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 무렵, 그들이 이제 막 저녁식사를 하려고 할 때였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지축을 흔들어대는 말발굽 소리와 함께 큰 군대가 진격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의 창과 칼과 방패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스러웠다. 수많은 적군이 기습 공격해 오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이건 분명 대군이 공격해오는 소리다! 이스라엘이 몇 나라에서 원군을 지원 받아 대규모로 기습 공격을 해오는 거야! 꾸물대면 다 죽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일단 몸만 빠져 나가라.”

24시간이면 회복된다고 엘리사에게 말씀하신 하나님께서, 네 명의 문둥이가 다가오는 소리를 증폭시켜 대군의 소리로 들리게 한 것이었다.

문둥이들은 좋은 음식으로 배가 터지도록 먹은 후 천막들을 뒤져 귀금속들을 잔뜩 챙겼다. 이제 부자가 된 문둥이들은 잠시 다음 행동을 생각했다. 그 때 한 문둥이가 말했다.

“우리만 배부르면 되는 거야? 성안에서는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우리들의 가족도 거기 있지 않은가?”

“그 생각을 못했군. 우리 모두 속히 성으로 달려가서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려야 해. 적군이 도망했다는 걸.”

이미 짙은 어둠이 덮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불편한 몸을 잽싸게 움직여 굳게 잠긴 사마리아 성문 앞에 이르렀다.

“우리가 방금 아람 진영에 갔다 왔습니다.”

문둥이가 성 안의 병사에게 소리쳤다.

“적군이 다 도망치고 없습니다. 천막들이 다 비어 있습니다. 장비들을 그냥 둔 채 모두 가버렸습니다. 우리 넷이 똑똑히 보았습니다.”

문둥이들을 잘 아는 병사는 이상히 여기면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직속 대장에게 보고했고, 대장은 왕궁으로 달려가 전했고, 이내 왕에게 보고되었다.

“아람군이 계략을 꾸민 것이리라. 그자들은 우리가 굶주리고 있는 실상을 알고 있어. 우리가 성밖으로 나가면 우리를 사로잡고 성을 점령할 것이다.”

왕은 문둥이들의 보고를 믿지 않았다. 한 신하가 말했다.

“사실 여부를 직접 가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그 말에 왕은 곧 군사를 보내 확인하도록 조치했다. 다녀온 군사들은 문둥이들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해 주었다. 아람 군대가 어찌나 황망하게 도망쳤는지, 그들의 많은 군사장비와 무기들과 음식물이 지천이고, 병사들의 군복과 소지품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문은 빠르게 성안에 번졌다. 그러나 누구 하나 선뜻 성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믿어지지 않아서 함정일 수 있다고 믿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망설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