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엿듣지 않았으니 무슨 재주로 은밀하게 나눈 이야기를 알 수 있겠습니까. 장군, 그러지 말고 들려주시구려. 예언자 엘리사의 심부름이라면 필경 특별한 전갈이었을 것입니다. 그 위대한 예언자가 직접 오지 않은 것은 은밀한, 그러니까 중요한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함일 것이라는 짐작이 듭니다만….”

예후는 용기와 대범성과 추진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는 어차피 상황이 이쯤 되었으니 더 이상 비밀로 할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를 따르며 신뢰하는 동지들인데다가 그들 모두가 자신과 마찬가지로 악랄한 아합과 그 후계자 요람 왕을 미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예언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자신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데에는 누구보다도 동지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생각이 여기에까지 미치자 더 이상 비밀로 할 일이 아니라는 결섬이 섰다. 예후는 마침내 비장하게 상기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 머리에 기름을 부으시면서 내가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장군들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침묵을 깨고 한 장군이 힘차게 입을 열어 마치 그들의 의중을 대변하듯 소리쳤다.

“드디어 때가 왔습니다. 하나님께서 장군님을 왕으로 세우시려고 기름을 부으셨으니 이제야 나라가 바로 서지 않겠습니까. 예후 장군님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시다니, 이런 경사가 어디 또 있겠습니까!”
“예후 장군 만세!”
“예후 왕 만세!”

장군들이 흥분하여 소리쳤다. 이어 그들은 자기들의 옷을 벗어 예후의 앞에 펼쳐 깔았다. 예후를 왕으로 예우하는 행동이었다. 장군 한 명을 나팔수를 급히 불러 왕의 행차를 알리는 나팔을 불게 했다.

“여러분, 조용히 하시오. 사마리아 왕궁에서 이 소식을 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여러분은 이미 알 것이오. 나팔소리를 멈추고, 목소리를 낮추시오. 성문을 모두 잠그고 한 사람도 출입하지 못하도록 엄히 단속하시오.”

아합이 사돈 사이인 유다 왕 여호사밧과 길르앗 라못을 탈환하러 갔다가 전사한 적이 있는데, 요람이 왕이 된 후 또다시 유다 왕 아하시야와 두 번째로 길르앗 라못을 공격하여 아람 군대와 싸우다가 부상을 당하여 이스르엘로 치료차 가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요람 왕의 신하인 장군들이 전선에서 반역을 일으켰다는 정보가 흘러 나간다면 그 반역에 대한 보응은 죽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러분, 정보가 새기 전에 결행합시다. 지금 당장 군대를 지휘하여 요람 왕이 있는 이스르엘 성으로 진격합시다. 속전속결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소.”

“그러나 장군님, 하나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장군님께서 이스라엘의 왕이 된다고 기름을 부으셨으니 왕이 되십니다. 실패란 있을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한 장군의 말에 다른 장군이 맞장구를 쳤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왕인데 실패란 있을 수 없습니다. 꾸물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가급적 빨리 행동에 옮깁시다.”

“좋소. 왕이 있는 이스르엘 평야의 성으로 지금 진격합시다.”

드디어 예후가 명령을 내렸다. 그는 앞장서서 말을 달렸다. 장군들과 부하들이 일제히 그 뒤를 따랐다.

그 시각, 이스르엘의 왕궁에서는 부상 당한 요람 왕이 침상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었다. 곁에는 그와 함께 길르앗 라못까지 갔다가 돌아온 남왕국 유다의 왕 아하시야가 있었다. 아하시야의 어머니가 아합의 딸이기에 그토록 가깝게 지내는 두 왕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