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엘리사가 예언자 학교 생도 중에서 젊은 제자 한 명을 은밀히 불렀다.

“너는 지체하지 말고 이 기름병을 갖고 길르앗 라못으로 가거라. 거기 이스라엘 군대가 주둔해 있는데, 장군들 중에서 예후를 찾아서 이 기름을 머리에 부어라. 골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은밀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속히 그곳을 빠져나와라. 그가 이스라엘의 왕이 되리라.”

예후는 북왕국 이스라엘의 왕 요람의 신하이다. 기운도 넘치고 용기도 있고 과단성이 있는 예후 장군은 전에 아람 왕국에게 빼앗긴 길르앗 라못을 탈환한 후 아직 그곳에 주둔하고 있었다.

일찍이 이세벨의 남편 아합 왕이 길르앗 라못을 공격했다가 전사했고, 그의 후계자인 요람 왕이 유다의 왕 아하시야와 함께 재차 공격하여 성공한 후였다.

아합 왕의 시체를 이스라엘로 운구했을 때, 그 피를 씻은 연못의 물을 개들이 핥아먹었다는 이야기가 독자 여러분은 기억할 것이다. 하나님은 일찍이 아합과 이세벨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심판하실 것임을 예언자를 통하여 일러주었지만, 그의 아내 이세벨은 아직 살아 있었다. 나봇을 죽이고 그의 포도밭을 빼앗은 그 악랄한 여인에 대한 심판이 아직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하나님은 예후를 그 심판자로 선택하셨다.

엘리사의 제자는 즉시 길을 떠나 길르앗 라못으로 갔다. 그가 진영으로 찾아가 안내된 곳에는, 여러 명의 장군들이 함께 앉아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저는 예언자 엘리사의 제자인데 선생님의 심부름으로 장군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 왔습니다.”

예후가 물었다.

“우리 모두에게 말이오? 아니면 어떤 장군에게요?”
“예후 장군님께 전할 말씀입니다.”

은밀성을 눈치 챈 듯 예후가 앞장서서 집 안으로 예언자를 안내했다. 예언자는 기름병을 꺼내며 말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주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네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는다. 너는 네가 섬기는 아합의 가문을 멸망시켜라. 그가 나의 예언자들과 종들의 피를 흘렸기 때문이다. 이세벨에게도 원수를 갚아주려고 한다. 이세벨의 시체는 개들에게 뜯어먹힐 것이고, 그녀의 시체를 묻어 줄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 젊은 예언자는 예후의 머리에 기름을 부은 후 도망치듯 달아났다. 예후는 장군들과 함께 있던 천막으로 돌아왔다.

“장군, 그 젊은이가 장군에게 무슨 말을 하던가요? 예언자 엘리사가 보낸 건 맞습니까?”
“별게 아니오. 다 알게 될 테니 가만히들 계시구려.”

예후의 대답에 궁금증이 증폭된 장군들이 너도나도 얘기해 달라고 채근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