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 나아만은 행렬을 돌리도록 명령했다. 오던 길로 돌아서는 모습에 나아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하들과 종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

“장군님, 예언자께서 그보다 더한 일을 하라고 해도 하셔야 합니다. 요단 강물에 씻기만 하면 몸이 깨끗해진다는데 못할 게 뭐가 있습니까. 하라는 대로 하셔서 치료되기를 원합니다.”

“예 주인님, 몸만 깨끗하게 된다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하셔야 됩니다.”

부하들과 종들이 이구동성으로 거듭 호소하자 나아만도 마음이 누그러졌다. 나아만은 마침내 요단 강으로 방향으로 돌리라고 명령하기에 이르렀다. 먼 타국까지 왔다가 화가 나서 그냥 돌아간다는 것은 어리석음이었다. 그대로 두면 이 천형의 병으로 죽을 터이니, 굴욕이건 수치건 다 접어두고 몸을 위해 하라는 대로 해보는 게 현명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행렬이 요단 강에 이르자 나아만은 작심하고 옷을 벗었다. 그는 부하들의 부축을 받으며 요단 강 물속으로 들어갔다. 깊지 않은 물속에 들어선 그는 예언자의 말대로 일곱 번을 물속으로 잠기면서 몸을 씻었다.

일곱 번의 어린아이 장난 같은 몸 씻기를 마치고 물에서 올라온 나아만과 그의 많은 부하들은 동시에 탄성을 터뜨렸다. 피부가 썩어 들어가면서 보기 흉하게 희끗거렸는데, 그 몸이 마치 어린아이의 깨끗한 피부처럼 변해 있는 것이 아닌가.

이스라엘에 오기까지 하나님에 대해 들어서 알고 있는 나아만은 비로소 주야말로 참된 하나님이심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 엘리사의 집으로 행렬을 돌렸다.

“하나님의 예언자여, 저는 이 세상에 이스라엘의 하나님 외에는 다른 신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청컨대 제가 드리는 선물을 받아 주십시오.”

엘리사는 거절했다. 그의 병을 고친 것은 자기가 아니라 하나님이시기 때문이다. 나아만이 자기 병을 고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생각이어서, 엘리사는 나아만의 호의를 끝내 고사했다.

“그렇다면 노새 두 마리에 실을 흙을 주십시오. 그것으로 단을 쌓고 이제부터 오직 주 하나님께만 제사를 올리겠습니다. 한 가지 용서를 바라는 것은, 우리 왕께서 림몬 신을 섬기기 때문에 저도 할 수 없이 림몬에게 절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림몬에게 절을 하더라도 제 마음속으로는 오직 주만이 하나님이심을 믿겠습니다.”

그들은 긴 대화를 나누고 작별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