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 신학과 신입생들의 학력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신학 서적들을 앞에 두고 고민에 빠진 한 학생의 모습에서 신학교육의 현실을 보는 듯하다. ⓒ김진영 기자
각 대학들이 2011년도 신입생 합격자들을 발표한 가운데, 과연 신학대 신입생들의 학력수준은 어느정도나 될까. 국내 유명 입시학원들이 2011년도 수능시험 직후 발표한 배치표를 기준으로, 각 신학대 신학과의 입학 가능 점수(표준점수)를 알아봤다.

먼저 A신학대는 평균 배치점수 227점, B대학은 245점이었다. 이 두 대학은 수능 4개 과목(언수외탐) 중 3개 과목만을 반영하고 있어 결국 한 과목 평균 약 76점(227/3), 82점(245/3)인 셈이다. 국내 최고 대학으로 평가받는 서울대의 경우 모든 학과의 평균 배치점수는 530점을 상회했고, 가장 높은 학과의 점수는 563점이었다. 서울대는 수능 4개 과목을 모두 반영하므로 가장 높은 학과의 한 과목 평균은 약 141점(563/4)이다. 만약 서울대의 점수를 100점으로 보면, A·B 두 대학은 각각 53점과 58점 수준이다. 각 학교마다 세부적인 입시기준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신학대 신학과의 위치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외 C대는 193점, D대는 172점, E대학은 167.3점이었고 기타 지방에 소재한 신학대들은 모두 100점대 초반을 나타냈다. 이들 대학들의 평균 경쟁률은 2대1 혹은 3대1 수준이었다.

일반대학과의 비교가 아닌, 신학대의 타 학과와 비교해서도 각 신학대 신학과의 점수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A신학대는 7개 학과 중 신학과의 점수가 두번째로 낮았고, D대학은 11개 학과 중 가장 낮았다. 이 두 대학은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국내 신학대 중 상위권으로, 나머지 신학대 신학과의 사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1월 한신대학교 학술원 신학연구소는 한신대 신학과 신입생들의 학력저하문제를 ‘한신 신학교육의 미래’라는 주제의 심포지움을 통해 거론한 적이 있다. 이 때 발표된 한신대 신학과의 경쟁률은 최근 5년 간 학교 전체의 경쟁률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았고, 신입생들의 수능점수 역시 백분위 평균 50점대를 기록했다.

당시 발표자로 나선 한신대 선교신학과 최성일 교수는 “신학과의 입시경쟁률은 대학 전체에서 제일 저조하다”며 “또한 평균 수능성적은 대학 전체에서 최하위에 속하는 것으로 합격자 평균점수 50점대는 신학과와 기독교교육학과가 유일하다. 신학과의 최대 점수는 매년 대학 전체에서도 최고의 점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것은 목사가 되려는 확실한 신념을 가진 학생들 때문이지만 문제는 이런 고득점 학생들의 수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신학대의 입학관련 담당자는 “수능 1, 2등급을 받고도 신학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며 “대부분은 일반대학에 진학할 수 없어 신학대를 택하고, 서울 소재 신학대의 경우 단지 학교가 서울에 있다는 이유로 신학대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학과 합격생의 최저점수를 살펴보면, 대학 전체에서도 거의 매년 최저점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정도의 점수는 대학에서의 수업능력을 의심할 만한 수준”라며 “수능 평균 성적이 60점(백분위)도 안 되는 학생들이 대거 입학하고 있는 현 상황은 신학과의 미래는 물론 신학교육 전체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신학대의 한 교수는 “(신학대의 신학과가) 특수 분야를 가르치는 만큼 수요가 적어 점수는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신학대는 고려하지 않거나 거의 마지막에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굳이 학부의 신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신학대학원을 통해 신학교육을 받을 수 있으므로, 소명은 있으나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대부분 일반대학교를 나온 후 신학대학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신학대 신학과는 물론 국내 신학교육 전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신학대 학부 졸업생에겐 신학대학원의 교육과정을 줄여주는 등 보다 많은 혜택을 준다면 좋은 학생들도 신학과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며 “무허가 신학교의 난립 역시 신학교육의 수준과 대사회적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