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들이 죽었다. 피 같고, 살 같은 나의 아들이 죽었다. 그것도 하루에 둘이나 말이다. 두 명의 푸른 해병이 연평도, 그 사선에서 죽어 나갔다.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에 억울하고 분하여 늦은 새벽시간인 지금까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지난 겨울에 영화‘고치방’을 촬영하면서 10회에 걸쳐 연속 야외 밤샘 촬영을 강행했던 터라 지금 필자의 건강은 최고조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한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지금쯤은 수면을 취해야만 하지만, 정말 이 새벽은 잠을 이룰 수 없을 것만 같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미국에서 어린 시절 초, 중, 고등학교 생활을 하던 제 아들들은 맘먹기에 따라서 어쩌면 군역을 피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작년에 해병대를 만기 전역한 큰 아들에 이어 작은 아들도 이제 12월 초가 되면 해병대 병장이 된다. 아비 된 필자의 온갖 감언이설에 과기대를 다니던 작은 아들 녀석도 휴학을 하고 국가의 부름을 받들어 스스로 해병대를 택하게 되었다.

공부만 알던 작은 아들 녀석의 어깨에 작대기가 견장으로 하나씩 늘어 날 때마다 필자는 참으로 아슬아슬하면서도 흐뭇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밤은 필자뿐만 아니라, 군인자녀를 둔 많은 가정들이 천안함 폭침에 이어 이번에도 그들은 준비된 의도적 공격을 하여 수많은 나의 아들들을 죽였다. 참으로 억울하고 분하고 그리고 안타깝고 슬픈 마음으로 이 땅의 많은 아비들이 잠을 설치고 계실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 군대에 있는 아들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벌써부터 제대 후의 계획으로 많은 생각과 염려, 걱정을 가진 아들에게 필자는 야박하게도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 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이사야41:10)하신, 그 말씀을 들려주는 것으로 위로를 대신하고 말았다.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필자는 큰 아들과 작은 아들이 해병대에 복무하고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면회를 가본 적이 없다. 하지만, 큰아들이나 작은 아들 녀석은 그런 아빠를 전혀 원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백일 남짓 남은 작은 녀석의 해병대 생활동안에도 필자는 여전히, 아니 결코 면회를 갈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참으로 해병대의 작은 아들 녀석이 그립다. 그래서 나의 마음은 아들의 군부대가 있는 포항으로 미친 듯이 차를 달려가서 담장 너머서라도 면회하고 싶다.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아비에게 부모에게 자식이란 그런 존재인 것 이다.

그런 귀한 우리 아들, 그런 귀한 우리의 군인, 대한민국의 해병대원이 또 둘씩이나 운명을 달리 했다. 필자는 우리의 아들들이 더 이상은 비극적인 분단 상황이 결코 없는 천국으로 갔으리라 믿음으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사실, 이 밤은 영화이야기 예전에 참 많은 생각을 가지고 관람을 하였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쓰려는 맘에 다른 주와는 달리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만, 애석하게도 이번주 필자의 영화이야기는 지면 관계상 수박 겉핧기로 넘어 가야만 하겠다.

영어 교사로 부임하는 키팅(로빈 윌리암스 분)은 그의 수업 첫 시간부터 획기적이며 일탈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카르피 다이엄’(오늘을 최선을 다해 즐기며 살라)고 목청을 높이며 학생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신선한 키팅선생의 수업시간 이후 인생을 다른 각도와 다른 방법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법에 눈을 뜨게 된 학생들 중에 유독, 큰 감명과 깨달음을 얻게 된 닐(로버트 숀 레오나드 분), 녹스(조쉬 찰스 분), 토드 등 일곱 학생들은, 키팅선생으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서클을 직접 이어가기로 한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그 학생들 일곱은 학교 뒷산에서 모임을 가지기도 하고, 짓눌렸던 자신들을 스스로 해방시키며 끼를 발산한다. 그러면서 닐은 정말로 자신이 간절하게 동경해오던 연극을 하게 되고, 녹스는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크리스(엘렉산드라 파워스 분)라는 소녀와의 사랑을 예쁘게 이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닐의 아버지(커트우드 스미스 분)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의사가 되어주리라 믿었던 아들 닐의 연극을 보고난 뒤, 아들 닐을 강압적으로 군사학교로의 전학시키려고 한다. 아버지의 꿈이 아니라 자신의 꿈대로 살고 싶었던 작은 꿈마저 꺾인 닐은 그날 밤 권총 자살을 하고 만다.

학교 측은 사건의 원인규명에 나서게 되고 결국,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을 권유한 키팅 선생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전통적인 명문학교 웰튼에서 그를 추방하려 한다. 그가 학교를 떠나야 하는 날, 학생들은 토드를 시발로 교장의 만류에도 개의치 않고 학생들은 자신들을 짖누르던 전통적인 교칙의 권위와 자신들을 숨막히게 압박하던 자신들의 책상위에 겁 없이 올라가 “캡틴, 오 마이 캡틴”을 외치며 눈물어린 석별의 정을 표한다. 그런 제자들을 말없이 바라보던 키팅은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인사를 중얼거리듯 내뱉는다. “Thank You Boys, Thank You”.

마치 세상의 모든 아비가 자식들에게 진심인 것처럼 간절하게 키팅 선생은 자신의 삶에 있었던 모든 실패의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었고, 자신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산교육을 시키고 싶어 했다.

성경 디모데 후서를 읽으면 우리가 항상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사도 바울도 믿음의 아들이자 사랑하는 제자이던 디모데에게 참을 내세우지만 절대로 참이 아닌, 세상의 많은 거짓 교사들의 그릇된 가르침으로부터 교회를 잘 보호하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고 싶었던 것 같다. 혼란한 세상에서 만군의 여호와 우리 하나님께서는 “착하고 충성된 종아 내가 너를 보니 참 좋았더라!”하시며 실패와 분노의 자리에서 믿음으로 순종하며 다시 일어서는 우리민족에게 축복의 리액션을 한량없이 부어주신다. 할렐루야!

최재훈 감독(문화선교사, (주)HnB픽쳐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