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 있을 동안 필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본의 아니게 많은 생각을 하곤 했었다. MRI 판독 결과 아무 이상이 없다던 허리가 초저녁에 먹은 진통제 효과가 다 되어갈 즈음이면 통증으로 인해 어김없이 새벽에 잠을 깰 수밖에 없었다. 다인실이었기에 다른 환자가 깰세라 필자는 조용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와 밤새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던 응급실 앞 로비에 놓였던 테이블에서 성경을 읽곤 했었다. 막 퇴원을 해서 통증이 가시지 않은 육신으로 바쁜 일상으로 돌아 온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그 푸른 새벽의 통증마저도 여호와 하나님의 나에 대한 사랑으로 여겨져 감사하기만 하다.

그 응급실 앞의 새벽에 필자는 마침, 사울의 머리에 기름을 부어 주었던 선지자 사무엘이 죽은 후에 사울이 신접한 자와 박수를 그 땅에서 쫓아내고 길보아에 진을 친 블레셋 사람들의 군대를 보고 두려워서 그의 마음이 크게 떨려 사울이 직접 여호와께 물었지만 여호와께서 꿈이나, 우림으로나, 어떤 선지자를 통해서도 사울에게 아무 대답을 하지 않으시자 결국 겁이 난 다급해진 사울이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은밀히 신접한 여인을 찾게 된다는 내용(사무엘 상 28:1~5)을 읽던 중에 막, 응급실 안으로 한 젊은 여인이 위급해보이던 남자의 구급 침대를 울며불며 쫓아가던 장면의 어수선함 속에서 필자는 문득, 그들을 위해 화살처럼 휙 하니, 그 남자의 빠른 쾌유을 기원하는 기도를 해주었다. 그러다가 참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 ‘사랑과 영혼’의 명장면들이 오버랩되며 필자의 뇌리에 선명하게 꽂혔다.

▲영화 ‘사랑과 영혼’.

1990년에 제작된 영화 ‘사랑과 영혼’은 감성적인 주제가 ‘언체인지드 멜로디’로도 유명한 영화다. 지금처럼 소셜 네트웍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갤럭시폰이나 MP3는 커녕 소니의 워크맨이 첨단이던 그 시절, 거리 거리의 레코드 상점에서는 어디서나 심금을 울리던 그 애절한 음악은 지금 생각해도 참 멋진 곡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던 성공한 젊은이 샘(패트릭 스웨이지 분)은 연인 도예가 몰리(데미 무어 분)와 맨하탄의 한 아파트에서 행복한 동거 생활을 하던 중, 자신이 관리하던 계좌에 이상이 생겼음을 인지한 샘이 동료인 칼(토니 골드윈 분)에게 말하고 자신만이 알던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샘과 몰리가 브로드웨이에서 연극 ‘맥베드’를 보고 귀가하다가, 몰리는 샘에게 미루고 있던 고백을 하며 청혼을 한다.

자신의 “사랑해요”라는 말에 대해 언제나 “동감”이라는 말만 하던 샘, 어쨌거나 행복하던 그 커플에게도 드라마가 항상 그렇듯 불행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찾아온다. 동료 칼의 음모로 고스트, 즉 귀신이 된 샘은 지하철에서 만난 선배 유령에게 물체를 움직이는 비법을 배우고 문이나 벽을 통과하며 달리는 지하철에도 마음대로 뛰어오른다. 하지만 샘은 이미 유령이라서 몰리 옆에 있어도 몰리가 자신을 느끼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을 죽인 강도가 사랑하던 몰리마저 해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샘은 우연히 자신의 말에 반응을 보이는 신접한 여인 오다메(우피 골드버그)를 만나 몰리에게 위험에 처했음을 알리려 하지만 몰리는 오다메를 미친 사람 취급을 한다.

샘이 오다메를 통해서 “사랑이라고 말하지 말고 동감!”이라고 말하게 한다. 샘의 영혼의 존재를 믿게 된 몰리에게 자신을 죽인 칼이 자신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엄청난 돈을 빼돌리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스트인 샘은 오다메를 시켜 은행에서 칼보다 먼저 돈을 찾아 수녀원에게 기증해버리게 한다. 샘은 몰리와의 이별에서 마침내 “사랑해 항상 사랑했었고”라고 말하고 몰리는 샘에게 ‘동감’이라고 말한다.

그 당시는 단순하게 참, 감성적이며 좋은 영화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었다. 이제야 고백이지만, 부끄럽게도 그것이 당시 말씀을 멀리하고 선데이 크리스천만으로 살았던 필자의 밑바닥 영적 수준의 실체였었다.

필자의 영화사가 강남의 일각에 있는 관계로 운전을 하다보면 막히는 대로를 피해 가끔 논현동이나 역삼동의 원룸들이 많이 들어 선 길을 관통하여 볼 일을 보러 다니며 수 없이 들어 차 있는 ‘신접한 여인들과 박수’들의 간판을 접하게 된다. 언젠가 지인에게 왜 이렇게 점집이나 철학관 역술원이 많으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그분은 강남의 많은 유흥업소의 젊은 여인들이 단골로 많이들 찾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 선생은 “예술은 사기다”라고 단언적으로 말을 한 바가 있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명배우 우피 골드버그가 열연했던 영화 속의 신접한 여인처럼, 성경 속의 이 신접한 여인도 “사울에게 이르되 내가 영이 땅에서 올라오는 것을 보았나이다.” (삼상28:13)라고 말을 한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영매 역할로 출연한 우피 골드버그(오른쪽).

여러분들이 이미 아시다시피 그 신접한 여인이나 박수들의 말은 아무리 용하다고 해도 사기다! 왜냐하면, 죽은 자와의 지상세계로의 교류가 불가능함은 성경 누가복음 16장 19절~31절까지의 말씀을 본다면 그 영은 사무엘의 영이 아니라 틀림없이 사무엘의 형상을 가장한 사탄의 영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름답고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미화되었지만, 영화 ‘사랑과 영혼’의 스토리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사기이자 허구의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 사람들, 심지어는 믿음을 가진 많은 크리스천들 조차도 영적인 분별없이 문화로 가장된 사탄의 계교를 자신이 제대로 분별하여 인지하지도 못한 채 사탄의 문화에 젖어 들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일터사도로서 필자는 문화를 타고, 특히 영화나 드라마를 타고 들어오는 죄성을 지닌 문화 컨텐츠 대신, 하나님의 마음을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나름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패악하고 척박한 이 땅의 문화 선교사를 스스로 자임하면서 말이다. 믿는 자들이여! 아름답고 때로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오는 사탄적 문화를 영의 눈을 부릅 뜨고 감시하고 경계하시라! 그리하여 주님이 오실 그날에 지혜로운 다섯 처녀처럼 영육 간에 정결한 신부가 되시라! 할렐루야!

문화선교사 최재훈 감독(Hnb 픽쳐스 대표)