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Q) 남에게 기도나 상담을 해주면서 상대방의 마음 속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이 잘 알아맞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무당이나 점쟁이들 그리고 초능력을 행하는 이들도 이런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과연 어떻게 생각을 정리해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기독교의 영적 세계에도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또 이런 일을 추구하다가 잘못 되는 사례도 많다고 하던데, 도대체 어떻게 믿어야 올바로 믿는 건가요?

A) 전도 현장과 교회를 굳게 세우는 일에 있어서 특히 성령의 나타남은 초이성적이고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간주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면 사도행전과 고린도전서 12장과 14장에 집중적으로 성령의 나타남에 대해 기록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령의 나타남은 표현 양식상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이고, 둘째는 발성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이며, 그리고 셋째는 믿음의 행위를 통한 성령의 나타남입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세 가지 영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면 우선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이란 우리 마음의 기능들, 예를 들면 직감, 양심, 지각, 감정, 또는 의지 등의 기능을 통해 성령의 나타남이 알려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크리스천의 영혼이 온전히 그리스도께 헌신하여 중단 없는 성령의 임재 의식 속에서 살아갈 때, 주님께 붙들려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생각과 감정과 의지는 곧 성령의 뜻과 인도하심이 나타나는 통로가 됩니다(배본철, 「개신교 성령론의 역사」, 336). 그렇다면 고린도전서 12장에 열거된 은사 중에서 지혜의 말씀, 지식의 말씀 그리고 영들 분별함이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에 속합니다.

지혜의 말씀이란 하늘에 속한 지혜로서 경건과 삶에 있어서의 진리가 깨달아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성경 연구나 묵상 중에 또는 말씀을 전할 때 또는 성도들에게 권면할 때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 잘 나타납니다.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나는 베드로의 설교는 성령께서 주시는 초이성적인 지혜의 말씀으로서, 이 일로 인하여 예루살렘에 큰 회개의 역사가 일어나고 수많은 사람들이 주님께로 돌아오는 결실이 나타났습니다. “스데반이 지혜와 성령으로 말함”(행 6:10)으로 핍박하는 자들이 능히 대답할 말이 없었으며, 이어지는 사도행전 7장의 스데반의 설교 또한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천들을 핍박하던 사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큰 빛을 받고 쓰러졌을 때 예수께서는 그에게 나타나 다음과 같은 지혜의 말씀을 나타내셨습니다. “일어나 너의 발로 서라 내가 네게 나타난 것은 곧 네가 나를 본 일과 장차 내가 네게 나타날 일에 너로 종과 증인을 삼으려 함이니 이스라엘과 이방인들에게서 내가 너를 구원하여 그들에게 보내어 그 눈을 뜨게 하여 어둠에서 빛으로, 사탄의 권세에서 하나님께로 돌아오게 하고 죄 사함과 나를 믿어 거룩하게 된 무리 가운데서 기업을 얻게 하리라 하더이다”(행 26:16-18).

제가 안식년을 이용하여 아내와 함께 한 해 동안 세계의 선교지역을 돌며 사역하기 전에 하나님께서 주셨던 지혜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주의 은택으로 한 해를 관 씌우시니 주의 길에는 기름방울이 떨어지며 들의 초장에도 떨어지니 작은 산들이 기쁨으로 띠를 띠었나이다 초장은 양 떼로 옷 입었고 골짜기는 곡식으로 덮였으매 그들이 다 즐거이 외치고 또 노래하나이다”(시 65:11-13). 이 말씀 가운데 ‘한 해’(年事)라고 기록되어 있는 이 단어를 우리 부부는 한 해 동안의 안식년에 해당되는 말씀으로 적용하였습니다. 이 지혜의 말씀으로 인해 우리 부부는 안식년 사역을 출발하기 전 얼마나 큰 위로와 평안을 맛보았는지 모릅니다. 이 말씀처럼 하나님께서는 한 해 동안 우리 부부가 가는 곳마다 기름부음을 주셔서 작은 산들이 기쁨의 띠를 띠게 하셨는데, 곧 모든 교회와 선교지가 다 즐겁게 외치고 노래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분들에게는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 필수적이라고 믿습니다. 아무리 머리를 짜내고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설교문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그 설교에 성령께서 주시는 지혜의 말씀이 없으면 그 설교는 죽은 설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상담과 양육을 하시는 분들에게도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지혜의 말씀을 통해 영적인 열매를 거두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식의 말씀이란 성령의 감동 가운데 초이성적으로 어떤 사물이나 환경 또는 사건의 가려진 내막이 깨달아질 때를 말합니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이성과 상식과 경험을 통하여 설명할 수는 없으나 초월적인 성령의 나타남을 통해 비밀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아나니아와 삽비라 사건이 이에 해당합니다(행 5:1-11).

사도 베드로에게 지식의 말씀이 주어졌을 때 그는 아나니아와 삽비라가 성령을 속이고 교회 앞에 드릴 돈의 일부를 가로챈 일을 명백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지식의 말씀이 주어질 때는 종종 환상이나 직감적인 영상 또는 지울 수 없는 확신이 동반되곤 합니다. 물론 이런 일은 논리적이거나 계산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초이성적으로 주어지는 성령의 나타남입니다.

어떤 여자 분이 교회로 필자를 찾아왔습니다. 그 분은 제게 상담과 기도를 받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교회 응접실에 그 분과 마주 앉았습니다. 그 분이 한 두 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제 마음 속에는 그 분이 지닌 가정 속의 복잡한 문제들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문제들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인지를 똑바로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직감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그러한 직감이 성령께로부터 왔다는 것을 의심치 않았습니다. 몇 마디 오고 간 후에 제가 분명히 깨달은 바를 그 분에게 말하기 시작할 때, 그 분은 매우 놀라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로부터 영혼의 치유가 시작되면서 마침내 그 분은 예수께서 주시는 자유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극히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 분은 남편과의 심각한 불화로 인해 자살을 마음먹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그 날 성령께서 만져주시자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를 자신 안에서 보게 되었던 것이고 마침내 해답을 얻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성령께서 주시는 지식의 말씀입니다.

깨달음을 통한 성령의 나타남의 또 하나는 영들 분별함입니다. 영들 분별함이란 상대방이나 어떤 사물에 대한 영적 상태를 초자연적 성령의 나타남에 의해 분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식의 말씀과 영들 분별함은 비슷한 양상으로 주어지는데, 지식의 말씀이 전반적인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것이라면, 영들 분별함은 주로 인간의 영적 상태에 대한 조명이라는 점이 서로 구별됩니다.

우리가 어떤 이의 심령의 유익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할 때 종종 그 사람의 영적 상태가 환상이나 상징 또는 예언을 통해 주어지곤 합니다. 이러한 성령의 나타남을 주실 때, 우리는 보여주신 그 부분을 위해 구체적으로 기도할 수 있게 되지요. 베드로가 마술사 시몬의 심령을 분별한 내용이 성경에 나옵니다. “내가 보니 너는 악독이 가득하며 불의에 매인 바 되었도다”(행 8:23). 그런가 하면 기도 모임에서 어떤 이가 예언을 말하고 있을 때엔 반드시 그 예언자의 영을 분변해야 한다고 성경은 말합니다(고전 14:29).

필자가 호주 시드니의 어느 교회 청년 집회에서 말씀을 전한 후 있었던 일입니다. 여러 명의 청년들이 예배 후에 남아서 제게 기도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자매를 위해 기도하기 시작할 때, 그 자매가 이성 관계에 있어서 해결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문제로 인해 신앙의 자유함도 누리지 못하고 늘 죄책감에 눌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부분에 대해 기도하는 가운데 자매에게 조용히 말해 주었고, 그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괴로워하다가 마침내 부적절한 관계를 정리하겠다는 큰 결단 가운데 기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또 한 자매의 경우는, 아버지에 대한 극도의 원한이 우울증을 유발하여 자살을 늘 생각하고 있는 상태임을 성령께서 내게 알려주셨습니다. 나는 성령께서 보여주신 바를 조용하게 그 자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다음 영상이 내 마음 속에 떠올랐는데, 그 자매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 부모로부터 억압과 학대를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나는 내가 보고 있는 영상을 그 자매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성령께 부탁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자매에게도 아버지의 어린 시절의 측은한 모습이 마음의 영상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매가 자기의 아버지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어주는 장면까지 영상은 진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치유를 선포하였으며, 자매는 이제 자기의 아버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또 동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의 감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아버지를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기쁨의 눈물 속에서 그 자매가 내게 고백한 말이었습니다.

이처럼 영들 분별함의 은사는 인간의 영혼을 다루는 목회자나 선교사나 교사 등 모든 영적 지도자들에게 필수적인 성령의 능력입니다. 영들 분별함은 복음을 전할 때에도 죄인들의 구체적인 영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꼭 동반되어야 할 복음 증거의 능력인 것입니다. 그런데 필연적으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은 이 모든 성령의 나타남이 반드시 전도와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기도하거나 행하고 있을 때 주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아무도 자신의 사리사욕이나 그릇된 목적 또는 교회를 혼란시킬 동기를 가지고서는 진정한 성령의 나타남을 드러낼 수 없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