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사는 엘리야가 그랬던 것처럼 종종 갈멜 산에 올랐다. 그 길목에 위치한 성읍 수넴에는 부유한 귀부인이 살고 있었다. 그 여인은 하나님의 사람 엘리사를 위하여 종종 식사를 대접하곤 했다.

어느 날, 그 여인이 남편에게 제안했다.

“여보, 우리 집에 자주 들르시는 예언자를 위하여 옥상에 조그마한 방을 하나 들입시다. 침대와 식탁과 의자와 촛대 등을 갖추어 놓도록 합시다. 그분이 우리 집에 들르면 거기서 쉬어 가실 수 있도록 말이에요.”

여인의 집에 방이 마련된 후 엘리사는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자고 가게 되었다. 어느 날 침상에 누워 쉬고 있던 엘리사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종 게하시에게 주인 여자를 불러오라 했다.

 잠시 후 주인 여자가 문 앞에 왔다.

“이렇게 여러 모로 친절을 베풀어 주어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도 보답을 하고 싶은데, 내가 왕이나 군대장관에게 개인적인 부탁을 할 만하니 부인께서 필요하시다면 말씀하십시오.”

여인은 눈인사로 고마움을 표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만 별로 부탁드릴 게 없습니다.”

여인은 겸손하게 인사를 남기고 물러갔다. 엘리사가 다시 종을 불러 물었다.

“게하시야, 부인을 위하여 무엇을 해주는 게 좋겠느냐?”
“제 생각에…, 부인께는 아들이 없습니다. 남편은 늙었구요.”

엘리사는 비로소 무언가 보답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다시 종을 보내 부인을 올라오라고 했다. 부인이 문밖에 이르자 엘리사가 시원스럽게 말했다.

“부인, 내년 이맘때쯤이면 부인께서 아들을 안게 될 것이오.”

부인이 즉시 반응했다.

“저를 속이지 마십시오. 제가 아들을 낳다니요.”

아브라함 부부가 100세와 90세에 아들을 낳았다고는 하지만, 여인은 자신과 남편이 이미 자식을 낳을 수 없을 만큼 늙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은 한없이 기뻤다. 정말 아들을 낳기만 한다면 그들 부부에게 그보다 더 큰 경사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여인은 얼마 안 가서 자신의 몸에 태기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기쁨은 형언할 길이 없었다.

엘리사의 말대로 1년이 되자 아들이 태어났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그야말로 행복이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실로 예측하지 못했던 불행이 부인의 가정에 엄습해 왔다. 아이가 대여섯 살 된 추수 때였다.

아이는 추수하러 가는 아버지를 따라 들로 나갔다. 그날따라 몹시 더웠다. 건조한 태양이 보리밭을 불사를 만큼 강렬하게 내려쪼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