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최근 종영된 드라마 <시크릿가든>은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물론 그들이 입고 나왔던 옷과 극 중 대사 등은 온갖 매체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요즘 드라마 제목을 앞에 붙여 ‘○○폐인’이라는 말은, 10대와 20대는 물론 소위 아줌마 아저씨들 사이에서도 그리 낯선 말이 아니다.

지금은 보이는 물건이 아닌 보이지 않는 지식과 상상력, 이야기가 무한한 가치를 생산해내는, 문화 콘텐츠의 시대다. 기독교 문화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밝지 않다. 세상의 문화를 주도했던 교회는 이제 그것에 한참 뒤쳐져 숨을 헐떡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시와 소설 등 문학은 명함조차 내밀기 부끄러운 ‘마이너’로 전락한지 오래다. 그렇다고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문학인’으로 살며 기독문학의 르네상스를 꿈꾸는 이들이 있다. 올해로 14년째 기독문예지 ‘창조문예’를 발간하고 있는 임만호 장로는 이들 중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창조문예 대표 임만호 장로.
창조문예는 ‘문학을 통해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영화롭게 한다’는 발간 이념으로 지난 1997년 2월 창간돼 지금까지 총 150여명의 작가들을 배출했고 이제껏 단 한 번도 결간된 적이 없는 기독교 대표 문예지다.

한국의 기독교 출판은 주로 신학자들의 저서와 목회 현장에서 성공한 목회자들의 간증문이 주를 이룬다. 이에 따라 기독교 출판 시장도 목회자들에게 실용적인 책들과 교회 사역에 필요한 신앙 양육 도서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기독교인들은 도서와 문화 예술 작품에 대해서도 성경 교리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시는 거의 시편의 범주에 들어야 하고, 동화는 성경의 인물이나 주제에 국한되어야 하고, 소설 역시 성경적인 테마를 다루거나 간증 문학 정도를 기독교 작품으로 인정한다. 문학적 상상력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출판시장에서 그 범주를 넘어서는 책이 거의 팔리지 않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내에서는 특히 기독교 소설의 싹이 거의 자라지 못했습니다. 문학의 맛을 누리지 못하는 우리 신앙인들은 거의 건조하고 멋없는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죠. 더구나 요즘은 음악이 기독교 문화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요. 하지만 문화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것은 활자 매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의 문학 60%이상이 불교적 색채를 갖고 있습니다. 불교는 동국대를 중심으로 한 좋은 교수들이 있고, 그 외에도 서정주로 대표되는 대표적인 작가들도 주로 샤머니즘적입니다. 그리나 기독교적 문학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아요.

지금까지 기독교 문학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람들 역시 거의 서양인입니다. 전 그 이유를 환경적인 것에서 꼽습니다. 심사위원들 대부분이 기독교에 영향을 받은 외국인들입니다. 결국 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작품이 어느 정도 기독교적 색깔을 띠어야 한다는 얘기죠. 이건 기독교의 색채가 짙은 유럽을 비롯한 서양 특유의 환경에서 나온 것이에요. 그만큼 수준 높은 기독문학이 나올 수 있는 기본 토양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죠. 또한 영어 외에도 각 언어로 번역이 잘 돼야 합니다. 그러려면 한국도 기독교 문학을 양성하고 장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학은 삶을 풍부하게 해주는 정서의 숲이다. 다양한 시가 창작돼야 아름다운 찬양과 생활의 노래가 작곡되어 불릴 것이다. 다양한 주제의 소설들이 창작되면 연극, 영화, 뮤지컬의 소재가 돼 생활에 기쁨을 주는 풍부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기독교 출판계가 시와 소설을 통해 새로운 저자들을 개발하고 시장의 영역을 넓힐 수 있다면 기독교 출판 시장의 범위는 상당히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임 장로는 내다봤다.

“한편으로 문학의 거성들을 살펴보면 기독교인이 의외로 많습니다. 윤동주, 주요한, 김현승, 박두진, 박목월 등…, 무엇보다 교회가 묻혀있는 문인들을 발굴하고, 기독교적인 글을 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 줘야 합니다.”

더 이상 한국인 저자들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임 장로의 일관된 지적이다. 더 나아가 그들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아시아 문학을 정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길도 열어줘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출판사마다 문예작가들을 몇 명씩이라도 발굴해 키웠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는 매일 밤 한국 기독교 문학의 르네상스를 꿈꿉니다.” 신묘년 새해, 임 장로와 함께 기독문학의 부흥을 기다려본다.

한편 임 장로가 발간하는 월간 ‘창조문예’는 오는 18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 밀알학교 도산홀에서 창간 14주년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