역은 접근 금지 지역으로 다시 한번 강력한 지진이 오게되면 마을의 유일한 통로인 굴다리가 무너지면서 대피할 곳이 없었다고 합니다. 혹시나 쓰나미라도 몰려왔으면 큰일날뻔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인해 그 마을에서는 크리스천들만 목숨을 걸고 이곳을 방문해 주었다고 좋은 소문이 났습니다. 복음이 된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원래 아무런 계획도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저에게 흘려보내주신 재정의 보따리들을 풀어서 마을 주민들을 한곳에 모아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라는 음성을 들려주셨고, 곧바로 일본인 동료들에게 지갑 속에 모든 돈을 넘겨주고 이 마을 분들의 얼굴을 미소짓게 만들만한 음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하나님의 계획은 적중했고, 마지막으로 저희 팀이 준비한 축복송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일본어로 불렀을 때, 주민들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제 옆에 앉아있던 히로미상에게 왜 우냐고 묻자, 너무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다른 한분은 웃으시면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었나봐"라고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웃는 자와 같이 웃고, 우는 자와 함께 울라는 로마서 12장 15절 말씀이 성취되는 귀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또 다시 새로운 팀을 이끌고 미야기현으로 올라갑니다. 일본에 최초로 세워진 한인교회인 동경교회의 청년 7명과 담임 목사님 부부를 모시고 올라가서 15명의 CCC팀들과 합류하게 됩니다. 이시노마끼라는 지역인데, 뉴스를 통해 보도된 내용으로 볼 때 상당히 피해가 심각한 지역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한국인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기간에도 저희들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의 언어가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껏 전달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복음 전파를 위하여, 장시간의 차량 이동, 지진, 쓰나미, 방사능, 작업 중 안전 사고 등 모든 상황들로부터 저희를 보호해 주시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동경에 두고 가는 가족들의 안전과 평안함을 위해서도 기도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이번 3월 11일의 동일본 대지진이 오기 직전에 CCC본부를 통해 안식년을 신청하고, 신학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는 신학교 입학을 취소하고, 곧바로 리더십을 찾아가서 이 취소 소식을 전한 뒤에, 혹시 필요한 곳이 있다면 마음껏 사용해 달라고 말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부터 아무런 직책도 없는 아주 불안한 상황이 시작될 수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에 평안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순종해서 리더십을 찾아가서 말씀을 건넨 그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호 단체인 CRASH JAPAN에서 일본CCC와 협력해서 피해 복구 지원과 더불어 복음 전파의 최대 기회를 만들기 위해 창구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고 있는데, 제가 적격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위기에 준비된 사람이 있었다면서 모두 신기해하며 기뻐해 주었습니다. 하나님의 생각은 저보다 높고 깊었습니다. 순종은 축복입니다. 앞으로도 그 어떤 환란 가운데에도 반드시 신실하게 인도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나아갑니다. 샬롬!

2011년 5월 2일 도쿄 맑음
이규상, 최혜원 선교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