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만은 왕의 친서를 들고 많은 군인들이 대오를 이루어 호위하는 가운데 사마리아를 향해 길을 떠났다. 그는 훌륭한 말들이 끄는 호화로운 수레에 올라탔고, 뒤에는 귀금속 등 고가품의 선물이 가득 실린 수레가 따랐다. 나아만 일행은 일단 사마리아의 왕궁으로 들어갔다. 엘리사가 있는 곳을 모를 뿐만 아니라 왕에게 전달할 아람 왕의 친서가 있기 때문이다.

북왕국의 요람 왕은 아람의 나아만 장군이 벤하닷 왕의 친서를 갖고 왔다는 보고에 가슴이 내려앉았다. 무슨 트집이라도 잡아서 침공할 빌미를 삼으려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아람의 호전성을 잘 알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과연 친서 내용은 생트집잡기에 다름 아니라는 판단이 설만 했다. 요지는 이렇다.

‘내 신하 나아만을 요람 왕에게 보내니 그의 문둥병을 고쳐서 보내주기 바라오.’

요람은 엘리사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아합 왕 때부터 우상을 숭배해 오는 나라였으므로 하나님이나 그의 예언자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넘어 지극히 배타적이었기 때문이다.

왕은 깊은 고민에 빠져 괴로워했다. 무슨 재주로 문둥병을 고쳐서 보낸단 말인가. 이는 분명 전쟁을 일으키려는 트집 잡기일 것이다.

왕의 고민은 나라 안에 퍼져 나갔다. 아람의 장군이 많은 군대를 거느리고 오더니 심각한 위기가 오는 모양이라고 백성들도 불안해졌다. 엘리사도 그 소식을 듣고 왕에게 사람을 보냈다.

‘왕께서는 걱정하지 마시고 아람의 나아만 장군을 저에게 보내십시오. 그러면 그가 이스라엘에 하나님의 예언자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왕은 구세주를 만난 기쁨으로 지체 없이 나아만을 엘리사에게 보냈다. 위엄 있고 웅장하고 멋진 나아만의 행렬이 드디어 엘리사의 집 앞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런 무례가 어디 있단 말인가. 엘리사도 그 누구도 문 앞에 나와 영접하는 자가 없었다. 나아만은 모욕감으로 얼굴이 붉어졌고, 마음은 분노로 채워졌다. 잠시 후 집안에서 심부름 나온 사람이 엘리사의 말을 전했다.

“장군께서는 요단 강에 들어가 일곱 번 몸을 씻으시랍니다. 그러면 몸이 전과 같이 깨끗하게 된다고 하십니다.”

나아만은 참을 수가 없었다. 아람 왕국의 지체 높은 총사령관이며 일등공신이며 부유한 귀족인 그는 지금껏 이런 푸대접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는 모욕감을 참을 수 없어 화를 벌컥 냈다.

“돌아가자. 예언자가 직접 나와서 나를 맞아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며 병든 자리를 어루만져 고쳐 줄 거라 생각했는데 기껏 요단 강물에 들락거리라니…. 강물에 씻어서 낫는다면, 요단 강보다 훨씬 크고 깨끗한 우리 나라의 강물에 씻는 것이 더 나을 것 아닌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